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출구전략 시동?…대통령실 “증원 논의, 오픈돼 있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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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사회수석 “대화의 장 열고 주제 상관없이 논의하겠다”
‘2000명 증원’ 입장 물러서나…“의료계 주장 규모, 근거 제시해라”
교수 집단사직 움직임엔 “의료법 위반…법과 원칙대로 대응”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선지 한 달째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협의 대상이 아니라던 ‘2000명’ 증원 규모를 놓고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됐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을 일주일 앞둔 가운데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입장에서 1도 못 줄인다는 입장을 조금 접어야 대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 의제에 대해서는 저희는 오픈돼 있다(열려 있다)”고 밝혔다.

장 수석은 아울러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그런 노력들을 다 해왔지만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고 그 주제에 상관없이 논의를 하겠다”면서 “논의를 하겠지만 정부가 왜 2000명을 결정했는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 등을 가지고 설명하고 설득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 수석의 발언은 그 동안 정부가 일관되게 밝혀 온 ‘2000명’ 고수와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이를 두고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예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도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그는 “의료계 일부에서 주장하는 350명이나 500명에 대해 근거를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500명은 과하니 300명 정도면 되겠다는 식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증원 규모에 대해선 협상할 의제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어왔다. 지난 1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장 수석은 “2000명 증원에 대한 정부 입장은 확고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계속 설명하고 설득할 문제”라며 “이걸 놓고 1000명·500명을 가지고 주고받고 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 “2000명을 내년부터 증원해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며 “1년 늦추는 것의 피해가 더 막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생각할 대안은 아닌 것 같고, 또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을 해야 되는데 외부기관에 맡기자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지난 12일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치”라고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1차 지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1차 지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수 사직 움직임엔 “집단행동 현상 반복, 이번엔 끊어야”

정부는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의대 증원에 절대적 지지를 보낸 여론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의 성인남녀에게 물은 결과 의료공백에 따른 정부의 대응에 대해 부정 평가가 높았다. 정부가 의료계 반발과 의료 공백에 대해 잘 대응하고 있냐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8%,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49%로 나온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장 수석은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여론 지지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는 “환자분들이 불안해하시는 건 정부가 비상진료대책이든 대체인력이든 재원을 투여하든 해서 불안감을 없애드리고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적 임무”라며 의료계에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정부는 대화에 응할 용의는 있다면서도 집단사직에는 엄정하게 대응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장 수석은 “의대 교수들이 사직을 하겠다는 발표 자체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저버리겠다는 얘기”라며 “의대 교수는 대학교수 외에 병원에선 의사 신분이기에 집단행동은 의료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그에 대해선 법과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2000년 의약분업 사태와 2020년 의대 증원 때도 항상 전공의, 전임의, 교수 순서로 집단행동을 하는 현상이 반복돼왔다”며 “이번만큼은 이런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응답률은 14.7%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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