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페미는 없어져야 한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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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 페미도 아니면 뭐해?》ㅣ노혜경 지음ㅣ개마고원 펴냄ㅣ296쪽ㅣ1만 5000원

페미니즘(feminism)은 남성 중심의 전통적 가부장제 문화에 대항하는 여성주의 의식이다. 20세기 초 유럽 국가들의 여성 참정권 투쟁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나 멀리 고려시대에 분가한 딸에 대한 재산 상속을 놓고 다툼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더 먼 신라 때는 선덕여왕이 여자라는 이유로 희롱과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21세기 초 페미니즘은 전선이 무척 넓어졌다. 남성 가부장 문화가 담고 있던 남녀차별의 요소가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인데 성매매, 성폭력, 데이트폭력, 몰카, 음란동영상(야동) 같은 성(性)문화는 물론 유리천장, 육아독박, 경력단절, 가사노동, 여성국회의원 등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남녀차별에 저항, 투쟁 중이다.

페미는 이러한 투쟁에 적극적인 사람인 페미니스트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당연히 페미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많다. 왜냐하면 페미니즘의 궁극적 가치는 ‘여성우월’이 아니라 ‘민주주의, 평등, 공정, 인권’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바람직한 인간의 사회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역사가 진보한다는 것을 믿는다면 페미는 언젠가 미래에는 쓰이지 않을, 쓰일 필요가 없는, 그래서 사멸해 없어져버린 단어가 될 것임도 우리는 믿어야 한다.

‘요즘 시대에 페미도 아니면 뭐해?’라 묻는 저자 노혜경은 시인이다. 굳이 성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 여성시인이다. 남성들이 문단을 휘어잡았던 때 그들의 언어였던 ‘여류시인’이 아니다. 저자는 그전에 이미 강준만, 이명화 등과 함께 《페니스 파시즘》(2001. 개마고원)을 펴내면서 끊임없이 우리사회에 페미니즘 담론을 주도해왔다.

《82년생 김지영》(2016. 조남주)을 읽지도 않고서 무턱대고 “김지영 같은 여자애들은 너무 드세고 이기적”이라 비난하는, 김지영이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정상적 페미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공부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뱉는 ‘술, 담배, 여자’라는 말도 각성해야 한다. 자유를 향한 혁명적 투쟁은 언제나 파시즘의 역습을 받는다. 페미는 못되더라도 파시스트는 되지 말자. 82년생 김지영, 힘내라!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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