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공항 건설과 활성화 논의, 순서가 잘못됐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8 08:00
  • 호수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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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공항은 항공기 ‘거점’ 아닌 관광 연결 ‘허브’”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지방공항은 14곳이다. 2018년 김포와 김해, 제주, 대구를 제외한 지방공항 10곳이 적자를 냈다. 대부분의 지방공항이 개항 이래 계속된 적자 상태로 애물단지 신세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개항한 무안공항은 텅 빈 활주로에 고추를 말리는 장면이 알려지면서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오명을 얻었고, ‘영동권 허브 공항’이라는 거창한 취지로 만들어진 양양공항은 2017년 119억원에 이어 지난해 131억원의 적자를 냈다.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항상 거론되는 것은 지역 관광의 발굴이다. 지방공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그중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정부가 수차례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수요를 늘리려 했지만, 아직까지 지방공항들이 적자 상태를 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우리나라 대표 관광전문가이자 한국관광학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에게 물었다. 이 교수는 “지방공항을 건설한 후 활성화 논의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건설 이전에 충분한 타당성 검토와 활성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공항은 단순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곳이 아닌, 관광을 연결하는 ‘허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지방공항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공항을 비롯한 인프라 확대가 관광에 있어 다양한 파급효과를 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전제다. 인프라를 만들고 활성화하려는 순서가 잘못됐다. 공항 활성화 계획 및 이용객 증가에 대해 충분한 사전준비가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 인프라 필요성 위주로 건설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전에 공항이 필요할지, KTX 등 철도 연결이 주효할지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아직도 적자 상태에 놓여 있는 곳이 많다.

“지방공항이 만들어지는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이다. 정치적 이슈가 있을 수도 있고,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요구도 있다. 다양한 요구가 있겠지만 그 이유 때문에 건설을 하고 나서 활성화할 방안을 자꾸만 찾는 것인지, 지방공항 자체가 필요한 상태에서 건설하는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건설할 필요성이 있다면 어떻게 활용하고 활성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까지도 사전에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개발 후 활성화 논의를 하는 것은 당연히 한계가 있다.”

정부가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TF를 구성하기도 했는데.

“정부가 지금이라도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활성화에 필요한 것은 국내 여행객과 외래객 방문율 증가다. 아마 단기적으로 효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관광시장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세밀하게 조사를 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밖에 안 걸리는 양양공항보다, KTX가 놓인 강릉 방문객이 많다. 방문객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하고 싶어 하는지 먼저 조사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새만금신공항 사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방공항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새만금 갯벌을 생태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훼손한 사업 자체의 아쉬움도 있다. 인프라 우선 전략은 문제다.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과연 공항이 필요한 것인지, KTX와 같은 철도 활성화가 나을 것인지 등을 정교하게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공항이 왜 필요한지, 어떤 사람들이 이용할 것인지, 어느 시기에 공항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해 설득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관광산업의 선행 과제는 ‘수요 예측’이다. 그러나 KTX 개통 영향권에 있는 공항의 이용객이 급감하는 것을 보면 제대로 수요 예측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고령화 시대의 사람들은 철도 등 안전성이 높고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교통수단을 선호한다. 관광심리학에서 자가용은 즉흥성, 비행기는 신속성, 철도는 안전성의 심리와 연결돼 있다. 사실 관광 효과는 KTX가 더 크다. 강릉과 여수는 KTX라는 인프라가 깔린 효과를 단단히 보고 있다. 향후 인구구조의 변화와 외래객 방문의 트렌드가 수요 예측 과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지방공항들이 하고 있다고 보나.

“아직은 부족하다. 그러나 향후 외래객이 지방공항을 이용해 지역 관광 중심으로 여행 패턴을 꾸릴 경우에는 달라질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격 정책과 관광지 연계 전략 등이 필요하다.”

국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테마여행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일부 성과는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관광 인프라를 조성한 후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순서가 너무 고착화돼 있다. 외래객이 오면서 부족했던 점을 자연스럽게 인프라와 연결시키는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외국인 관광객의 지방 방문 비중은 아직도 낮다.

“지방공항으로 들어오더라도 대부분 차량으로 서울로 이동하고, 서울에서 출국하는 형태다. 공항 개발보다는 정기노선의 철도, 버스, 렌터카 등 교통수단을 통해 주요 관광지를 연계해야 하고, 공항 간의 연계도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지역공항들이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가 잘돼 있어 지방 관광이 활성화됐다.”

일본의 경우 지방공항이 노선을 공격적으로 유치하고, 정부도 보조금을 파격적으로 지원한다. 저비용 항공사(LCC)의 활성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LCC 활용이 공항 활성화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다. 유럽 등도 지방공항을 이용하는 데 LCC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KTX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공항이 활성화될 수 있다. 관광 다양화를 위해 비행기뿐 아니라, 헬기나 전용기 등 다양한 기종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에도 전용기로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잠실에서 헬기가 운영된 적도 있다. 드론을 이용해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향후의 공항은 교통수단의 경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어를 이용하는 공간으로서 가치도 지녀야 한다.” 

항공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항공기에서 내려 어떻게 관광지로 이동할 수 있을지다. ‘연계 교통’이다. 지방 관광의 핵심은 지역 내 관광지 간 연계다. 현재로서는 렌터카 등을 활성화하는 전략이 필요한데, ‘픽업’을 하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 일본의 테마파크 중 두 곳만 도산하지 않았는데,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다. 전철과 같은 인프라가 연결돼 있고, 배후 시장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결성’이다. 공항을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곳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관광을 연결할 ‘거점’, ‘허브’로 봐야 한다. 

한국의 관광산업 확충과 항공 인프라 개선을 위해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외래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관광을 활성화해야 하고,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중이나 비수기 여행을 키워야 한다. ‘액티브 시니어’ 층을 활용해 다양한 가격 정책과 패스 제도를 도입하고, 이런 수요를 바탕으로 인프라를 개발하고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완성된 인프라에 외래객을 유치할 수 있다. 또 ‘관광지’는 ‘점’이 아니다. ‘선’으로 연결돼야 한다. 관광객의 이동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지방공항 등 필요한 인프라에 대한 개선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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