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하면 최고 종신형”… ‘홍콩판 국가보안법’ 통과에 美 반응은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3.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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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효력 발생…행정장관 “홍콩에 역사적 순간”
美국무부 “홍콩 폐쇄 가속화 가능성”
홍콩 시민 자유 억압 우려도 제기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AP=연합뉴스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AP=연합뉴스

홍콩 입법회(의회)가 반역이나 내란 등 범죄에 대해 최고 종신형을 선고하는 내용의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국무부는 “한때 개방적이었던 홍콩의 폐쇄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입법회 의원 88명과 주석은 19일 ‘수호국가안전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국가보안법격인 ‘기본법 제23조’를 입법화했다. 이 법안은 약 한 달간의 대중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 8일 제출됐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의 ‘전속력 제정’ 요구에 따라 초고속으로 입법화돼, 오는 23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리 행정장관은 표결 직후 “오늘은 홍콩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새 국가보안법은 기존 법안을 자체 보완하는 성격이다. 국가 분열과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39가지 안보 범죄 및 이에 대한 처벌을 담고 있다.

법 초안에 따르면, 외국이 중국을 무력으로 침공하도록 선동하는 행위는 반역죄이며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도시 내 공공 안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만큼의 폭력을 행사한다면 반란으로 간주할 수 있다.

AP통신은 “홍콩 정부는 법안을 통해 주민들이 특정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외국 세력과 공모할 경우 독립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보다 더 엄중한 처벌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의도로 공공 인프라를 손상하는 경우 최고 20년의 징역형에 처하지만, 외부 세력과 공모했다면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동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7년의 징역형을 받게 되지만, 외부 세력과 공모하면 형량은 10년으로 늘어난다. 외부 세력에 대한 광범위한 정의에는 외국 정부, 정당, 국제기구, 경영진이 외국 정부 희망에 따라 행동할 의무가 있는 기업 등이 포함된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의 ‘외부 간섭’이란 표현을 거론하며 “매우 모호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많은 문구와 범죄가 빈약하게 정의됐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다”며 “우리는 법안을 분석하고 있으며 미국 시민뿐 아니라 미국 국익 차원에서 어떤 잠재적 위험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법이 통과됨에 따라 홍콩 내 반체제 활동에 대한 탄압이 한층 더 가혹해지고, 홍콩 시민의 자유도 억압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폐간된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가 실형을 선고받는 등 이미 많은 민주화 활동가가 기소됐다. 일부는 미국 등지로 망명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중국의 관련법과 상당히 흡사해지면서 ‘홍콩의 중국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중국이 50년 동안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약속 또한 공허해졌다는 평가다.

홍콩 시민들은 2003년 약 50만 명이 참여한 시위를 통해 국가보안법 제정을 막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입법회를 친중계가 장악한 탓에 별다른 힘을 써보지도 못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홍콩에 거주하는 사업가와 언론인들은 이 법과 관련해 자신의 일상 업무가 범죄화될 수 있다며 강한 두려움과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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