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선 전 고비 많을 것…평화로운 추대 절대 없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8 16:00
  • 호수 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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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회 떠나는 ‘정치 9단’ 박지원 민생당 의원
“보수에는 ‘투쟁하는 젊은 리더’ 안 보여”

“이제 두 번 남았네요.” 금요일에 목포로 내려가 월요일에 서울로 올라오는 ‘금귀월래’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박지원 민생당 의원의 트레이드마크다. 지난 12년 동안, 1년 52주에서50회 이상 해 왔다는 금귀월래도 이제 5월 마지막 주면 끝을 맺는다. 총선 후 고정 출연하는 방송만 10개. 일찍이 의원회관 615호실을 떠나, 국회가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건너편 오피스텔에 자리를 잡은 박 의원은 웬만한 당선인보다 더 분주한 분 단위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낙선 인사 하다가 과로사 걸리게 생겼다(웃음). 목포 내려가서 위로 많이 받고, 또 올라와서 방송 열심히 하고. 다행히 많이들 불러줘서 일정이 아주 빼곡하다.” 매일 새벽 1시 넘어 잠들어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일정을 시작하는 그는 하루 1만 보 이상 걸으며 체력을 지키고 있다.

4년 전 견고한 양당 구도에 균열을 낸 국민의당에서 시작해, 이후 민주평화당·대안신당·민생당으로까지 당적을 바꿔 온 여정은 ‘정치 9단’ 박 의원에게도 버거운 시간이었다. “당의 세(勢)가 자꾸 작아지니까 의정활동에 힘이 안 생겼다. 우리 딸도 ‘아빠 당은 또 작아지는 거야?’ 묻더라. 처음부터 연정·협치를 주창했는데 그건 통 이뤄지지 않고, 민주당은 필요할 때만 손을 벌리고, 패스트트랙 사태에서는 ‘정치가 이게 아닌데’ 계속 안타까운 마음만 들더라.”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거대 여당 민주당, 대선 앞서 분열은 불가피”

지난 아쉬움을 말하는 과정에서 박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4년 전 함께 국민의당 열풍을 만들고, 지난 2017년 대선에선 안 대표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았던 박 의원은 안 대표에 대해 “대통령 되려고 진보로 ‘위장취업’했다가 이제 보수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안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는데 여전히 변죽만 울리는 정치를 하고 있다. 차라리 ‘통합당에 입당하겠다’ 또는 ‘당 통합하자’고 정면으로 나서서 보수 대통령 후보 자리를 차지하라”고 지적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제3세력이 소멸해 버린 데 대해서도 안 대표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지방선거 앞두고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가겠다 했을 때 난 부산으로 가라 했다. 당 대표도 젊은 친구한테 맡기고 뒤로 물러나자 했다. 그런데 안 대표가 이를 거부하고 본인이 다 하겠다 하면서 어그러졌다. 이후 대선 때도 ‘김대중 정신’과‘진보’에 기반한 당의 정체성을 무시하더라. 그래서 그때 나랑 가까웠던 진보정치 거목 몇 분이 안 대표에게 힘을 싣겠다 했는데, 내가 ‘우리 철학과 다르다. 나는 돕고 있지만 여기 와 봤자 성공할 수 없다. 역시 문재인이다’ 얘기하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스스로 “지난 3년간 나만큼 문재인 대통령에게 협력한 사람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청와대로 초청받아 갔을 때도 문 대통령께서 내 손을 잡고 ‘감사하다. 출연하는 방송 많이 본다. 앞으로도 도와 달라’ 말했다”고 전했다. 70%에 이르는 높은 대통령 지지율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그는 “잘하니까! 그리고 미래통합당이 너무 못하니까! 간단하다”면서 “단군 이래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 국가로 인정받은 적 있었나. 북·미, 남북 교착상태에서도 꾸준히 관계 회복을 도모하는 면도 굉장히 잘하는 부분이다. 반면에 통합당은 이에 맞서 어떤 건강한 보수의 가치도 내세우지 못해 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 아쉬운 지점은 없느냐는 물음엔 “역대 대통령들도 그랬지만, 탕평인사 면에서 아쉽다. 자기편이 아니라도 국가를 위해 공헌할 이들을 좀 더 폭넓게 썼으면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생당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며 ‘이낙연 대망론’에 적극적으로 불을 지폈다. 박 의원 또한 이 전 총리에 대한 기대는 ‘분명한 민심의 흐름’이라면서도 “남은 22개월, 대선 여정이 결코 이제까지처럼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선과 같은 민주당 내 경선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투쟁이 있겠나. 당이 분열되고 다시 계파가 형성되며 권력투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평화롭게 누구 한 명 후보로 추대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이 전 총리에게 많은 고비가 남아 있다. 실수 안 하고 1위 자리를 잘 지켜내야 한다. 정치에 안심이란 없다.”

그는 거대 정당이 된 민주당에 대해서도 “만사가 늘 채워지면 그만큼 기울게 돼 있다. 오만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슷한 조언을 했다.

박 의원에게 21대 국회 협치의 책임을 맡은 김태년·주호영 양당 신임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도 물었다. 그는 “김태년은 ‘뚝심’, 주호영은 ‘논리’. 아무래도 주 원내대표가 고민이 더 많겠지 싶다. 그로선 여당 단독으로 일 처리가 가능한 상황에서 계속 발목 잡기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2의 황교안’이 돼서 국회를 버리고 장외로 뛰쳐나가 싸울 수도 없다. 그렇게 하면 지금처럼 망할 테니까. 김 원내대표가 다 가지려 말고 적당 선에선 들어주기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김영춘 의원낙선, 가장 아쉬워”

그가 주목하는 정치권 ‘젊은 리더’는 누굴까. 보수·진보 각 진영에서 눈에 띄는 인물을 꼽아 달라고 했다. “보수는 아무리 봐도 없다. 지금 보수에서 투쟁하는 젊은 리더가 보이나. 안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이 말한 ‘40대 경제전문가’? 김세연 의원이나 홍정욱 전 의원이나 온실 속에 있지 않나. 대통령은 누가 키워서 되는 게 아니다. 뜻이 있다면 스스로 정면으로 더 나서야 한다. 김영삼·김대중 두 분이 ‘40대 기수론’ 내세우면서 얼마나 치열하게 투쟁했나. 그에 비해 진보에는 우상호·박영선·이인영·우원식·박용진 등 비교적 여럿 보이는 것 같다.” 낙선이 가장 아쉬운 인물로는 주저 없이 민주당 영남 후보였던 김부겸·김영춘 두 의원을 꼽았다.

자신의 낙선에 대해 ‘부덕의 소치’ ‘시대의 흐름’이라 말하면서도 박 의원의 말 속엔 국회를 떠나는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그중에서도 그는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조금도 진척시키지 못한 데 대해 무엇보다 아쉽다고 말했다. “촛불혁명 완수를 위해선 개헌을 이뤄야 했다. 통합당에도 개헌론자가 많은데 제대로 논의가 안 됐다.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지금 대통령 임기 내에서, 제왕적 권한 내려놓고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작업을 시작해 주면 좋겠다.” 박 의원은 낙선한 의원들에게 으레 붙이는 ‘야인’이란 표현을 거부했다. 그는 “전국의 ‘김대중 세력’을 묶어 진보정권 재창출에 힘을 더할 것”이라며, ‘영원한 현역’으로 불리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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