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선수들의 소통이 프로야구판 뒤집었다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8 15:00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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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과 주장 유한준, 매일 20~30분 대화…만년 꼴찌 KT 위즈의 대약진

현재 10개팀으로 구성되어 있는 KBO리그에서 가장 막내로 리그에 참여한 팀은 2015년 첫발을 뗀 KT 위즈다. 신생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창단 후 3년은 예상대로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나마 작년 9위를 차지한 것이 현재까지 최고 성적이다. 올해도 KT는 최하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시즌 전 전망이었다. 창단 후 4년간 성적 부진을 감수하더라도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어야 했는데, 그보다는 당장 타 팀에서 데려온 기성 선수들 위주의 라인업으로 확실한 미래를 보여주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랬던 KT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전처럼 탈꼴찌에 전전긍긍하던 팀이 아니다. 일단 정규시즌 32경기(8월15일 현재)를 남긴 상황에서 53승58패1무로 ‘당당히’ 6위에 올라 있다. 8월5, 6일에는 단 이틀이지만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 NC 다이노스와 2.5경기 차로 창단 5년 만에 첫 가을야구를 하는 것도 불가능이 아니다. 이렇게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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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앞에서 끌고, 이숭용 뒤에서 밀고

성적의 급상승을 이룬 팀들은 팀 분위기를 먼저 살펴보게 된다. 당연히 KT 역시 창단 후 최고의 성적을 내니 최근 팀 분위기는 아주 좋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그 분위기를 누가 만들고 이끄느냐는 점이다. 이강철 신임 감독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은퇴 후 바로 KIA 타이거즈,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에서 투수, 불펜, 수석코치 등을 역임했고 두산에서는 2군 감독도 맡았다. 오랜 코치 경험이 있지만 1군 감독은 올해가 처음이라 그의 감독으로서의 첫발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본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5월 중순까지 KT는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6월말부터 순위를 끌어올리며 그 이후 꾸준히 중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을 적절히 끌어안으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공이 적지 않다.

지난해까지 KT의 2군 선수들은 어차피 기회가 제한적이란 한계에 의욕 상실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열심히 하면 기회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여기에는 이숭용 단장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2군 타격코치를 하면서 2군 선수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경험으로 이강철 감독과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외야수 조용호와 김민혁, 1루수 오승택, 유격수 강민국 등이 훌륭하게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며 3할을 오르내리는 성적을 내고 있다.

국내 감독들이 저지르는 실수 중 흔한 것이 ‘리빌딩’을 빌미로 베테랑들을 경시하는 것이다. 그러다 불화가 표면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양쪽을 다 잘 다독거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박경수다. 올 1월, 3년 계약까지 맺은 상황에서 부진하니 팬들의 원성도 컸다. 하지만 인터뷰나 사석에서조차 이 감독은 박경수를 비하하는 얘기를 하지 않고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치켜세우며 기를 살려주고 있다. 긴 코치 생활에서 타 감독들의 실수를 지켜본 노하우란 평가가 나온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고 김민과 배제성이 기복은 있지만 이 감독의 꾸준한 믿음으로 선발 자리를 잘 지켜내고 있다. 그리고 기존 마무리 김재윤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원래 선발투수로 활용하던 이대은이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사실 이대은은 시즌 전 2라운드 지명 선수 중 가장 주목을 받은 빠른 볼 투수였다. 하지만 시즌 출범 이후 그의 구속은 잘 나오지 않았고 결국 선발 자리에서 밀려나게 된다.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긴 이닝 소화가 어려웠던 것이다. 투수코치 경험이 풍부했던 이 감독은 이대은을 마무리로 전환시키며 뒷문 단속을 시키고 있다. 자칫 팀 내에서 가장 기대를 받던 에이스 후보의 실망스러운 성적은 자기관리 등과 연결되며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마무리 전환에 이대은은 기꺼이 역할을 수락했고 자신의 팔꿈치가 버틸 수 있는 자리를 찾아준 감독의 믿음에 충분히 보답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바로 주장을 맡고 있는 유한준의 역할이다. 38살의 유한준은 KBO리그 야수 중 가장 고참급 선수다. 당장 본인도 0.315의 타율에 71타점 10홈런으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점은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 경기를 앞두고 유한준은 감독실에 들어가 20~30분 정도 대화를 꼭 나누고 나온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사실 프로야구판에서 전례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리 주장이라도 감독은 어려운 존재이고 필요한 상황이 아닐 경우 주기적인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최고참으로서 유한준은 감독과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하고 선수들에게 감독의 의중 등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스타 강백호, 어디까지 커갈지 ‘즐거운 비명’

첫 프랜차이즈 스타 강백호의 존재감은 2년 차 선수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29개 홈런으로 신인 신기록을 세웠고, 올해 역시 홈런은 10개 줄었지만 타율이 무려 0.340에 달한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스타를 찾지 못했던 구단의 입장에서는 갈증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진행형 스타다. 이제 20살의 커가는 선수라 어디까지 갈지 미래가 더 궁금할 지경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안정적인 활약도 빼놓을 없다. 늘 외국인 선수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올 시즌만큼은 다르다. 쿠에바스와 알칸타라가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며, 다른 팀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용병 투수들을 시즌 중반 바쁘게 교체할 때 오히려 KT는 팀 성적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또 타자 로하스가 작년에 이어 역시 타선을 주도하고 있다. 8월14일 현재 외국인 선수 교체가 없는 팀은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그리고 KT뿐이다. 두산과 한화는 교체를 고려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워 결국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니, KT의 올해 외국인 선수 농사는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KT의 첫 가을야구 성공 여부도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4년간 보여주지 못했던 그 가능성을 올해는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타 팀의 승수 쌓기 제물이 아닌 진정한 가을야구 경쟁에 뛰어든 KT 위즈의 야구 색깔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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