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靑통③] 대통령은 왜 비판에 꿈쩍 안 할까
  • 김종일·이민우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4 08:00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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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에, “靑 키우지 말고 정당 자원 적극 활용해야” 대안도

2017년 7월13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국민의당에 보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실언에 대해 사과했다.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던 국민의당은 청와대의 유감 표명을 수용하고 국회 복귀를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포기’도 했다. 음주운전 논란 등에 휘말렸던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포기하며 야당에 ‘공간’을 열어줬다. 그렇게 국회 정상화의 물꼬가 트였다. 

2018년 12월27일, 문 대통령은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의 연내 통과를 위해 조국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결단에 국회는 연말 ‘빈손 국회’ 처지를 가까스로 면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 비쟁점 법안 90여 건도 함께 처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31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31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文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한 약속

문 대통령은 국회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면 이렇듯 정치적 양보를 결행했다. 여야의 극한대치를 풀기 위해 대신 사과도 하고, 양보도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밝힌 국민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키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했다. 

이런 국정철학 토대 위에 존재하는 문재인 정부가 정작 끊임없이 만사청통(萬事靑通·모든 일은 청와대로 통한다)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야당과 언론만의 문제제기도 아니다. 여당은 물론 학계에서도 이런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치학자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제기한 ‘청와대 정부’가 대표적이다. ‘청와대 정부’는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권한이 집중돼 내각과 의회가 허수아비에 머물러버리는 구조를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를 주창한 문 대통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각과 여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은 사실 예사롭지 않다. 각종 정치적 현안과 거대 이슈들에 대한 결정은 거의 전적으로 청와대 몫이고, 당의 자율적이고 주도적 결정은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2017년 장성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 행정관과 육군참모총장의 외부 만남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청와대 정부’ 프레임은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야당의 공세 중에 ‘청와대 정부’만큼 꾸준히 먹혀 들어가고 있는 유효타도 찾기 어렵다. 

그런데 정작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에 대해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시사저널이 청와대와 민주당, 정부 핵심 관계자들을 두루 취재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문 대통령과 그 핵심 참모들은 지금의 청와대 구조는 제한된 임기 안에 국정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대통령 입장에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청와대가 국정운영의 중심을 잡지 않고선 ‘여소야대’의 국회 구성상 개혁동력을 끌고 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야권을 포함한 모든 정치세력과 국민들은 대부분의 정치적 요구를 관철시킬 대상으로 청와대와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만 상대하려는 야당이 ‘청와대 정부’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반박한다. 

학계엔 ‘청와대 정부’가 현재 구조 속 대통령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와대 정부’는 정당 책임 정부라는 현대 대의정부의 운영원리엔 맞지 않지만 제한된 임기 안에 국정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대통령 입장에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관료조직의 저항, 여당의 비협조, 의회관계의 비예측성, 여론의 비일관성 등 대통령이 재임 중 부닥치는 온갖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 주변으로의 집권화는 대통령에게 어쩌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강한 청와대’는 당연한 선택이 된다. 이런 이유로 돌을 맞는다면, 맞으며 가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만 유독 ‘청와대 정부’의 성격이 강할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 역대 정권은 모두 동일한 비판에 시달려왔다. 그렇다면 한국 대통령제의 특수성 아닐까. 청와대와 국회를 두루 거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 기고를 통해 한국의 대통령제 시스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직은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선출된 대의권력’이면서 ‘집행부의 수장’이다. 따라서 ‘민주적 대의’와 ‘효율적 집행’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통령 정부의 양면성은 지난 30년 동안 우리 헌정 현실에서도 일관되게 반복되고 있다. 대의권력으로 출발해 집행부 수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게 되는 것이 대통령 정부의 딜레마다.”

대통령 정부가 대의성보다 집행성이 강해지는 걸 막고 관료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부터 대통령·청와대와 입법부 국회의 입장이 갈린다. 사실 양측 모두 ‘정당 중심의 국정 운영’을 말한다. 바로 문 대통령이 약속한 ‘민주당 정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를 내야 할 대통령은 신 교수가 지적한 ‘관료조직의 저항, 여당의 비협조, 의회관계의 비예측성, 여론의 비일관성’과 같은 불확실성에 부딪히게 된다. 처음에는 내각에 의지하지만 내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성과가 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보조기관인 대통령 비서실의 규모와 역할이 커진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정부’라 비판받는 이유다. 

문제는 ‘청와대 정부’란 비판처럼 대통령 비서실은 대의성을 갖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청와대가 커지면 대의성보다 집행성이 강해진다. 집행성이 강해지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기 십상이다. 최근 청와대발 사건·사고가 그 증거다. 


‘청와대 정부’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 되기 쉬워

대안은 뭘까. ‘민주당 정부’의 자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원론적 정답이 있다. 김종민 의원은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을 기반으로, 그 정당의 자원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정무적 지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을 직접 확대하기보단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정무적 자원으로 행정부의 정무직 시스템을 구성해 관료조직의 정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고한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더 담대한 주장을 펼친다. 먼저 국무조정실 핵심 직위에 ‘어공’을 대거 임명하거나, 이들을 ‘어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제안은 일종의 ‘공공부문 환류 시스템’ 도입이다. 행정고시 출신 고위공무원단이 승진을 하려면 일정한 리스크를 지고 정당의 정책전문위원으로 들어간다. 정당의 선거 승리를 돕고, 집권 후엔 집권당의 정책을 집행하는 핵심 역할을 부처나 청와대에서 수행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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