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6년 전에 딸이 사라졌는데…아버지는 실종 신고도 안 해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주재홍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9 18: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시 동구, 제보 받고 현장 조사…당시 13세 장애인 여아 실종 확인
아버지, 실종 시기 진술 ‘오락가락’…경찰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수사”

중증 지적 장애를 앓고 있던 아이가 집을 나간 뒤 16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보호자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데도 아버지는 그동안 실종신고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제보를 받은 주민센터 직원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아버지의 실종신고가 이뤄졌다.

아버지는 경찰에서 딸의 실종 시기를 수차례 번복했다. 딸의 실종된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마땅한 이유도 없다. 경찰은 실종된 딸이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오래 전부터 아이가 안 보인다”…동네 소문 사실로 드러나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인천시 동구 송림1동 주민센터는 올해 4월초부터 주민들로부터 “송림동의 삼익아파트에 거주했던 원누리씨(현재 28세)가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다”는 소문을 들었다.

주민센터의 복지담당 공무원들은 4월13일 원씨의 거주지로 등록된 아파트에 직접 방문했다.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원씨의 주거지에는 원씨의 아버지 A씨(59)만 살고 있었다. A씨는 당시 “두 달 전쯤에 딸이 집을 나간 뒤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딸이 실종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공무원들의 권유를 받고 인천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실종수사팀에 실종 신고를 했다. 

원누리씨는 1996년 3월27일쯤 자폐성 정신지체장애 1급 진단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일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고, 보호자의 보살핌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형사과 강력팀이 조사하도록 했다. 원씨가 실종된 것이 범죄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16년 전에 딸이 집을 나갔다”…경찰, 강력팀서 수사 착수

A씨는 경찰조사에서 딸의 실종 시기를 수차례 번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딸이 두 달 전에 사라졌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1년 전에 집을 나간 후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말을 바꿨다. 

경찰은 원씨가 2004년 8월~10월 사이에 사라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원씨의 나이는 만 13세다.

A씨는 자폐성 정신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딸이 사라졌는데도, 무려 16년간이나 실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딸이 사라진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2001년부터 딸을 혼자서 돌봐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에서 딸이 실종된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냥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등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원씨가 실종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원씨가 실종된 사실을 공개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A씨의 유전자를 채취해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의 유전자와 대조하고 있다. 인천 동구는 원씨의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 전국 아동보호시설 등에 배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다”라며 “실종자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