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④] ‘노량진 컵밥거리’, 단속 대신 상생으로 갈등 해법 찾아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0 10:42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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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대화만 60차례로 ‘신선한 해법’ 찾아내
실효성 없는 단속과 철거, 노점상 재개로 이어지는 악순환 끊어

좁은 인도에 무질서하게 자리 잡은 거리가게(노점)는 각종 민원의 집합소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생계가 달린 생존권과 시민들의 보행권·재산권 등을 위협하는 불법 사이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실효성 없는 단속과 철거, 노점 활동 재개로 이어지는 악순환만 되풀이해 왔다. 특히 문제 해결을 ‘법’에만 의존하다 보니, 갈등은 더욱 극한으로 치달았다. 

동작구의 ‘상생하는 거리가게’ 정책으로 최근 재단장한 서울 동작구 이수사계길(오른쪽)과 이전의 모습 ⓒ 동작구청
동작구의 ‘상생하는 거리가게’ 정책으로 최근 재단장한 서울 동작구 이수사계길(오른쪽)과 이전의 모습 ⓒ 동작구청

서울 동작구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신선한 해법’을 찾아내 거리가게 정책의 선도 모델을 만든 지자체다. 2015년 ‘노량진 컵밥거리’ 이전을 둘러싼 갈등을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뤄냈다. 또한 최근 하루 8만 명의 유동인구가 몰려드는 서울 지하철 이수역 일대에 어지럽게 늘어서 있던 노점들도 정비한 후 ‘이수사계길’이라는 이름을 짓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강제철거와 용역깡패로 상징되는 갈등은 없었다. 

비결은 ‘규제 대신 소통, 단속 대신 상생’으로 해법을 찾은 동작구의 접근방식에 있었다. 동작구는 이수사계길 조성을 위해 우선 주민과 노점 주인, 인근 상인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70%를 넘자 본격적으로 거리가게 조성을 추진했다. 또한 2016년 9월부터 1년4개월간 노점 상인들과 60여 차례에 걸쳐 간담회·회의를 열어 꾸준히 협의했다. 

확실한 원칙도 세웠다. 기존의 노점 51개를 24개로 줄이는 과정에서 재산조회 등을 통해 기업형 노점은 사전에 배제했다. 주류, 신발 등 공산품 업종도 퇴출시켰다. 이 과정에서 동작구는 소통을 통해 노점 대표들에게 자율 축소를 유도했다. 이수사계길 조성 사업 규모는 총 6억5000만원. 크지 않은 투자액으로 상생의 거리 확보라는 큰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수사계길의 성공적 조성엔 앞선 ‘노량진 컵밥거리’ 사업 경험이 큰 힘이 됐다. ‘기업형 거리가게는 불가, 생계형 거리가게는 상생’이라는 동작형 대원칙이 마련된 것도 그때였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동작구 거리가게는 지역 주민과 거리가게 상인이 함께 소통해 이뤄낸 결과”라며 “앞으로 거리가게 운영규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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