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벽 ‘30·40대, 화이트칼라’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6.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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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여론조사에서 평균보다 낮은 지지율 보여…“내년 대선 때 야당 후보 찍겠다”도 다수
▲ 박근혜 전 대표 ⓒ시사저널 유장훈

지난 4월27일 경기도 성남 분당 을 지역 재·보궐 선거 결과는 ‘넥타이 부대’로 대표되는 30·40대 직장인이 좌우했다. 이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퇴근 시간 뒤인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투표한 1만5천명의 유권자에 의해 최종 승리를 거두었다.  

분당 을의 경우처럼 최근 30·40대 연령층의 지지가 야권으로 쏠리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경제’에 방점을 찍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던 30·40대가 이제는 야당 지지 성향을 분명히 드러내는 중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난 분당 을의 선거 결과를 분석하면서 “40대에 이르면 실리 투표를 하는 연령 효과가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 40대에서는 이런 연령 효과보다 과거 386세대로서 자신들이 젊었을 때 경험했던 민주화 투쟁의 연속 선상에서 이념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이 각 권역별로 실시한 지역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부산·울산·경남(PK), 충청·강원, 호남·제주에 이어 이번 대구·경북(TK)에서도 대권 주자 지지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특히 TK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51.7%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나타났다. 그런 박 전 대표에게도 30·40대층과 화이트칼라층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대이다. <시사저널>의 권역별 여론조사 결과를 정리해보면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PK에서 얻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44.5 %이다. 하지만 30대(40.9%)와 40대(38.0%)에서는 평균 지지율보다 낮고 화이트칼라 계층(33.4%)에서도 마찬가지다. 충청 역시 PK와 비슷하다. 폭이 더 클 뿐이다. 박 전 대표의 이 지역 지지율(41.4%)보다 30대(27.9%), 40대(34.8%), 화이트칼라(34.2%)의 지지율은 더욱 낮다. 박 전 대표가 견고한 지지 기반을 자랑하는 TK 지역 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추세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30대(47.9%), 40대(40.0%), 화이트칼라(42.7%)는 역시 전체 지지율보다 적은 숫자를 나타낸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영향 큰 듯

반면 30·40대 그리고 화이트칼라는 다음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이 분명한 계층으로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PK에서는 30대(24.5%<31.6%), 40대(24.8%<29.5%), 화이트칼라(25.9%<39.9%) 모두 차기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이 더욱 많았다. 매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권은 그 징후가 더욱 뚜렷하다. 30대(14.8%<72.7%), 40대(17.9%<63.3%), 화이트칼라(20.7%<70.9%)의 야당 후보 지지 의사가 압도적으로 강하다. 충청의 변화는 박 전 대표에게도 고민거리가 된다. 이 지역은 그동안 박 전 대표의 전국 지지율보다 매번 높게 나오던 곳으로 TK와 함께 지지율 상승의 일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反)여권 정서가 다른 어떤 지역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지금 30·40대와 화이트칼라에게 박 전 대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한 정치 전문 컨설턴트는 그 이유를 ‘아버지’에게서 찾는다. “30·40대 직장인들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상대적으로 더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 1월 <시사저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들이 그 이유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답한 지목률은 12.2%로, ‘다른 후보 지지’ ‘여성이기 때문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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