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핀테크 추격에 경쟁 치열”…주요은행 사업보고서 뜯어보니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8 15: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전문은행 ‘메기’ 효과…“위협 요인으로 떠올라”
이자이익 줄고 사회적 책임은 증가…“공공성 더욱 강조”
돌파구 찾기에 여념…디지털 역량 높이고 해외로 눈 돌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올해 인터넷전문은행 확대가 위협 요소로 떠오를 것이란 데에 입을 모았다. 또한 상생금융과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등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높아지는 상황도 부담 요소로 지목됐다. 시중은행들은 이러한 경쟁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금융권은 상생금융 집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우리은행은 민생금융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총 2758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최근 국내 주요 은행의 사업보고서가 공시됐다. ⓒ연합뉴스

18일 주요 금융지주 및 시중은행(국민·하나·우리)이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금융시장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은행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한 경쟁 요소는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다. 인터넷은행이 ‘메기’로 부상함에 따라 은행권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시중은행은 이로 인해 은행의 수익 창출이 제한되고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은행은 “금융 산업 다변화로 인한 경쟁범위 확대 등 은행산업의 구조개편과 이자 수익 창출 기회 감소에 따라 금융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오픈뱅킹 시행, 인터넷전문은행 확대 및 신규인가,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확대에 따른 경쟁심화로 은행산업은 고객이탈, 성장전략 다변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은행도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확보한 자본 여력을 기반으로 전통 은행들의 사업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사업자들의 등장은 전통 은행들의 판매 채널을 약화시켜 고객 유지 및 신규 고객 유치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은행도 인터넷은행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빅테크·핀테크사의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봤다.

실제 인터넷은행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며 시중은행을 위협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환전수수료 무료다. 지난 1월 토스뱅크는 재환전을 포함한 30종 통화 환전 수수료 100% 면제, 해외 결제 및 출금 수수료 무료 등을 담은 외화 서비스를 내놓았다. 그러자 시중은행들도 너도나도 뒤따라 환전수수료 무료 상품을 출시하는 등 토스뱅크를 따라가는 모습이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의 전통 사업 영역이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휘저었다. 지난해 인터넷은행 3사의 주담대 잔액은 전년 보다 70.8% 불어난 데 비해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에서 3.3% 증가에 그쳤다.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에서도 지난 1월에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 2975건을 달성하며 치하며 5대 시중은행(1822건)보다 1000건 이상 많은 대출을 유치했다.

김승환 토스뱅크 외환 서비스 프로덕트오너(PO)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외환 서비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외환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토스뱅크 제공
김승환 토스뱅크 외환 서비스 프로덕트오너(PO)가 지난 1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외환 서비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외환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토스뱅크 제공

은행 이자 사업 둔화…사회적 책임은 부담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의 전략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서의 이익 창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수익 창구를 넓혀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상생금융과 홍콩 ELS 등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날로 강조되면서 은행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들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주요 수익원인 이자이익의 미래가 불투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자이익은 둔화했다. 지난해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5.8% 오른 59조20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이자이익 증가율은 전년(21.6%)에 비해 15.8%포인트 급감했다. 또한 정부가 본격적인 가계대출 잡기에 나서면서 향후 이자이익이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 1분기 은행업을 두고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대출자산 성장둔화, 취약부문 중심 건전성 악화 등으로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며 “가계대출은 주택대출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증가율 제한 기조에 따라 소폭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와 홍콩 ELS 사태 등 금융권 현안도 은행의 성장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비판을 계기로 은행권을 향한 전방위적인 상생금융 요구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홍콩 ELS 사태로 은행권은 수조원의 배상금액뿐만 아니라 과징금과 제재 사후 처리에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은행은 금융중개기능 등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일반 기업과 달리 수익성뿐만 아니라 공공성도 강조되는 특성이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및 사회적 공공성요구 증대 등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경쟁 국면이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 앞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 창구 앞 ⓒ연합뉴스

성장모델 다변화 꾀한다…시중은행 생존전략은

이 같은 업황을 반영해 시중은행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경영 전략을 제시하며 ‘금융혁신’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을 디지털화로 해소하고, 사업영역의 축소는 해외 진출 등으로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꼽고 있는 공통 전략은 디지털 부문 확대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AI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한 가운데, 국민은행은 개방형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통해 모바일플랫폼 혁신 추진을 힘줘 말했다. 

한편 해외진출에도 집중하는 모양새다. 하나은행은 “포화상태에 직면한 국내 금융산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하여 적극적인 해외진출에도 앞장서고 있다”며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