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갈등’ 끝, 이제 ‘한동훈의 시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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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心’ 얻은 韓, 전국 돌며 표밭갈이 시작
與일각 ‘전권 위임은 양날의 검’ 시각도

불붙었던 ‘당정 갈등설’이 잦아드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인사와 의정갈등 해법 등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다. 당정 갈등 뇌관이 됐던 공천도 마무리된 가운데,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대통령실이 아닌 한동훈 위원장의 행보에 집중된다. 총선 앞 권한도, 존재감도 커지면서 한 위원장이 짊어진 책임도 무거워졌다. 앞으로 16일 후, 한 위원장은 총선 위기를 돌파한 ‘승장’이 되거나 총선 패배에 고개 숙일 ‘패장’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달라진 尹, 韓에 힘 싣기?

지난 주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통령실의 인사와 여당의 공천을 두고 서로가 불신, 불만을 드러내면서다. 취재에 따르면, 이종섭 주 호주대사의 ‘도피 출국’ 논란,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 논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순번 등을 두고 당정 간 충돌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 등을 언급하자 윤 대통령이 불쾌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지난 17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직접 윤 대통령을 대면해 “논란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취지로 간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황상무 전 수석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우려했던 당정 갈등이 발발하지는 않았다. 또 이종섭 대사도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조기 귀국하며 한 위원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이후 22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기념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행사를 마친 뒤엔 윤 대통령은 차에 탑승하기 전 한 위원장과 악수하면서 어깨를 두드리며 ‘화해 무드’를 연출했다. 이날을 전후로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내려두고, 여당의 모든 행보에 힘을 싣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윤 대통령은 24일 한 위원장의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유연 처리’ 요청에 빠르게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당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지시가 한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여권 한 관계자는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총선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한동훈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22일 충남 당진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22일 충남 당진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침체된 與지지율, 돌파 가능할까

윤 대통령의 태도가 달라진 배경은 무엇일까. 여권은 ‘숫자’를 지목한다. 일련의 사안을 두고 ‘당정 갈등’ 기류가 번지자 정부 여당 지지율이 침체됐다. 민주당의 ‘공천 파행’으로 승기를 쥐었다고 자신했던 여당이 이제는 ‘총선 위기론’에 직면하자, 수도권 후보들의 용산을 향한 불만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공약 이행을 위해 총선 승리가 절실한 윤 대통령으로선 한 위원장을 더 이상 코너에 몰기 어려워진 셈이다.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조사는 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은 4.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은 37.1%, 민주당이 42.8%를 기록한 것으로 25일 발표됐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보다 0.8%p 내리고, 민주당은 2.0%p 올랐다.

당정 갈등 이후 여권 내 분위기가 가라앉자 한 위원장도 전국을 돌며 분위기 반전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중재자를 자처한 가운데, ▲세 자녀 이상 모두 대학 등록금 면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을 화두로 띄우며 ‘표밭갈이’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이날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후 처음으로 출근길 인사도 진행했다. 빨간 점퍼를 입은 한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이날 오전 8시부터 약 20분간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90도 인사’를 건넸다.

다만 한 위원장이 ‘개인기’로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여야 모두 ‘잡음’이 크게 줄었다. 큰 변수가 나오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존 지지층 결집 외 중도‧무당층 표심까지 가져와야 하는 중책을 떠맡게 된 셈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위기론을 뚫고 총선 승리를 거머쥔다면 한 위원장은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패배할 경우 윤 대통령의 레임덕과 ‘한동훈 책임론’이 동시에 발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윤-한 갈등’이 가까스로 진정되는 국면이다. 하지만 여당이 특히 수도권에서 겪은 정치적 출혈은 너무 크다”며 “당초 여론의 지지를 받던 의대 정원 증원 문제도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자 국민의 피로감이 커져 여당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 결과에 따라 한동훈 위원장의 위상과 거취가 정해지겠지만, 차기 대선까지 가는 길에서도 용산과 여당의 갈등은 계속 분출될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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