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한진家 조현아·조현민 주식 가치 600%대 급등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0 10:00
  • 호수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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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주식부호 222명 평가액은 1년 만에 13% 감소…삼성家 세 모녀 여전히 1ㆍ2ㆍ3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내 재벌가 여성들의 주식 평가액이 1년여 만에 13.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식 가치가 1000억원 이상인 자산가 수는 지난해 21명에서 올해 23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재벌가에서도 ‘부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평가액 기준으로 상위 20위 인사들의 주식 가치는 10조69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9.75%나 상승했다. 나머지 202명의 주식 가치가 2조4050억원으로 1년여 만에 21.9% 하락한 것과 대조되고 있다. 순위가 하위권으로 내려갈수록 하락폭은 더욱 가파른 것으로 조사됐다.

(왼쪽)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오른쪽)조현민 한진칼 전무
(왼쪽)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오른쪽)조현민 한진칼 전무

코로나19로 재벌가 ‘부의 양극화’ 가속화

이 같은 사실은 시사저널이 경영 성적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의뢰해 국내 대기업집단 64곳 중 총수가 있는 그룹 오너 일가 468명의 최근 1년여 동안(2019년 1월2일~2020년 4월20일) 주식 가치 변동액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64개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여성 주식부자는 모두 222명, 주식 가치는 13조977억원으로 지난해(15조1096억원)보다 13.4%나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보유 주식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성 주식부자 1위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 전 관장은 시사저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4년부터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의 지분 5415만3600주(0.91%)만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월 최저점을 찍은 뒤 상승 랠리를 이어 왔다. 덕분에 올해 홍 전 관장의 주식 가치는 2조4802억원으로 전년 대비 3817억원(18.19%)이나 올라갔다.

홍 전 관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뒤를 이었다. 두 자매의 주식 가치는 각각 1조3134억원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홍 전 관장과 달리 주식 가치는 전년 대비 23.16%(3959억원)나 하락했다. 이들이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주가가 최근 하락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 주식부자 4위에 오른 인사도 범삼성가의 일원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2018년 신세계조선호텔과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등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현재는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와 이마트의 경우 최근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 회장의 주식 가치는 지난해 1조3594억원에서 올해 8975억원으로 33.98%나 떨어졌다.

삼성가 출신이 아니면서 여성 주식부자 상위 5명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유일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 이사장의 올해 주식 가치는 7760억원으로, 지난해(1조2894억원)와 비교해 29.82% 하락했다.

이 밖에도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자산이 4116억원으로 6위, 고(故) 구본부 전 LG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가 7위(4026억원), 우현희 호반그룹 부회장 겸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8위(3732억원),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부인 유정현 NXC 감사가 9위(3731억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부인이자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누나인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부문장이 10위(3244억원)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사실은 한진가 3세들의 주식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조사 때만 해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주식 평가액은 각각 403억원과 401억원으로 30위권 후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 조 부사장과 조 전무의 주식 가치는 각각 3111억원과 3104억원으로 1년 만에 600% 이상 상승했다. 주식부호 순위도 각각 11위와 12위로 껑충 뛰었다. 남매간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한진칼의 주가가 지난해 1월 2만원대 후반에서 올해 4월 8만원대로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OCIㆍSKㆍ코오롱ㆍ애경그룹, 큰 폭 하락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누나인 정숙영씨와 부인 김나영씨(미국명 KIM JULIE ANN)의 자산 증가율도 각각 361.0%와 167.4%를 기록해 증가율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장녀 장혜선씨가 증가율 205.7%로 4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장·차녀인 인서양과 인영양이 증가율 63.5%로 공동 6위,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부인 김미정씨가 8위(62.3%)를 기록했다.

반면에 OCI와 SK, 코오롱, 애경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고(故) 이수영 전 OCI그룹 회장의 부인 김경자 OCI미술관 관장과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부인 서창희 코오롱사회봉사단 총단장의 하락률이 각각 -84.4%와 -77.6%로 가장 높았다.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세 딸인 서희씨(-83.1%), 은진씨(71.7%), 현진씨(71.7%)와 이우현 OCI그룹 부회장의 특수관계인 선구, 윤구, 지현, 우연, 희연씨(각 -68.6%),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조카 소혜씨(-66.1%) 등도 올해 주식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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