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경원-류삼영 0.4%p 차 ‘초박빙’…한강벨트 바로미터 ‘동작’ 혈투
  • 박나영·변문우·강윤서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2 13:00
  • 호수 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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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동작을, 류삼영 ‘안전 동작’ vs 나경원 ‘8학군 동작’ 공약
동작갑은 리턴매치 벌이는 김병기 vs 장진영, ‘재개발 대전’…제3후보 전병헌 변수

“너무 잘생겼어. 한동훈 위원장이 꼭 이겨야 하는데.”(남성사계시장에 장 보러 나온 지역주민) 

“하나도 안 반가워. 저는 이재명 대표 팬이에요.”(남성사계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3월19일 오후 1시40분쯤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좁은 골목길은 국민의힘 관계자와 지지자들, 취재진, 장을 보러 나온 지역주민들로 가득 찼다. 선거 유세를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나경원(동작을), 장진영(동작갑) 후보와 함께 시장 입구에서 반대쪽 출입구까지 걷는 20여 분 동안 곳곳에서 “한동훈” “한동훈”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흡사 톱스타 연예인 등장을 방불케 하는 현장 분위기에 반가움을 표시하는 주민들과 거부감을 드러내는 주민들의 얼굴이 교차했다. 동작을에서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 지지율이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만큼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신경전이 한창인 모습이다. 일주일 전인 3월13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류삼영 민주당 후보와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동작구을 국회의원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최준필 사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동작구을 국회의원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최준필 사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류삼영 후보와 함께 남성사계시장을 방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류삼영 후보와 함께 남성사계시장을 방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멈춘 동작 시계 다시 돌릴 것” 
류삼영 “재난 피해 없는 동작 만들 것”

나경원 46.3% vs 류삼영 45.9%(리서치뷰 3월16~17일 여론조사). ‘한강벨트’ 중에서도 막판까지 승패를 가늠하기 힘든 대표적 접전지, 동작을은 이번에도 오차범위 내 0.4%포인트 격차의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나경원 50%, 류삼영 37%로 오차범위 밖 13%포인트 격차를 보였지만 국민의힘이 ‘이종섭·황상무 논란’이라는 악재를 맞으면서 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코리아리서치 3월10~11일 여론조사).  

동작을은 총선 때마다 민심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아, 양당이 내내 애가 닳던 곳이다. 1988년 총선 이후 총 10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진보, 보수정당 후보가 똑같이 다섯 번씩 승리를 나눠가졌다. 특히 2008년 정몽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탈환한 이후 보수정당의 장기 집권이 이어졌다. 하지만 2020년 21대 총선에서 지역 터줏대감이던 나경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의 정치 신인 이수진 후보에게 7.12%포인트 차로 승리를 내줬다. 4년 만에 설욕전에 나선 나 후보는 일찍이 바닥 민심을 닦으며 지역구 탈환과 5선 고지를 노리고 있다. 민주당이 현역 이수진 의원을 컷오프하고 경찰 출신의 ‘영입인재 3호’ 류삼영 후보를 단수공천하면서 또 한번 국민의힘 중진과 민주당 신인 간의 대결구도가 펼쳐지게 됐다. 

나 후보는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해 올해로 23년 차를 맞는 중진이다. 2018년 보수정당 최초로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돼 정치적 체급을 키웠고 이번 총선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수도권 선거를 지휘하는 중책을 맡았다. 동작을에서 19·20대 의원을 지내며 지역에서의 존재감을 키워온 나 후보는 시사저널과 만나 “4년간 멈춘 ‘동작 시계’를 다시 돌리겠다”고 말했다. 나 후보의 핵심 공약은 동작을 ‘교육 특구’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이사 가는 동작이 아니라 이사 오는 8학군 동작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3월15일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사진)와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 동작을 지역구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시사저널 최준필

류삼영 후보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지만 전국적으로 우세한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민주당 연승을 노리고 있다. 류 후보는 울산중부경찰서장 재직 당시인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직무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이듬해 8월 경찰직을 내려놓았다. 류 후보는 시사저널에 “‘꼭 이겨 달라’ ‘민생경제를 파탄시킨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그의 1호 공약은 ‘안전 동작’이다. 그는 “경찰 출신인 저만이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침수 등 재난 피해가 없는 동작을 만드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두 후보에 대한 평가나 윤석열 정권 심판·지원에 대한 지역 민심은 팽팽했다. 현충원 일대에서 만난 주민 김아무개씨(60)는 “나 후보가 지역 현안을 가장 잘 알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인다”며 “내놓은 공약도 더 튼튼해 보였다. 나 후보가 동작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인 정아무개씨는 “류삼영 후보가 윤 정부의 경찰국 설립에 반대해 직위 해제되는 등 고초를 겪으면서도 바른 소리를 한 만큼, 개인의 안위만을 위해 일하지 않을 것이다. 정의롭고 바른말 하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기 “철도지하화법 실현 노력” 
장진영 “구청장·시장과 재개발 추진”

양당의 리턴매치가 펼쳐지는 동작갑에서도 수성과 탈환을 위한 사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현역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3선을 노리고 있고,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가 설욕전에 나선다. 또 이 지역 3선 의원 출신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전병헌 전 의원이 새로운미래 후보로 참전하면서 3파전이 예상된다. 아직 3명의 후보 간 우위를 가늠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없다. 다만 한 달여 전에 미디어토마토(2월25~26일)가 실시한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장진영 45.5%, 김병기 39.6%로 집계됐다. 여론조사꽃이 3월4일 발표한 이 지역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2.5%, 국민의힘 39.5%로,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19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사진)와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 동작갑 지역구에서 선거운동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김병기 민주당 후보는 이날 저녁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는 시사저널에 “어느 선거보다 민심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면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동작 주민만을 위해 뚜벅뚜벅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은 주민이 보다 살기 좋은 동작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노량진 수변복합거점 개발이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됐다. 제가 발의하고 통과시킨 철도지하화법도 신속하게 실현되도록 해 각종 재개발, 재건축 지역과의 시너지를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같은 날 오후 성대전통시장을 찾은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도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장 후보는 시사저널과 만나 “4년을 꼬박 준비해서 치르는 선거이니만큼 백병전이다. 지역활동을 누가 많이 했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나는 주민들이 ‘이번에는 꼭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여권 후보이니만큼 구청장, 시장과 원팀으로 재개발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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