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병상가동률 50%대…내주 ‘의료시스템’ 마비 현실화되나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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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병상 가동률 60~70% 유지…수술 건수 급감
비수도권 병원도 비상…병동 폐쇄에 응급실은 인력난
병원 측 “병원에 의사 없는데 무얼 준비할 수 있겠느냐”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에 뜻을 모으면서 ‘의료시스템’ 마비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수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현장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진료 축소를 예고하면서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외래 진료, 수술 등을 책임지는 교수까지 병원을 떠나면 막대한 의료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교수연구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교수연구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전국 의대 교수 집단 사직 예고…尹 “의사로서 본분 못지켜”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사직서를 취합해 오는 25일 일괄 제출한다.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20곳 의대 교수들도 25일 동시에 사직서를 낼 계획이다.

의대 교수들이 25일로 날짜를 못 박은 이유는 이날이 정부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가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서다. 의견서를 내지 않은 전공의는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진료는 차질 없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사직서가 제출되더라도 (수리) 완료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진료할 생각”이라며 “교수 개인별로 피로도가 많이 차이가 나는데, 교수들의 신체적 한계 상황에 맞춰 응급환자와 중환자 진료는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진료 축소 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위압적인 대응이 계속될 경우 응급 상황을 제외한 수술 및 입원 중단을 포함한 진료 축소, 전체 교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자발적 사직 등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환자의 곁을 지키고 전공의를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의료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렸다”며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고 사직을 결의한 교수들을 직격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홈페이지 캡쳐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홈페이지 캡쳐

수술 취소, 병동 폐쇄, 병상 축소…삼중고 놓인 대학병원

교수들의 이탈이 현실화하면 이미 수술률과 병상 가동률을 절반 가까이 줄인 병원들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기준, 서울대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60~70%대로 접어들었다. 수술 건수도 같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50~60%의 병상 가동률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전공의 이탈 전보다 수술 건수를 절반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도 일 평균 200~220건이던 수술을 사태 이후 절반으로 줄였다.

비수도권 소재 대형병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부산대병원은 병동 6개를 폐쇄하고 수술률을 40~50%로 대폭 줄였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없어서 교수들끼리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대병원도 병상 가동률을 40%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수술 건수는 사태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대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50% 수준이다. 전공의 이탈로 인해 수술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전문의가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어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병원 측은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의사가 없는데 무엇을 준비할 수 있겠느냐”며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지방의 대학병원 관계자는 “원내 특별한 움직임이 있거나 실제로 의대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는 아직 없다”면서도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했다. 

한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이날 국립대병원장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날은 ‘빅5’ 병원장을 만나 “젊은 의사들과 대화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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