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여파 재계로 전방위 확산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7 13: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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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불똥이라도 튈까 납작 엎드려 ‘전전긍긍’

‘조국 사태’의 여파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태에 사명(社名)이 오르내리면서 곤욕을 치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정경유착에 대한 의혹만 무성할 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가 나온 바 없다. 그럼에도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얽힌 기업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칫 불똥이라도 튈까 낮게 엎드려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 연합뉴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 연합뉴스

조국펀드 운용한 한국투자증권 압수수색

한국투자금융그룹 주력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증권)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른바 ‘조국펀드’를 운용했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고, 9월5일엔 한투증권 영등포PB센터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현재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설립과 운영에 개입하거나 차명투자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그의 자산을 관리해 준 곳이 바로 영등포PB센터다. 검찰은 정 교수의 투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이곳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의 자금 관리인이던 영등포PB센터 소속 프라이빗뱅커(PB) 김아무개씨도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 교수의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와 관련해서다. 그는 조 장관 자택에서 PC 하드디스크를 직접 교체한 뒤 이를 보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또 경북 영주 동양대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가서 정 교수 연구실 데스크톱을 반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와 김씨의 PC 반출이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전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검찰의 칼끝이 향한 곳은 조 장관이지만 조국 사태에 사명이 거론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한투증권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코오롱티슈진 사기 상장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김씨에 대한 수사의 불똥은 동원그룹까지 튀었다. 강용석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씨는 동원그룹 오너 일가’라고 폭로하면서다. 강 변호사는 김씨로 인해 압수수색을 받게 됐음에도 한투증권이 그를 해고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이처럼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김씨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손자인데, 정 교수가 조 장관의 부인이기 때문에 한투증권이 오너의 친인척인 김씨를 붙여준 것”이라며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강 변호사의 주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증권가에선 이른바 ‘지라시’가 양산되기도 했다. 한투증권은 김씨가 동원그룹 오너 일가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투증권은 강 변호사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상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KT도 조국 사태에 사명이 거론됐다. 조국펀드가 투자한 메가크래프트와 ‘전국 시내버스 공공와이파이 사업’ 입찰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다. PNP플러스의 자회사인 메가크래프트는 기술력 부족에도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 과정에서 조 장관의 네트워크가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야권에서 나왔다. 사업을 발주한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수장이 친문(親文) 인사인 문용식 원장이라는 점도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KT는 의혹 속에서 피해자 격으로 묘사되는 셈이다. 메가크래프트는 기술력 부족이 문제가 돼 결국 사업권을 박탈당했고, 현재는 KT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국 시내버스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 여파는 미래에셋대우와 메리츠종금증권, DB금융투자, KTB투자증권 등 증권사들로까지 확대됐다. 이 사업에 투자 지원을 하려 했다는 까닭에서다. PNP컨소시엄은 조 장관 일가의 투자를 비롯해 자체적으로 600억원을 조달하고 증권사로부터 1000억원대 자금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PNP컨소시엄에 투자를 검토한 증권사가 상기 4곳이다. 미래에셋대우와 DB금융투자는 PNP컨소시엄에 각각 1500억원과 400억원의 조건부 대출 확약서를 전달했다. 또 메리츠종금증권은 1200억원대 조건부 투자의향서를, KTB투자증권은 금액을 명시하지 않은 조건부 투자의향서를 각각 전달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 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 연합뉴스

태광그룹, 대가성 탄원서로 구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증권사들이 조 장관에게 부당한 투자 지원을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로 인해 대출 확약서를 내준 미래에셋대우와 메리츠종금증권은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으로부터 국감 증인으로 신청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증권사의 투자의향 결정 과정이 적합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들 증권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 의원의 증인 출석 요구가 과도하다는 반응이 많다. 증권사가 투자의향서를 제시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PNP컨소시엄에 투자의향서나 대출 확약서를 전달했을 뿐 이후 내부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투자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증권사들은 정치권으로부터 미운털이라도 박힐까 적극적인 해명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의 과거 행적으로 구설에 오른 기업도 있다. 태광그룹이 그곳이다. ‘태광 장학생’ 출신인 조 장관이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위한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1994년 미국 UC버클리대학 유학 시절 태광그룹이 설립한 재단으로부터 15만 달러의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받았다. 당시 환율로 1억2000만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때 서울 시내 24평형 아파트의 전세가가 5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장관은 태광의 도움으로 풍족한 유학생활을 보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이 탄원서를 제출한 시기는 2011년 4월이다. 이 전 회장이 건강을 이유로 계속 보석을 신청하던 때다. 이 전 회장의 보석 신청은 항소심 과정에서 받아들여졌고, 이후 7여 년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 허가를 받은 이 전 회장이 음주·흡연을 하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법원은 그의 보석을 취소했다. 여권에서는 조 장관과 태광의 관계를 ‘정경유착’으로 봤다. 장학금 지원에 대한 대가로 탄원서를 써줬다는 것이다.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앞줄 오른쪽) ⓒ 연합뉴스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앞줄 오른쪽) ⓒ 연합뉴스

국대떡볶이, 조국 사태 최대 수혜자

조국 사태와 사실상 무관함에도 싸늘한 시선을 받는 기업들도 있다. 조국펀드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기업과 거래관계라는 이유로 불편한 시선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그런 경우다. 코링크PE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중견기업 익성의 협력사라는 이유로 조국 사태에 얽혔다. 익성은 소음 방지와 관련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다. 2016년부터 현대·기아차에 소리를 반사·흡수하는 차음재와 흡음제를 납품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또 대표이사가 조 장관과 혜광고등학교 동문이어서 ‘조국 테마주’에 묶인 삼보산업으로부터 알루미늄 2차합금 등 차량 부품을 납품받아 왔다는 이유로 의심을 사기도 했다.

익성 자회사인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업체 아이에프엠(IFM)과 관련해서도 다수의 대기업이 거론됐다. IFM 홈페이지 고객사 명단에 올라 있어서다. 여기엔 LG화학·SK케미칼·삼성정밀화학·한화케미칼·LF·포스코·GS칼텍스·OCI·제일모직 등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 역시 조국 사태와는 전혀 무관하다. 심지어 실제론 IFM과 거래관계가 전혀 없는 기업도 있었다. 이들 기업 가운데 일부는 IFM에 고객사 명단에서 자사를 제외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등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기업들이 이처럼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조국 사태로 이익을 누린 곳도 있다. 국대떡볶이가 여기에 해당된다.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는 그동안 SNS를 통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코링크는 조국 거’ 등 문재인 대통령과 조 장관을 비판해 왔다. 이 일로 김 대표는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와 가짜뉴스국민고발인단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김 대표에게는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그만큼 응원도 많았다. 특히 반(反)조국 진영에선 ‘국대떡볶이 사먹기 운동’마저 시작됐다. 특히 정치인과 영화감독 등 유명 인사들의 SNS를 통한 응원과 떡볶이 구매 인증이 이어지면서 국대떡볶이는 예상 밖의 홍보효과를 누렸다.

이는 국대떡볶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에 따르면 SNS를 통해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을 공개 비판한 이후 매출이 줄어든 지점은 없으며 오히려 주문 폭주와 재료 부족으로 일찍 문을 닫는 가게가 생겨났다. 김 대표는 “대부분 매장의 매출이 증가했다”며 “하루 평균 매출액이 한 주 사이 258% 뛴 매장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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