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비록 원외 인사지만, 내년 4월 총선의 공천권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현역 의원들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비판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국회 등원 목소리가 소수의견에 그친 것도 결국은 황 대표의 눈치를 봐서라는 주장이 많다. 한국당 주변에서는 ‘친황(친 황교안)파’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몹시 분주한 모습이다. 친황파로 주목받는 인물들로는 강석호·김재원·박완수·이헌승·추경호 의원 등이 꼽힌다.
이들은 황 대표의 정치적 입문부터 깊숙하게 관여했다. 이 중 황 대표와 같은 검사 출신인 김재원 의원은 ‘전략통’으로 꼽힌다. 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추경호 의원은 황 대표 주변 조직을 총괄한다. 추 의원은 얼마 전까지 사무총장을 맡았던 한선교 의원보다 황 대표의 신임이 두텁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헌승 의원은 대표비서실장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황 대표를 보좌하는 측근이다. 이렇다 보니 황 대표와 연락하기 위해선 이 의원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말도 돈다. 계파색이 옅은 신상진 의원은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차기 공천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복당파이면서도 화려하게 핵심인사로 변신한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도 당내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한선교 전 사무총장이 막말 논란을 일으켰을 때, 사무처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정도로 한국당은 당 사무처의 파워가 세다. 한 충북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총선 때마다 당 사무처 몫으로 비례대표 1~2명을 당선권에 넣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재성 기조국장, 고연림 총무국장 등을 실세로 꼽는다.
이 밖에 황 대표가 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총리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도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인사는 “황 대표가 유약한 관료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강경모드로 나서고 있는데, 이는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어공(어쩌다 공무원) 출신 40대 행정관들의 조언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황 대표가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는 소문이 나오는 것은 앞으로의 행보에 있어 불안요인이다. TK 지역 한 의원은 “황 대표 주변 가신들이 모두 초·재선으로 구성돼 있어 정무 감각이 떨어진다”면서 “황 대표가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이념·지역과 함께 다선중진 그룹의 지원이 확실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황 대표는 이 세 가지 모두 확실하게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