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차장 ‘외교부 직원 질책’…끊이지 않는 잡음 왜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10.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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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기관 “방에 불려가 지적 받았다”…무릎 꿇었다는 얘기까지 나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9월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9월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당시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실수한 외교부 직원을 숙소로 불러 질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부 사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차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 9월23일(현지 시각) 열린 한·폴란드 정상회담에 배석할 예정이었으나 비표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고, 이에 담당 외교부 직원을 불러 꾸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駐)유엔대표부 소속 A서기관은 10월3일(현지 시각)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이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김 차장의 숙소 방으로 불려가 지적을 받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진석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김현종 차장이 의전 실수를 문제 삼아 외교관의 무릎을 꿇게 한 사실이 있느냐. 사죄한 외교관이 누구냐"고 물었다. 

이에 국감장에 배석했던 A서기관이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고 '김 차장이 숙소로 불렀느냐'는 정 의원의 질의에 A씨는 "숙소로 갔다. 방으로 갔다"고 답변했다. 

정 의원이 이어 '의전 실수를 한 것을 김 차장이 심하게 질책했느나'라고 묻자 A씨는 "심하게 질책(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지적이 있었다"며 "제가 그 상황에서 부당하다고 느꼈거나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고발했을 텐데 그런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A 서기관이 김 차장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의 의도와 상관없이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의전 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담당 부서장 등을 통해 문제 삼는 게 일반적인데, 김 차장이 다른 부처 소속의 직원을 불러서 직접 혼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김 차장은 과거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직을 수행하던 시절에도 간부를 거치지 않고 실무를 담당하는 말단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스타일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때는 자신의 직원들과 소통이었다는 점이 이번 일과는 다르다. 

공교롭게도 김 차장은 외교부 직원을 질책한 일이 있기 닷새 전인 지난 9월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갈등설과 관련해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제 자신을 더욱 낮추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장관은 지난 9월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석해 '지난 4월에 김 차장과 영어로 다툰 적이 있다는데 사실이냐'는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었다. 

강 장관과 김 차장의 사이가 원만치 않다는 이야기는 외교가에 널리 퍼져 있었는데 강 장관이 이를 공개석상에서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정부 외교 라인 핵심 고위당국자 간 갈등이 나타나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와중에 김 차장이 유엔 대표부 직원을 질책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와 외교부는 더욱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김 차장은 10월4일 오전 청와대 내부 회의에 참석했으나 이번 일과 관련한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외교부 당국자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유엔 총회 관련 행사 진행 세부 사항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이번 일이 외교안보 라인의 균열로 비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등 중요한 현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외교부 간 불화설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다소 직설적이라고 알려진 김 차장 특유의 업무 스타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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