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시민위원회 손에 달린 이재용 운명…“쉽고 간결해야 통한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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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20만 페이지 사건기록 30페이지로 줄여야
이재용 측, 심의위원 설득에 총력 집중…‘부당한 수사’ 강조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제 서초동의 관심은 검찰 시민위원회에 쏠리게 됐다. 검찰 시민위원회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회부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 측이 낸 ‘승부수’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기소 여부를 검찰 수사심의위에서 판단해 달라며 소집 신청서를 냈다. 검찰의 기소가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수사심의위를 통해 기소를 피해보겠다는 전략이다.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설치된 제도다. 검찰수사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라 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한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기타 검찰총장이 위원회에 부의하는 사항 등을 심의한다. 수사심의위의 기소 판단은 권고적 효력을 가질 뿐이라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동안은 대체적으로 권고를 따라왔다.

11일 열릴 부의위원회는 수사심의위에 앞서 열리는 ‘전초전’ 격이다. 부의위원회에서 논의 후 수사심의위에 안건을 올리기로 결정되면 비로소 수사심의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된다. 이 부회장 측은 부의위원회 통과를 노려야 하고, 검찰은 부의위원회에서 심의위로 넘어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검찰과 이 부회장 양측은 그간의 입장을 강조할 수 있는 자료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관건은 일반 시민들로 이뤄진 심의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쉽고 간결한 논리 구성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검찰과 신청인 모두 의견서를 제출할 때 30장을 넘지 않아야 한다. 용지크기는 A4, 글자크기 12포인트 이상, 줄 간격 200 등으로 규정돼 있다. 검찰이 작성한 이 부회장 혐의와 관련된 사건기록은 20만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검찰이 사건 개요와 쟁점을 설명하는 시간만 8시간 이상 걸렸다. 이렇게 복잡한 자료들을 30페이지 가량으로 압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 측도 마찬가지로 30페이지 분량 안에서 기소의 부적절성을 강조해야 한다.

이 부회장 측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전혀 불법이 없었고,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 등에 대해 보고받거나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년8개월 동안 검찰이 수사했음에도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을 들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 및 승계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고, 이를 이 부회장이 보고받고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또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을 부당하게 바꾼 ‘분식회계’로 4조5000억원 가량의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을 주축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모든 과정에 단계적으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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