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클럽發 확산으로 ‘방역전선 빨간 불’…지역 감염 비상”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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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신천지 사태 우려, 충격과 불안
이태원 지역 방문 자진 신고자 급증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2의 신천지 사태라는 우려에 국민들은 충격과 불안에 떨고 있다. 

울산시는 이태원 클럽이나 이태원 지역 방문자가 22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 6명은 '용인 66번' 확진자와 비슷한 시간대에 클럽이나 주점, 바 등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 접촉자로 분류된 이들은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울산 원어민 교사들이 방문한 서울 이태원 거리
울산 원어민 교사들이 방문한 서울 이태원 거리

동선이 겹치지 않지만 확진자가 들렀던 클럽과 주점, 바 등을 방문했다고 신고한 사람은 32명이다. 이들은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돼 방역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클럽을 가지 않았지만 이태원 지역을 방문했다고 신고한 사람은 186명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이태원 일대를 다녀온 224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자진신고자가 크게 늘고 있어 감염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울산과 가까운 부산과 경남에서 이태원 클럽발 2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던 139번 확진자(27세·남성)의 아버지(62세·140번 확진자)와 조카(1세·남성)가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139번 확진자가 클럽을 다녀온 이후 접촉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어민 교사들의 클럽 방문, 교육계 비상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인천의 학원 강사 A씨와 접촉한 8명도 집단 감염됐다. A씨는 지난 2일과 3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A씨가 재직한 학원의 고등학생 5명과 동료 강사 1명, 그리고 A씨에게 과외수업을 받은 여중생과 어머니 등 8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입원 조치 된 뒤에도 자신이 학원 강사임을 숨기고 무직이라고 진술했다.

울산에서도 초등학교 원어민 강사들이 이태원 클럽을 다녀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술렁이고 있다. 울산지역 원어민 강사 10명이 이태원 클럽을 다녀왔다. 다행히 이들을 통해 이태원발 코로나 확진자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안심할 수 없다. 

현재 울산에는 초·중·고교에 104명, 학원 및 교습소에 311명 등 415명의 원어민 교사·강사가 근무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이들에 대한 이태원 방문 현황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30대가 집단 감염의 주체

이태원 자진 신고자 절대다수가 20~30대로 알려졌다. 수도권지역 확진자의 70%정도가 이들 연령층인데 30% 정도가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판정을 받았다. 울산지역 이태원 방문자들도 대부분 같은 연령대다.

신분 노출을 꺼려 신고를 미루다가 양성으로 판명될 경우 부산과 인천처럼 2~3차 접촉감염자가 확산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존 집단감염은 한 집단의 '동일한 사람들'이 여러 차례 반복해 접촉하면서 전파가 이뤄졌다면, 클럽발 집단감염은 '불특정 다수'가 어느 시점에 한 공간에 모여 전파가 이뤄졌다. 그리고 20~30대가 집단 감염의 주체로 밝혀졌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클럽이 시작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 (이미) 전파가 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집단감염의 가장 큰 특징은 확진자들이 하나의 '집단'에 묶여 있다는 건데 현재 클럽발 확진자들을 보면 집단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도 지역사회에 코로나19 전파가 퍼져있을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최악은 지역사회에 이미 많은 전파가 이뤄진 후에 (지금에서야) 늦게 발견된 상황일 것"이라며 "감염된 사람을 하루라도 빨리 발견해서 추가 전파를 막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에게 대인접촉금지 행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겼을 땐 손실보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유흥주점과 콜라텍 등에 대해서도 집합금지명령도 내렸다. 사실상 영업금지 명령이다. 유흥시설을 통한 지역 전파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울산시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 행정명령 제6호를 발령했다ⓒ울산시
울산시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 행정명령 제6호를 발령했다ⓒ울산시

울산시는 이미 행정명령 제6호를 발령하고 미신고자 추적에 나섰다. 행정명령에 따라 지난달 24일부터 5월 6일까지 이태원 지역을 방문한 시민들은 자진신고 해야 한다.

또 외출을 자제하고,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태원 클럽뿐만 아니라, 이태원 지역을 방문한 시민도 검사대상이다.

울산시는 이태원 클럽 방문 등 접촉 사실을 숨기고, 자신으로 인해 제 3자에게 감염병이 전파됐을 경우 최고 징역 2년 또는 벌금 2000만원에 처해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태원 방문자의 경우 익명을 보장한 상태에서 무료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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