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가 쏘아올린 인터넷실명제 도입 논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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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7명 ‘온라인 댓글 실명제’ 도입 찬성…국민청원 연이어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지난 10월14일 경기도 성남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을 계기로 ‘악플’(악성 댓글)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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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는 ‘인터넷실명제 부활’ 목소리

10월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청원이 여러 개 게시됐다.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실명제’ ‘악플’ ‘댓글’ 등의 키워드를 담은 청원은 9개가 검색되고, 이 글들이 받은 서명 수를 합치면 2만여 번이 넘는다.

그중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진리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글쓴이는 “연예인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사람이다”라면서 “인터넷상의 환경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며, 익명이란 이유로 무책임한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한 청원자는 “설리는 악플로 인해 우울증을 겪다 결국 자살이라는 선택을 했다”며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 악성 댓글을 근절하고 인격권이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청원자는 “인터넷 실명제는 폭주하는 인터넷의 발달을 막을 수 있는 방범책”이라며 “여전히 익명의 가면 뒤로 활개치는 악플러들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국민 10명 중 7명은 온라인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10월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응답자의 69.5%가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람 죽어나는데도 ‘악플’ 범죄는 해마다 늘어

문제는 악플에 대한 심각성이 부각되는 데도 불구하고 악플 범죄는 해마다 늘었단 점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1만5926건으로 전년 대비 19.3%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7664건이 발생해, 작년과 비슷하거나 늘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악플을 다는 걸까. 그 답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꼴로 사이버폭력에 가담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12월 성인 1500명에게 최근 1년 이내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을 물은 결과 24.4%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36.2%는 주변 지인에게, 32.9%는 유명인을 대상으로 사이버폭력을 가했다. 

다만 악플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맞물리는 터라 법적으로 규제하기엔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2012년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07년 전면 도입됐다가 5년 만인 2012년에 폐지됐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더러 공익의 효과도 미미하다고 보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때문에 규제보다는 시민 스스로 성숙한 댓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경찰은 설리의 시신에 대한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설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조만간 내사 종결하기로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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