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소 용역사 대금 미지급’ 논란 휩싸인 호반건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12.17 15:50
  • 호수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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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솜리조트 인수하면 성공보수 준다더니…약속한 보수 깎는 ‘대금 후려치기’

중견 건설회사인 호반건설이 리솜리조트(현 호반호텔앤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갑질을 한 의혹이 제기됐다. 호반건설이 중소 용역업체에 리솜리조트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회원 동의 작업을 맡긴 것이 단초였다. 호반건설은 인수에 성공한 뒤 약속한 성공보수 지급을 거절했다. 명확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위는 호반건설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인수를 반대하는 회원들에게 용역 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알려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용역업체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자 호반건설은 약속한 보수를 절반 이하로 깎아버리는 등 이른바 ‘대금 후려치기’마저 시도하면서 양사의 갈등은 한층 깊어졌다.

 

ⓒ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자사 편의 위해 계약서 안 쓰고 용역 요청

호반건설이 인수한 리솜리조트는 ‘고급’과 ‘휴양’ 콘셉트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곳이다. 리솜오션캐슬(충남 태안)·리솜스파캐슬(충남 덕산)·리솜포레스트(충북 제천) 등 3곳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리솜리조트는 2012년부터 적자 행진을 이어오다 2014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호반건설은 리솜리조트 입찰에 단독 참여해 올해 2월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인수대금은 2500억원이었다. 이 자금은 금융채무 변제(1050억원)와 시설투자금(1450억원)에 사용될 계획으로 알려졌다.

용역업체인 C사는 이 무렵 리솜리조트 관리인(법무법인 현우)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회원 동의를 위한 용역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현행법상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해서는 회원 채권 66.7%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호반건설은 8월31일 관계인집회 전까지는 회원 동의율을 충족시켜야 했다. 여기에 실패하면 호반건설의 인수예정자 지위는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리솜리조트는 회원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예상돼 왔다. 전체 회원이 9800여 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동양 사태(채권자 수 3만7000여 명)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리솜리조트는 회생전담팀을 구성해 대응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C사는 이때 법무법인 현우에 용역업 참여 의사를 밝히고 제안서를 전달했다.

현우로부터 다시 연락이 온 건 호반건설이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4월이다. 현우는 복수의 용역업체들 가운데 C사를 최종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우는 C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회생법원에 허가를 구했다. 당시 법원에 제출된 용역계약서에는 현우가 C사에 관계인집회의 필요 동의율 확보를 위해 위임장을 징구하는 업무를 위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대가로 C사는 리솜리조트로부터 매달 3200만원의 기본보수를 지급받기로 했고, 회생계획안 인가 시 성공보수로는 7억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계약은 결국 무산됐다. 회생법원 주심판사가 용역계약에 제동을 걸면서다.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수에 반대하는 회원들에게 알려질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리솜리조트는 물론 호반건설도 용역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5월8일 호반건설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사무실에서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엔 김앤장과 매각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 현우, C사 등의 관계자 5명이 참석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용역업무를 수행하는 방안이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C사는 당초 호반 측에 이면계약서를 요구했다. 성공보수 지급을 확약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계약서는 작성해 주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유는 법원과 같았다. 계약 내용의 외부 유출을 경계해서다. 그러나 이날 김앤장과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C사에 계약서를 써줄 수 없다는 점에 양해를 구하며 업무를 성실히 해 달라는 호반건설의 요청을 전달했다. 또 호반건설에서 법원에 제출된 용역계약서상 금액을 인지하고 있으며, 대금 지급을 보장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다음은 이날 대화 녹취록에 담긴 발언들이다.

“김 회장님(김상열 호반건설 회장)한테 보고가 됐고 회장님도 그렇게 하자, 이런 내락은 받아냈어요. 그런데 그러면 그쪽에서 확약서나 이런 거 하나 써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혹시 모르지만 이게 외부로 알려져서 뭐 사회적인 파장이 생겼을 때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삼일회계법인 관계자)

“저희도 (호반건설로부터) 들은 바가 같습니다. 서비스를 해 달라. 적극적으로 도와달라. 잘되고 나면 그 계약 내용(법원에 제출된 용역계약서)대로, 지금 뭐 착수금(기본보수)만 있는 계약이지만 나머지 금액(성공보수) 주는 것에 대해서 전혀 이견이 없다는 게 저희도 들은 내용이고요.”(김앤장 변호사)

“지금 호반에서는 업무하는 거에 대해서 이견 없고, 금액적인 것도 이미 알고 있으세요. 금액도 조정이 어렵다는 거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계약대로 하고 그다음에 뭐 끝나고 난 이후에 그거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계약을 체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 양해를 해 달라는 말씀이 있으셨고요. 인수 이후에 이행에 대한 부분은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되지 않을까요.”(김앤장 회계사) 

 

호반건설은 리솜리조트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리조트 사업에 진출했다. ⓒ 뉴시스

 

리솜리조트에 별도 사무실 마련해 용역 시작

C사는 이날 기여도와 무관하게 성공보수를 지급받기로 했다. 주요 업무가 리솜리조트 회생전담팀이 회원들로부터 위임장을 효율적으로 징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어서 기여도를 수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C사는 이날 회의 직후 직원 9명을 리솜리조트에 별도로 마련된 사무실에 투입,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들은 리솜리조트와 개별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해 근무하는 형태로 업무를 시작했다. 계약서상 명시된 ‘기본보수’는 리솜리조트로부터 월급 형태로 지급받았다.

C사의 ‘리솜리조트 용역업무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회원권 유통시장 내 소통 업무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전국 상위 26개 회원권거래소에 호반건설 회생계획안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작업을 벌였다. 호반건설의 안정성과 인수 후 비전 및 투자계획도 설명했다. 회원들의 신뢰도가 높은 회원권거래소를 통해 긍정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언론을 통해 이런 내용들이 기사화될 수 있도록 작업을 벌이는가 하면, 관련 내용을 온라인에 노출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안내 동영상과 모바일용 안내문, 안내책자 등을 제작해 회원들에게 배포하는 작업도 벌였다. C사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장에서 리솜리조트 회원권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리솜리조트에서 회생전담팀 위임장 징구를 포기한 이른바 ‘악성회원’을 관리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부동의·전화거절·연락불가 등의 이유로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회원들의 인적사항을 넘겨받아 이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동의를 이끌어냈다. C사가 관계인집회 전까지 받아낸 회원 동의는 채권액 기준 115억원을 상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C사는 인수를 반대하는 회원들이나 단체들의 동향을 주시하는 업무까지 도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관계인집회가 열린 8월31일, 호반건설은 리솜리조트를 품에 안았다. 회원 채권 78.5%의 동의를 얻어내며 회생계획이 인가된 것이다. 그러나 이후 호반건설이 자신들을 ‘투명인간’ 취급했다는 것이 C사의 주장이다. 급기야 호반건설은 성공보수 지급도 거절했다. 명확한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호반건설은 증명이 가능한 실비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겠다고도 했다. C사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호반건설 법무팀은 성공보수로 2억원만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를 받아들이기 싫으면 소송을 제기하라며 엄포를 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반건설 “현재 C사와 협의 진행 중”

이는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대금 후려치기’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막대한 법조 비용과 소송에 들어가는 기간, 향후 거래관계 등을 고려해 대기업의 부당한 대금 인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호반건설의 이런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5년에는 하청업체들을 상대로 대금 후려치기를 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 철퇴를 맞기도 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시사저널의 취재 이후 C사와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정확한 금액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지만 C사 측과 원만한 합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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