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골퍼’ 이정은 “5년 연속 LPGA 신인왕 잇겠다”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9 10:00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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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LPGA투어 유력 신인왕 후보, “좋은 성적 내는 게 최고의 효도”
휠체어 타고 운전해 주는 아버지에 대한 보답은 ‘골프로 성공하는 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Q스쿨 시리즈에서 수석합격하고 미국에 진출하는 ‘효녀 식스’ 이정은6(23·대방건설)이 신인왕을 이어갈 것인가.

일단 가능성이 높다. 새해 들어 LPGA 인터넷 홈페이지에 미국 골프 전문기자 3명의 2019 시즌 전망이 게재됐는데, AP통신 기자 출신으로 골프 전문매체에서 일한 론 시라크 기자는 이정은을 올 시즌 LPGA투어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꼽았다.   

이정은도 “올해의 선수상과 같은 목표는 너무 크게 느껴져서 일단 주위에서 많은 관심을 주시는 5년 연속 한국 선수 신인상을 목표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 AP 연합
ⓒ AP 연합

“효도 위해선 좋은 성적 내는 게 최우선”

한국은 LPGA투어에서 2015년 김세영(26·미래에셋), 2016년 전인지(25·KB금융그룹), 2017년 박성현(26), 2018년 고진영(24·하이트) 등이 연속해서 신인상을 차지했다.

이정은의 부모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 골프레슨을 하는 부친의 추천으로 9살에 골프클럽을 처음 잡았다. 체격조건이 좋았다. 파워도 있고, 초등학교 6학년 때 163cm로 키도 큰 편이었다. 현재는 171cm다. 이 때문에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 그런데 5학년 때 골프가 너무 싫어서 그만뒀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클럽을 손에 쥐었다. 다시 골프를 한 이유는 진로를 고민하다가 그래도 잘하는 것이 골프였기에 ‘나중에 레슨프로가 돼서 돈을 벌어야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정은에게는 ‘절실함’이 있었다. 이 때문에 ‘죽기 살기’로 골프에 매달렸다. 퍼트에만 하루에 12시간씩 집중한 것만 봐도 그는 골프를 제대로 짚었다. ‘퍼트가 돈’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다.

특히 그가 4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된 아버지(이정호씨)가 휠체어를 타고 운전해 주는 것에 대한 보답은 ‘골프로 성공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휠체어를 타고 응원해 주는 아버지를 보면 정신이 번쩍 납니다. 효도하기 위해서는 제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최우선이라 생각했죠.” 

주니어 시절 이미 그는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호심배 아마추어선수권에서 2연패한 데 이어 2015년 국가대표 시절에 제28회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골프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해 점프투어에서 우승한 뒤 2016년 정규투어에 합류했다. 같은 해 우승 없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인상을 차지했다. 

2017년 KLPGA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정규 대회 첫 우승에 이어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한 시즌 4승으로 상금왕에 올랐다. 2018년 KLPGA투어 한화클래식과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2승을 거두며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특히 그는 2017년 역대 최초로 6관왕(상금·대상·평균타수·다승·인기상·베스트플레이어)에 이어 2018년에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국내 투어를 병행하느라 KLPGA투어를 10개밖에 출전하지 못하고도 상금왕(9억5764만원)과 평균타수(69.87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국내를 평정한 그는 ‘보다 큰물에서 놀자’고 늘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마음에 걸렸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은 어머니를 두고 미국에 간다는 것이 그리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그가 Q스쿨에 합격하고도 선뜻 미국행을 결심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다.

“제가 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을 때 8일간 레이스를 펼치는 Q스쿨 기회가 와서 일단 테스트는 해 봤죠. 하지만 LPGA투어 진출 목표를 세우지 못했어요. 미국에 가게 되면 준비할 것이 많아 너무 힘들 것 같다고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에 대한 걱정도 컸죠.”


“‘정은’ 발음 어려워 ‘식스’로 불러주면 편해”

그러다가 새 매니지먼트사 브라보앤뉴(대표 장상진)를 만난 데다 박인비(31·KB금융그룹) 등 이 회사에서 관리를 받는 선수들이 많은 조언을 해 주면서 마음을 바꿨다. 이왕에 갈 바에야 기회가 왔을 때 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12월부터 영어공부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중이다.

그가 미국에 가면 어떤 이름으로 불릴까. 이미 이정은5(31·교촌F&B)가 LPGA투어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정은6은 국내 선수 중 ‘이정은’이라는 이름의 프로골퍼 중 여섯 번째. 그래서 닉네임이 ‘핫 식스(hot six)’로 불린다. 
“사실은 LPGA투어를 뛰면서 제가 영어를 잘 못해 외국 선수들과 대화를 한 적이 거의 없어요. 그냥 한국 언니들이 ‘식스’라고 불러주셨는데 ‘정은’ 발음이 외국 선수들에게 무척 어렵지 않을까요. 이 때문에 ‘식스’라고 불러주면 재미있고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 신체적 조건과 멘털이 조화를 잘 이룬다. 무엇보다 스윙을 잡아주는 하체가 탄탄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하체 근육이 남들보다 잘 붙는다. 재미난 사실은 허벅지가 두꺼워 맞는 바지를 찾기 힘들 정도여서 허벅지에 맞는 바지를 고른 뒤 허리 부분을 줄여서 입는다고 한다. 그의 멘털은 놀랍도록 강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샷을 하기 전에 몸으로 ‘루틴’을 한다. 하지만 그는 몸보다는 머릿속부터 집중하는 특별한 ‘멘털 루틴’으로 시작한다는 얘기다.  

호주 출신의 20년 베테랑 캐디 애덤 우드워드와 호흡을 맞춘다. 또한 헬스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레슨 코치는 미국 현지인을 물색 중이다. 1월15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보름 동안 샷 점검을 하는 이정은은 첫 대회를 2월 호주에서 열리는 호주여자오픈으로 잡았다.

국내 대회는 그가 입고 있는 옷 회사인 ‘크리스F&C’의 팬텀오픈과 작년에 우승한 KB금융, 한화클래식에 출전할 예정이다. 우승한다면 3번이나 출전한 경험이 있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과 우승상금이 가장 많은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하고 싶다는 이정은이 LPGA투어에서 우승과 신인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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