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초읽기…전공의보다 교수 이탈이 치명적인 이유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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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수술 전담하는 의대 교수 이탈시 “의료대란” 우려
정부 “전공의→교수 집단행동 늘 반복, 이번에 끊어야”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면서 정부가 군 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지난 2월20일 오후 의료진들이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민간인 환자를 돌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면서 정부가 군 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지난 2월20일 오후 의료진들이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민간인 환자를 돌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의료공백 가능성이 커져가는 모습이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한 달 째,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사직 결의에 동참하면서다.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면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으나 의료계 현장에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난이도가 높은 수술을 전담했던 교수들이 현장을 이탈할 시 ‘수술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 사직서 제출 결의에 동참했다. 만약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이탈할 경우 의료 현장의 대혼란은 불가피해진다. 전공의들이 ‘선수’라면, 의대 교수는 병명 진단과 수술, 처방 등을 전담하는 일종의 ‘감독’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대 A교수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이 발생하면 사실상 대학병원의 진료·수술 인력은 제로(zero)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 외 인력은 거의 다 사라진다”면서 “그야말로 의료대란”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이 현장을 이탈할 시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교수들은 사직 완료 전까지 병원을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2000명 증원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진통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A교수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교수들 역량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별도로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면서 “환자가 응급 처치를 받고 중환자 치료를 받은 이후 결국에는 정상적인 수술을 받거나 병동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대란 장기화 가능성도…정부, 대책은?

의료계에선 의료공백이 1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통지한 면허정지 처분이 통과되면 3개월간 병원 복귀가 불가능해진다. 전공의들 수련은 주로 1년 단위로 진행되는데 면허정지가 해제되더라도 당장 병원으로 돌아와 수련 기간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교수들 집단사직까지 이어지면 사실상 대학병원의 진료와 수술이 정지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 

정부가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대 B교수는 “정부의 비상진료체계는 응급의료상황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다”며 “상황 파악 이후 해결책을 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는 현재 응급·중증환자 중심으로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전문의가 많은 병원으로 환자를 분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은 전국 43개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를 인근 의료기관으로 안내할 경우 정책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학병원이 현재 27% 수준인 비응급 및 경증환자 비율을 더 줄이고 응급·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서 예비비 67억5000만원을 배정했다. 

또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간 협력 체계를 마련해 종합병원 100곳을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 수술, 방사선치료 등 예약환자를 진료협력병원으로 연계하는 경우에도 회송병원 수가를 100%에서 150%로 인상해준다.

정부는 교수 집단사직 조짐에도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수들에게 집단행동 중단을 호소하고 있으나, 교수들이 복귀 조건으로 내건 ‘의대 2000명 증원 재검토’는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도 지난 17일 “현장에 의사가 한명도 남지 않으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00년 의약분업과 2020년 의대증원 사태 때도 이러한 의료계 집단행동 패턴이 반복됐다”면서 “항상 전공의, 전임의, 그 다음 교수들까지 집단행동 강화 현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만큼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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