제자 따라 떠날까…의대 교수, 집단사직 여부 결정 ‘디데이’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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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국 19개 의대 교수 사직 여부 논의
교수협 “전공의 강력 지지…”정부 “환자 곁 지켜달라”
13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방문에 앞서 전북대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반대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방문에 앞서 전북대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반대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4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이들의 스승인 의대 교수들도 15일 사직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가 환자를 지켜달라며 만류하고 있으나, 교수들은 제자를 보호하겠다며 집단 사직을 시사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19개 의대 교수는 지난 12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한 뒤 이날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한 논의를 마치기로 했다. 집단사직한 전공의와 동맹휴학 한 의대생들이 복귀해 수련과 교육을 마치게 하는 것이 이들의 취지다.

19개 의대는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제주대·원광대·인제대·한림대·아주대·단국대·경상대·충북대·한양대·대구가톨릭대·부산대·충남대·건국대·강원대·계명대다.

전날 동아대 의대는 교수협의회를 결성하고 학생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동아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의대생) 2000명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 학교를 떠난 학생의 의견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선배 교수로서 제자들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임무를 다하고자 앞서 와해했던 교수협의회를 재건했다”고 전했다.

경상국립대학교 의대 교수진도 전공의 및 의대생에 대한 정부 제재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의 89.4%는 전공의나 의대생에 대한 제재가 있으면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충북대 의대·충북대병원 교수들도 오는 주말 의견 수렴을 거쳐 사직 여부를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제주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후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 선언문을 발표한다. 울산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지난 11일부터 개별 교수들로부터 자발적 사직서 제출을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14일)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열고 의대생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교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우려와 관련해 각 의대의 상황과 교수들의 사직 결의 현황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의교협 차원에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관련 결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각 대학 측은 의대생에 이어 교수들마저 집단행동에 나서자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의사 양성과 관련된 견해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진료와 의학교육 노력은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의대 증원과 관련해 다른 입장을 추구하더라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기본 진료에 차질을 초래하지 않으실 것으로 믿는다”고 의대 교수진에 호소문을 보냈다.

정부도 교수들에게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의사로서의 직업적, 윤리적 소명이자 법적 책무로,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제자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가능성이 현실화하자 환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료대란 장기화로 인해 대학·종합병원들은 환자가 줄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까지 더해지면 의료공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입원 병상 가동률과 수술 건수가 기존의 30∼50%가량 줄었다. 이 병원은 비응급 수술 일정을 일부 연기하며, 응급, 중증, 암 환자에 대한 수술을 중심으로 의료진을 투입하고 있다. 동아대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등 전 직원 2200여명에 대해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70여 명이 휴가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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