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17년 만에 금리인상…‘마이너스 금리’ 8년 만에 탈출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3.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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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있는 시대’ 돌입…단기금리 0~0.1%로 유도
YCC 폐지하고 ETF·REIT 매입 중단키로
물가·임금 상승으로 금융정책 전환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2016년 2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8년만에 벗어나는 것으로,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다.

19일 교도통신과 NHK 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기로 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핵심이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시중은행이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본은행이 단기 정책금리(무담보 콜금리)를 0∼0.1%로 유도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일본은 이례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8년 만에 탈출하면서 다시 ‘금리 있는’ 시대로 들어서게 됐다.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를 위해 진행해 왔던 수익률곡선 제어(YCC)도 폐지했다. 또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도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장단기 금리조작’이라고 하는 YCC는 금리 변동 폭을 설정하고 금리가 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정책으로, 2016년 9월에 도입됐다.

일본은행은 그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로 유도한다는 방침을 고수했지만, 장기금리 변동 폭을 조금씩 넓혀왔다. 일본은행은 이번에 YCC 정책을 폐지하면서 1%로 정했던 장기금리 변동 폭 상한선을 없앴다. 또 금리 변동을 용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지난 2010년에 시작된 ETF와 REIT 매입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했다. 특히 금융완화를 강력하게 추진한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 재임 시기에 매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9월 일본은행이 집계한 보유 ETF의 시가는 60조6955억 엔(약 544조원)이다. 장부가(37조1160억 엔) 대비 평가이익은 23조5794억 엔(약 211조원)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2022년 6월 이후 REIT 매입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은행의 이날 결정은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 정책 변경의 주된 조건으로 꼽아온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로 제시해 왔다.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3.1% 올라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지난 15일 중간 집계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이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1.48%포인트(p) 높은 5.28%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오는 7월 예정인 렌고의 최종 집계에서도 임금 인상률이 5%대를 유지한다면 5.66%를 기록했던 1991년 이후 33년 만에 5%를 웃돌게 된다.

일본은행 내에서는 이 같은 점을 근거로 금융정책을 변경할 요건이 갖춰졌다는 견해가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상화에 착수하면서 금융정책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은행이 이날 금융완화를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당분간은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고 국채 매입도 지속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망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8일 강연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완화적인 금융 환경을 유지해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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