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되고 지금은 안 된다? 이재명의 ‘박용진 공천 배제’ 딜레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5 10: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 ‘망언·거짓사과’ 정봉주 공천 취소…‘새 후보’ 추천 방침
‘2위 후보 승계’ 전적도…박용진 “전례 따라 상식적 결정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목발 경품’ 망언 논란을 일으킨 친명(친이재명)계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 강북을 공천을 전격 취소했다. 다만 민주당은 정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2위를 받은 현역 박용진 의원 대신 다른 후보를 재추천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당헌·당규상 후보 교체가 불가능한 만큼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정치권에선 1위 후보가 결격 사유로 탈락했을 때 2위 후보가 승계한 전적들을 거론, ‘고무줄 잣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정 전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고, 강북을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당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 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거짓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이 해당 지역구 경선에서 2위를 한 박용진 의원 대신 ‘새 후보’를 재추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박 의원을 비롯한 당내 비명(非이재명)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박 의원은 당내에서 소신 발언들을 한 대표적 비명계 인사로 분류돼, 당내 강성당원들로부터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등 각종 질타를 받아왔다. 이후 그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명단에도 포함되며 1차 경선과 결선에서 모두 30% 감산을 받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경선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 만큼, 당헌·당규상 결선에서 탈락한 박용진 의원은 후보에 포함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구는 전략공천지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도 지난 1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강북을은 이번 사례의 경우) 전략공천 하기 가능한 지역”이라며 “제3의 인물이 가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사례처럼 1위 후보의 결격 사유로 공천을 취소한 경우, 2위 후보에게 승계한 전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4년 전인 21대 총선 정국에선 부산 금정 후보였던 김경지 전 지역위원장 대신, 2위인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으로 교체됐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이 경선 승리 후 불륜설 등 문제가 제기되자 지도부는 공천을 전격 취소했다. 그리고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2위였던 박 전 사장이 공천을 승계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제일 최근에는 서울 서대문갑 경선 과정에서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의 ‘안희정 성폭력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지자 최고위 의결 과정에서 다음 순번인 친명계 김동아 변호사로 교체됐다. 결국 김 변호사는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을 꺾고 공천장을 받았다. 또 서울 양천갑 경선 과정에서도 이나영 후보가 허용되지 않는 예비홍보물을 사용해 ‘자격 상실’되면서 현역 황희 의원이 공천을 확정지었다.

 

지도부 방침에 반기 든 박용진 “형평성 맞춰야”

박용진 의원도 이 같은 전적들을 거론하며 지도부가 ‘고무줄 잣대’를 적용시킨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강북을은 당규 제10호의 전략선거구 선정심사기준에 따르면 어느 기준에도 부합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략선거구 지정요건 되는지 자체가 의문스러운 일”이라며 “앞선 선례들도 있는 만큼, 합리와 상식에 근거하여 이번 일이 공정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선 절차가 끝났다’는 지도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재심절차도 경선 절차의 일부”라며 “재심위원회가 이날 밤 9시에 열릴 예정인 만큼, 강북을 경선 절차는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은 최고위 정식인준절차도 거치지 않은 만큼, 공천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 당초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만큼 경선 절차상 중대한 하자에도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 전 의원의 막말도 경선 이전에 있었던 만큼 당의 적격심사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함에도 이제야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후보자 선정과 경선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선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 절차가 끝났다는 것 또한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도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가 박 의원을 배제한채 전략공천으로 돌릴 경우 ‘공천 파동’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비명계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 의원이 본인한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해 재심까지 신청했는데도 당에서 지역구를 전략공천지로 결정해버리는 건, 지도부 스스로 공천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잣대 형평성도 안 맞는다. 결국 ‘친명횡재·비명횡사’ 공천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