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위 밖 재벌 오너 일가 지분 가치 전격 공개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0 10:00
  • 호수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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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에도 중견 건설사와 주류업체는 웃었다
호반건설ㆍ중흥건설 등 약진 두드러져

시사저널은 제1597호 ‘코로나 이후 30대 재벌가 오너 지분 가치 변화 공개’ 기사를 통해 재벌가 차세대 경영인의 보유 지분 가치 변화를 살펴봤다. 그 결과 순위권 내 인물 대다수의 지분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유통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렇다면 재계 순위 30위 밖 재벌기업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 가치는 어떻게 변했을까. 올해 4월20일 기준 31~59대 그룹 오너 일가 중 200억원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60세 이하 오너 경영인은 모두 2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역시 코로나 사태의 한파를 맞았지만 그중 상당수는 지분 가치가 상승했다. 특히 중견 건설사 오너 일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호반건설제공
ⓒ호반건설제공

호반건설 김대헌 1위, 중흥건설 정원주 2위

30위 밖 대기업 오너 일가 가운데 보유 지분 가치가 가장 높은 사람은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이었다. 김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2세 경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다. 그의 부친인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왕성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데다, 김 부사장 역시 올해 33세로 젊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후계자 1순위라는 데 이견이 없다. 2011년 호반(옛 호반건설주택)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한 그는 현재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발굴부터 인사·조직·총무·회계·기획 등 내부 살림까지 도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정원주 중흥건설 부회장이 2위를 차지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건설현장을 누볐고, 1992년 중흥건설에 입사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이후 순항하는 것으로 보이던 그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2015년 2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정 부회장은 2016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영 최전선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올해 2월4일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면서 향후 경영 보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위에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랭크됐다. 참치 통조림 공장 생산직과 영업부 사원 등 밑바닥부터 경영수업을 쌓아온 그는 2014년 부회장에 취임하며 경영 최전선에 나섰다. 지난해 4월에는 부친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사업 다각화에 힘써 왔다. 동원그룹을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 2014년부터 최근까지 1조원 규모의 자금을 기업 M&A에 투입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다각화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화시키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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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 오너 일가 지분 가치 상승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중견 건설사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 사태에도 보유 지분 가치가 상승했다. 실제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의 4월20일 기준 보유 지분 가치는 지난해 1월2일 대비 9.76% 상승했다. 그의 동생 김민성 호반산업 부사장(5위·5216억원)과 여동생 김윤혜 아비뉴프랑 마케팅실장(16위·1012억원)의 지분 가치도 각각 7.44%와 15.27% 올랐다. 정원주 중흥건설 부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17.95%나 상승했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이 부동산 호황기에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에서 활발한 투자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호반건설은 2018년 1조1744억원의 매출과 27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유동자산도 2조원이 넘는다. 호반건설은 풍부한 유동성을 앞세워 M&A 시장의 문을 수차례 두드렸다. 금호산업과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서울신문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특히 올해 초부터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M&A를 통한 사업 확장용 자금 마련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상장 작업은 일시 정지됐지만 호반건설 상장 절차 재개를 지속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흥건설도 상당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중흥건설의 2018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495억원과 1251억원이었다. 또 다른 주력사 중흥토건의 같은 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6163억원과 6254억원에 달했다. 중흥건설도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M&A 시장을 오갔다. 특히 올해 초에는 3년 내 4조원을 투입해 M&A를 통해 재계 서열 2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의 M&A 전략에는 코로나 사태가 수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 전반의 주가가 급락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기업을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뉴스뱅크
ⓒ연합뉴스·뉴스뱅크

순위권 내 인물 중 가장 높은 지분 가치 상승률을 보인 건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장남 우기원 라도 대표(23위·364억원)였다. 전년 대비 32.09%나 올랐다. 그러나 이는 사업 성과가 아닌 승계 작업의 결과로 해석된다. SM그룹은 우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라도에 일감 등을 지원하는 형태로 승계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라도는 직원 2명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임에도 2018년 162억원의 매출과 189억원의 순익을 내는 등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하이트진로의 경우 박태영 부사장의 사업 성과가 나오면서 지분 가치가 22.47%나 상승했다. 지난해 출시한 맥주 신제품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가 확산된 것도 매출 신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외에 태영그룹의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8위·2658억원)과 삼천리그룹의 이은백 미주본부 부사장(4위·5453억원)의 보유 지분 가치도 각각 1.64%와 3.71% 상승했다.

OCI그룹의 경우에는 명암이 극명히 갈렸다. OCI그룹은 공정거래법상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 있지만 실제론 2세 이수영·이복영·이화영 삼형제가 계열분리해 독자경영을 벌여 왔다. 2세 차남과 삼남 계열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의 장남 이우성 이테크건설 부사장(17위·789억원)의 지분 가치는 4.45% 하락하는 데 그쳤고, 차남 이원준 삼광글라스 전무(18위·684억원)는 0.25% 올랐다. 이화영 유니드 회장의 장남 이우일 유니드 전무(19위·580억원)의 지분 가치 하락률도 소폭(-1.99%)에 그쳤다.

반면에 OCI가(家)의 적통을 이은 고(故) 이수영 OCI그룹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부회장(22위·435억원)은 다른 OCI 3세들과 달리 벼랑 끝에 몰렸다. 지분 가치 하락률 -65.98%로 순위권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부친인 이 회장이 영면에 들면서 지난해 3월 부회장으로 승진해 지휘봉을 쥐었다. 그러나 이후 1년간 OCI 시가총액은 70% 이상 증발했다. 이 부회장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신사업으로 추진해 오던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의 국내 철수와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벼랑 끝에 몰린 KCC·애경·한국테크놀로지

KCC그룹의 사정도 심각하다. 정몽진 KCC 회장(10위·2200억원)과 정몽익 KCC 사장(14위·1731억원) 형제의 지분 가치는 각각 63.64%와 51.73% 급락했다. 지난해 실리콘업계 시장점유율 세계 3위인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스(모멘티브)’를 3조6000억원에 무리하게 인수한 게 화근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재무 안정성이 극도로 악화된 데다 모멘티브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애경그룹도 위기를 맞았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20위·496억원)의 지분 가치는 59.65%나 떨어졌고,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24위·304억원)과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25위·242억원) 역시 각각 56.45%와 58.71% 하락했다. 주력 계열사인 제주항공과 애경산업 등이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3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842억원에 달한다.

한국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12위·2052억원)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7위·2702억원)의 보유 지분 가치는 각각 44.72%와 43.00% 하락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자동차 시장의 위기가 타이어업계에 고스란히 전달된 결과다. 여기에 현재 조현범 사장의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조 사장은 올해 4월17일 재판부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9위·2465억원)과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 과장(13위·2048억원),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15위·1253억원) 등의 지분 가치는 20~40%가량 하락했다. 태광가의 장손인 이원준씨(6위·3991억원)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장남 이현준씨(11위·2112억원)의 지분 가치 하락률은 10% 미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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