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믿고 대화 나와 달라”…복지부는 면허정지 통지 시작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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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발표 이후 첫 병원 방문…“후배들 설득해 달라” 호소
단계적 증원 요구엔 “너무 늦어버렸다”…대치 장기화 가능성
행정처분 조치도 속도…의협 비대위 간부, 3개월 면허 정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한 달째 접어든 가운데,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 정책 발표 이후 처음으로 병원을 찾아 의료계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단계적 증원에 대해 선을 그으며 의료 공백 장기화 우려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처음으로 면허정치 처분을 내리며 압박 수위도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매번 이런 진통 겪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

전국 의대교수들의 집단사직 예고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원칙 대응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와의 갈등이 점화된 2월 이후 처음으로 대학병원을 찾아 의료진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18일 서울아산 어린이병원을 찾아 의료진 간담회를 열고 근무 중인 의사와 간호사, 병원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의료진에게 “(의대) 증원 수를 조정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할 수 없다고 고수하지 마시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후배들을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또 “증원을 단계적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역대 정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해 너무 늦어버렸다”며 “매번 이런 진통을 겪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이어 “의사들께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의료 질 저하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의료개혁 완수를 위해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개선이 필요한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의사와 간호사 여러분들께서 의견을 주셔야 한다.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의료계의 단계적 증원 요구에 사실상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증원 규모 ‘2000명’을 의제에 놓고 대화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정부의 기류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병원장 등 참석 의료진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병원장 등 참석 의료진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00명 증원’ 기류 변화 조짐? 대통령이 정리했다

이날 오전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입장에서 1도 못 줄인다는 입장을 조금 접어야 대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 의제에 대해서는 저희는 오픈돼 있다(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그런 노력들을 다 해왔지만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고 그 주제에 상관없이 논의를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장 수석의 발언은 수일 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진 내용이라 정부의 ‘2000명’ 고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지난 1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한 장 수석은 “2000명 증원에 대한 정부 입장은 확고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계속 설명하고 설득할 문제”라며 “이걸 놓고 1000명·500명을 가지고 주고받고 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너무 늦어버렸다”, “매번 이런 진통을 겪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 등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증원 규모 관련 논의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결의를 알리며 “정부는 우리의 절박한 외침에 귀를 기울여 한발씩만 양보해서 진지한 논의 시작을 위한 단초를 마련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며 “2000명이라는 수치를 풀어주길 정부에 요청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의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며 의료계에 대한 강경 대응도 지속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명하 의대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에게 의사면허 3개월 정지 처분을 최종 통보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들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행정처분 대상이 됐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이들에게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 통지서를 발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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