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상대할 쿠팡 무기는 ‘와우’…‘5無’ 혜택에 드라이브 걸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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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3조원 투입해 물류센터 착공·설비 투자…전국 ‘쿠세권’ 구축
쇼핑-OTT-배달 앱 아우르는 통합 멤버십 혜택 부각
지역 경제·일자리 키워드 강조…이커머스 1위 ‘굳히기’ 나서나

최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물류센터 설립을 예고하는 등 공격적으로 발을 넓혀가는 가운데, 쿠팡이 ‘전 국민 로켓배송’을 추진한다고 27일 밝혔다. 신규 풀필먼트센터(FC) 확장과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전 국민이 로켓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국에 ‘쿠세권’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쿠팡은 배달 앱 쿠팡이츠에 ‘배달비 무료’ 혜택을 도입하는 등 쇼핑-OTT-배달 앱을 아우르는 멤버십 혜택에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월간이용자수(MAU) 2위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온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파격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쿠팡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는 시각이 나온다. 쿠세권이 확장될 경우, 현재 1400만이 넘는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도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초저가’ 알리에 대응하는 쿠팡의 무기는 ‘멤버십’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쿠팡 배송 차량. ⓒ연합뉴스
쿠팡은 2027년까지 230여 곳의 시군구에서, 5000만 명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27일 밝혔다. ⓒ연합뉴스

“5000만 명에 로켓배송”…고령화·인구감소 지역 포함

쿠팡은 3년 안에 전국을 쿠세권으로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쿠팡은 이날 “FC 운영 등을 위한 신규 착공·설비 투자 추진을 통해 2027년까지 사실상 ‘전 국민 100% 무료 로켓배송’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현재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행하고 있는 지역은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이다. 쿠팡은 2027년까지 230여 곳의 시군구에서, 5000만 명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이를 위해 2026년까지 경상북도 김천, 충청북도 제천, 부산, 경기도 이천, 충청남도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등에 FC 운영을 위한 착공 및 투자를 추진한다. 이중 광주와 대전의 경우, 올해 물류시설 투자를 마무리하고 운영을 시작하게 된다. 

특히 강조하는 키워드는 ‘지역 경제’와 ‘일자리’다. 쿠팡은 자사가 ‘지역 소멸’이라는 한국의 사회적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도 강원도 삼척과 경북 안동 등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까지 배송 지역을 늘리면서 ‘식품 사막 지역’의 문제를 해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은 대부분의 이커머스 물류센터가 인구와 수요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것과 달리, 자사의 물류망은 소도시나 인구감소 지역까지 뻗어 나가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쿠팡의 이번 계획에도 인구감소 지역들이 포함됐다. 특히 경북 봉화나 전남 고흥, 경남 합천, 경북 의성 등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높은 고령화 지역과 이미 인구 3만 명 선이 무너진 전남 구례와 곡성, 경북 영양을 비롯해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들을 모두 로켓배송의 도착 범위에 포함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쿠팡은 자사가 ‘지역 소멸’이라는 한국의 사회적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쿠팡 제공

FC를 통해 수백~수천 명의 고용을 진행하면서 청년들도 지역으로 불러들인다는 계획이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쿠팡의 전체 직원 중 19~34세 청년의 비중은 30% 이상이다. 지난 2021년 문을 연 경남 창원 FC의 경우 전체 고용 인원은 2500여 명으로, 상당수가 창원 지역에서 거주하는 청년층이라는 설명이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쿠세권 확대는 신규 고용을 늘리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방 ‘식료품 사막’의 로켓배송 활성화는 고령화와 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거주 매력도를 높여 지역균형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에서는 알리와 테무 등 ‘초저가’를 무기로 내세운 중국 이커머스 공세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커머스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쿠팡이 대대적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알리는 올해 안에 국내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알리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그룹은 최근 한국에서의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3년 간 11억 달러(약 1조4470억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사업 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90일 내 직구 상품에 대한 ‘100% 환불’ 등을 추진하고, 고객 서비스센터를 통해 소비자 불만 해소에도 나선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3년 안에 전국을 쿠세권으로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쿠팡 제공

멤버십 자체가 쿠팡의 ‘과제’…혜택 강조하는 배경은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멤버십 혜택’이다. 일명 ‘5無’ 혜택에 힘을 주면서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차별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쿠팡은 로켓와우 회원 혜택으로 무료배송·무료교환반품·무료직구와 자체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쿠팡플레이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하나의 ‘무료’ 혜택을 추가했다. 음식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에 도입한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다.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는 쿠팡이 기존에 로켓와우 회원에게 제공하던 ‘음식값 10% 할인 혜택’을 전환한 것이다. ‘배달비 0원’은 비슷한 주문을 묶어 이동하는 ‘묶음 배달’에만 해당되는 서비스지만, 로켓와우 회원들은 이를 멤버십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추가적 ‘무료 혜택’으로 체감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이를 통해 멤버십 회원이 쇼핑-OTT-배달 앱 전반에 걸쳐 누릴 수 있는 5개의 무료 혜택을 완성한 셈이다.

로켓와우 멤버십 활성화는 쿠팡의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초저가’를 내세운 알리와 ‘로켓배송’을 강조하는 쿠팡의 전략은 겹치지 않는다. 그러나 알리가 한국에 물류센터를 설립한 뒤 공격적으로 카테고리 확장에 나설 경우, 쿠팡은 매출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쿠팡은 이미 1400만 명이라는 회원 수를 확보한 상황에서, ‘성장’과 ‘정체’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쿠팡이 ‘쿠세권’ 확대를 추진하고, 로켓와우 회원의 무료 혜택을 강조하는 것은 모두 멤버십 활성화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현재 쿠팡의 과제는 ‘신규 회원 유입’과 ‘구독자 락인’을 동시에 해내는 것”이라며 “그동안 거주 지역이 쿠세권이 아니어서 쿠팡에 가입하지 않았던 이용자들을 새로 유입시키기 위해 새로운 지역 물류센터에 투자하고, 기존의 멤버십 구독자를 지키기 위해 무료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현재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로켓와우 회원들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중요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쿠팡은 스포츠나 오리지널 콘텐츠 등에도 투자를 이어가면서 OTT에도 경쟁력을 부여하고, 멤버십 수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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