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부는 사외이사 女風…‘설계사 조직’ 보험사는 모르쇠?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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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보험사 10곳, 여성 신규 사외이사 선임 ‘0’
금융지주 4곳 중 2곳은 이사회 의장에 여성 임명
“女 전문가 풀 한정…인력 수요는 늘어 쉽지 않아”

금융권 ‘슈퍼 주총’ 시즌도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남성에 치중돼 있는 보험사 이사회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3곳은 신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동시에 2곳은 이사회 의장에 여성을 임명했다. 반면 올해 주총에서 보험사들의 여성 신규 사외이사 선임은 없다. 이에 보험사들이 성별 다양성 개선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장 보험사 중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상장 보험사 중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자본시장법 개정에도 문턱 높은 보험사 이사회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보험사 10곳 중 지난 20일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삼성생명,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6곳이 주총을 마쳤다. 오는 28일과 29일엔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등이 주총 개최를 앞두고 있다.

주총 안건으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대거 올라온 가운데 상장 보험사 중 이번 주총에서 신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은 3명의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흥국화재는 사외이사 3명 중 2명을 교체한다. 롯데손해보험은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이사회 의장을, 미래에셋생명은 김혜성 국제손해사정 고문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의 여성 신규 사외이사 추천 안건은 없다. 다만 한화생명과 DB손보의 경우 기존 여성 사외이사를 재선임한 상태다.

이에 따라 상장 보험사의 여성 사외이사는 9명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들 중 삼성화재만 유일하게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보험사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24.3%에서 23%로 줄었다. DB손해보험이 사외이사를 2명 증원한 영향이다.

2022년 8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은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과거 보험사 이사회는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경우가 대다수였던 터라 개정안 시행 이후 여성의 이사진 합류가 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화재가 김소영 전 대법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을 제외하곤 상장 보험사에서 여성 사외이사 추가 영입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자산총액 2조원 기준에 미달하는 롯데손해보험과 흥국화재는 여전히 사외이사를 전원 남성으로 구성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6일 임시 이사회에서 윤재원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윤 의장은 역대 신한금융 이사회의 두 번째 여성 의장이다. ⓒ신한금융 제공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6일 임시 이사회에서 윤재원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윤 의장은 역대 신한금융 이사회의 두 번째 여성 의장이다. ⓒ신한금융 제공

임직원도 설계사도 여성 多…“전문가 인력풀 한계 있어”

이는 금융지주 이사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해 주총에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3곳은 모두 여성 사외이사를 1명씩 새로 선임했다. 신규 선임이 없는 KB금융지주는 이미 3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 의장을 여성으로 내세우며 ‘구색 맞추기’ 비판도 벗어나는 모습이다. 신한금융은 전날 주총에서 윤재원 사외이사(홍익대 경영대 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역대 두 번째 여성 이사회 의장이다. KB금융도 지난 22일 권선주 사외이사(전 IBK기업은행장)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지주 설립 이후 최초의 여성 의장이다.

이에 4대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는 7명에서 10명으로 증가했고, 전체 사외이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3%에서 31.3%로 늘었다. 여전히 글로벌 금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 이사 비중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웰스파고(38.5%), 뱅크오브아메리카(35.7%) 등 글로벌 금융사의 여성 이사 비율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흐름에 비춰봤을 때 보험사들도 다양성 개선에 고삐를 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험사 임직원의 여성 비중이 높은 만큼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각 상장 보험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임직원 가운데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곳은 6곳으로 절반이 넘었다. 한화손보의 경우 전체 임직원 3057명 중 여성이 1856명으로 60.7%를 차지했다. 임직원 10명 중 6명이 여성이다. DB손보도 여성 임직원 수가 2731명으로 남성 임직원(1966명)보다 750명 이상 많았다.

보험사 판매 영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설계사 인력 대부분도 여성인 상황이다. 2022년 기준 생명보험협회에 등록된 보험설계사 7만8892명 가운데 여성 설계사는 6만1458명, 남성 설계사는 1만7434명으로 집계됐다. 여성 설계사가 남성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보험사들도 개선의 노력은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성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업권에 여성 전문가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인력 수요는 많아진 탓에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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