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교수도 떠난다…“정부 정책, 韓의료 영구히 망가뜨릴 것”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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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 SNS에 사직 입장 밝혀
“의료, 한 달만에 회복불능…환자 보는 것 무섭고 괴로워”
3월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걷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3월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걷고 있는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의과대학 증원을 사이에 둔 정부와 의료계 간 대치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명 ‘빅5’ 병원 소속 흉부외과 교수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는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흉부외과 교수 사직의 변’이란 제목의 글에서 “저는 제 가장 소중한 것, 제 인생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의업, 제가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던 제 삶의 목적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최 부교수는 전공의 등이 떠난 병원 상황에 대해 “매일 악몽을 꾸는 것 같다”면서 “불과 한 달만에 이 땅의 의료가 회복불능으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불과 한 달 전, 우리 팀이 전부 있었을 땐 어떤 환자가 와도 무서울 것이 없었는데, 이젠 환자를 보는 것이 무섭고 괴롭다”고 토로했다.

이어 “외래에서 환자에게 ‘나도 미치겠어요. 우리 팀만 다 있었으면 하루에 몇 명이라도 수술할 수 있다고요. 나도 정말 수술하고 싶어요.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젠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요’라고 울컥 말을 내뱉곤 제가 더 놀랐다”면서 “전공의·전임의가 사직한 후 제가 혼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최 부교수는 “이 상황을 도저히 못 견뎌 사직서를 낸다”면서 “이렇게 떠나게 될 것이라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황금기, 외국 어디를 가서 무엇을 봐도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던 시기는 이제 끝이 났음을 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을 추진 중인 정부를 향해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부교수는 “이렇게 졸속으로, 강압적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면서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정책으로 인해 한 나라의 의료가 붕괴된다면 아마추어 정부, 돌팔이 정부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들이 환자 한 명의 죽음이라도 직접 경험해 봤으면 절대로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라 전체를 망하게 할 정책을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 정부의 정책은 이 나라 의료를 영구히 망가뜨릴 것이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차피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미래는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겨우 버텨오던 흉부외과는 남은 자들이 온 몸과 마음을 갈아넣으며 얼마 간 버티다가 결국 문드러져 버릴 것”이라면서 “이 땅의 가장 어려운 환자들을 포기하는 되는 날이 오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느니, 차라리 저는 의업을 떠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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