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찰 겨눌 수 있는 유일한 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1 16:0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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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 정부 이은 文 정부의 ‘검찰과의 전쟁’…“검찰의 기소 독점 깨트려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각각 대표되는 대결 양상이었던 소위 ‘조국 대전(大戰)’의 2라운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옮겨 붙었다. ‘공수처 설치 논란’을 둘러싸고 ‘여권-검찰개혁위 대(對) 야권-검찰’의 확대 전선이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개혁의 핵심 사안이라며 “공수처 신설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절대 과제”임을 강력히 천명하고 있다. 여론도 우세한 편이다. 10월29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응답이 61.5%로 반대(33.7%)를 크게 앞선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리와 범죄를 수사하는 곳이지만, 사실상 핵심은 검사다. 문재인 정부는 검사가 검사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껏 검찰이 견제 없는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했다고 보는 것이다. ‘제 식구 감싸기’ 수사도 매번 도마에 올랐다. 따라서 검사의 비리는 공수처가 수사하고, 공수처는 검찰이 감시할 때 비로소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구현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신설을 반대하고 있지만, 여론에서는 찬성 입장이 크게 앞서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국회사진취재단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신설을 반대하고 있지만, 여론에서는 찬성 입장이 크게 앞서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국회사진취재단

공수처 논란의 핵심은 ‘기소권’ 유무 여부

이렇게 되려면 공수처가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는 대통령 직속 기관은 곧 ‘어용 슈퍼 수사처’가 탄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여야 정치권의 대립 상황에서 웃고 있는 것은 검찰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 내부 분위기는 공수처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헌정 이래 유지해 온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허물어지는 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탓이다. 기소권은 검찰의 ‘마지막 보루’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실제 공수처 설치 논란의 핵심은 기소권의 유무라는 게 정설이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영장청구권도 검사의 몫이다. 검찰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 여권의 입장이다. 이를 보여주는 사건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윤아무개 검사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사표 수리로 무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신청한 부산지검 압수수색 영장은 지금까지 검찰에서 모두 두 차례 기각됐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사건 관련 자료의 임의제출이 안 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는데 거부돼 기초 조사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임 검사는 “대한민국 법률이 검찰 공화국 성벽을 넘어설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공수처 신설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10월22일 국회에서 행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에서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0월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 법안 등 사법 개혁 법안을 12월3일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했다”면서 “사법 개혁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이후에는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수처 법안 통과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 대안신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선거법 개정안의 우선 처리를 전제하고 있다.

 

수사권·기소권 모두 가진 검찰은 ‘무소불위’ 

이런 상황에서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대신 ‘반부패수사청’을 들고나왔다. 공수처를 수사권만 갖는 반부패수사 전담 수사기관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를 제대로 하려면 영장을 마음대로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당은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만 부여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소가 되지 않으면 재판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여전히 마지막 칼자루는 검찰이 쥐고 있는 셈이다. 검찰의 기소독점 구조를 깨지 않는 이상 검찰 개혁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공수처는 검찰을 겨눌 수 있는 유일한 칼”이라고 지적했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공수처 신설을 처음 내세웠다. 이후 노무현 정부가 다시 한번 공수처를 만들고자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 1호 공약으로 공수처 카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여권이 이처럼 공수처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정치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 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직접적 원인도 검찰 수사 때문이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악순환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는 집념이 상당하다.  

현재 국회에는 이른바 ‘백혜련안’과 ‘권은희안’이 제출돼 있다.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해서는 인사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후보 추천은 5분의 4 이상(7명 중 6명)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야당이 반대(야당 추천 인사 2명)할 경우 임명이 불가능하다.

수사 대상은 3급 이상 고위 공무원으로 대통령 및 4촌 이내 친족, 국회의원, 판검사, 경찰(경무관 이상), 군 장성 등을 비롯해 청와대와 국정원 고위 공직자도 포함돼 있다. 기소를 할 수 있는 대상은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로 한정했다. 즉,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수사는 할 수 있지만 기소는 불가능하다. 또한 백혜련안은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나, 권은희안은 기소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심의·의결을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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