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도깨비 구단’에서 ‘미스터리 구단’으로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3 13:0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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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돌풍의 주역 히어로즈 둘러싼 불편한 진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준우승까지 차지한 키움 히어로즈는 미스터리 구단이다. 우선 태생부터 남다르다. 전신은 ‘도깨비팀’으로 불리던 인천 연고의 삼미-청보-태평양으로 거슬러간다. 그 뒤를 이어 나름 명문 구단으로 꼽히던 현대 유니콘스가 2005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프로야구팀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 오늘날 히어로즈 구단 탄생의 근원이 되었다.

그리고 2년간 KBO가 구단 운영비를 조달하며 현대 유니콘스란 구단명을 유지하다가, 마침내 프랜차이즈를 서울로 이전하는 조건으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란 투자사가 팀의 운영을 맡는다. 다른 구단들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이 모기업인데, 최초로 투자그룹에서 야구단 운영에 뛰어든 것이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메이저리그 명문 LA 다저스의 모기업도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구겐하임 파트너스’로 2012년 23억 달러를 지불하고 다저스를 인수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근접한 예다.

하지만 두 팀의 운영방식은 천지 차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세계 최초로 프로야구단 이름을 스폰서에게 판매한 것이다. 도시명을 앞세우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물론이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모기업 명을 앞세우는 일본 프로야구단도 이런 사례는 없었다. ‘우리 히어로즈’는 그렇게 탄생했고 2008년 프로무대에 데뷔하게 된 것이다. 당시 ‘우리 담배’가 스폰서를 맡았지만 밀월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즌 중반에 스폰서를 포기하며 2009년까지 ‘서울 히어로즈’로 버텨냈다. 그리고 2010년부터 넥센타이어가 스폰서가 되며 ‘넥센 히어로즈’란 이름으로 9년간 유지되다가 올 시즌부터 ‘키움증권’이 5년간 스폰서 계약을 맺으며 구단명은 이제 ‘키움 히어로즈’가 되었다.

10월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승리한 키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승리한 키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이런 마케팅은 사상 초유의 시도였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구단들이 홈구장의 상호에 스폰서명을 활용하는 ‘네이밍 라이트’는 흔한 일이지만, 구단명 자체를 스폰서에게 내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획기적인, 혹은 엽기적인 마케팅이었다. 처음 창단 당시엔 구단명까지 팔아 정상적인 구단 운영이 가능할지 의문부호가 붙었지만, 결과적으론 지금까지 12년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약팀으로 근근이 팀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우승을 넘보는 강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인 프로야구단의 1년 운영비는 2018년 기준 평균 276억원으로 발표됐다. 반면 히어로즈 구단의 운영비는 비공식적이지만 24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10개 구단 대부분이 속칭 ‘재벌’이다 보니 같은 선상에서 지출할 순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수익구조는 베일에 싸여 있다. 확실한 것은 구단명 스폰서 계약을 맺은 키움증권이 매년 100억원씩 지불한다는 사실이다. 그 외의 수익구조는 불투명하다. 선수들 유니폼에 붙어 있는 스폰서 노출로 발생하는 수익과 관중 수익 등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확실하다. 작년 기준으로 히어로즈의 매출은 374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매출액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0억원을 살짝 넘어섰다. 적자 구단이 4개 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히어로즈의 전략은 덜 벌고 덜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히어로즈의 이런 손익구조가 신기한 것은 구단 프런트가 정상적인 운영 상황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도 올해 두 번째 준우승까지 차지한 것은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타 구단엔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팀을 인수할 때부터 진두지휘했던 이장석 전 구단주는 현재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작년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그리고 창단 당시 구단의 주식을 주는 대가로 20억원을 투자한 재미교포 홍성은 회장과의 채무관계도 아직 소송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구단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허민 전 구단주는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히어로즈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한마디로 구단을 이끌어야 할 프런트가 실타래같이 엉켜 있는 복잡한 상황이며 이런 상황에서 호성적을 낸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서울 돔구장 연고에도 관중 동원 최하위 그쳐

팀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선수단 운영전략이 타 팀과 같을 수는 없다. 우선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대다수 팀들은 팀내 약한 포지션의 선수들을 뽑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오히려 막강한 주전이 포진해 있는 포지션의 신인선수들을 곧잘 뽑는다. 이유는 선수들 간의 경쟁심을 고취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즌 중 2군에서 뜬금없이 선수를 끌어올려 투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같은 이유에서다. 2군의 어린 선수들에게는 갑자기 기회의 문이 열리니 동기부여가 되고 기존 주전들은 긴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전략은 젊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을 때 다른 구단들보다 많은 연봉 상승을 안겨주며 역시 강한 동기부여를 한다는 점이다. 신인왕 출신 이정후의 2년 차 연봉은 1억1000만원이었고 올 시즌 연봉은 2억3000만원으로 3년 차 최고 연봉이었다.

그리고 프런트 내에서도 나이나 경력을 배제한 파격적인 인사를 한다. 이철진 전력분석팀장이 대표적이다. 명문대 출신으로 삼성경제연구소를 다니던 그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발로 구단에 찾아와 해외 담당부터 출발했다. 지금은 전력분석팀장으로 코칭 스태프 입장에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속칭 ‘기록 쪼개기’의 달인으로 인정받으며 전력 상승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34살의 젊은 나이다. 장정석 감독 역시 구단 프런트 출신으로, 처음 그가 전격적으로 감독에 발탁됐을 때만 해도 구단에서 다루기 편해서 맡겼을 거라는 혹평이 주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의 현란한 불펜 운용 등으로 호평을 받는 분위기로 전환시키고 있다.

물론 최근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히어로즈의 문제점은 분명하다. 팬들과 선수들의 낮은 구단 충성도다. 심지어 선수들의 경우 FA 선수 자격을 얻어 다른 팀에서 비싼 몸값을 받기 위해 열심히 한다는 지적조차 있다. 구단명의 잦은 변화 또한 팬들의 충성심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가장 큰 시장인 서울을 프랜차이즈로 하고 국내 최초의 돔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올해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지만 관중 동원은 겨우 45만 명 선으로 최하위에 그쳤다. 세계 최초로 팀명을 파는 등 파격적인 마케팅 행보는 주목할 만했지만 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프로구단은 존립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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