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미룰 수 없다’ 기지개 펴는 6월 극장가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4 11:00
  • 호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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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이어 《결백》 《살아있다》 등 잇달아 개봉…스릴러 영화들이 찾아온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다중이용시설에는 영화관도 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관객 감소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80~90%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한국영화산업 결산자료에 따르면 5월 전체 관객 수는 전년에 비해 91.6%(1654만 명)나 감소했다. 2004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그나마 황금연휴 덕에 4월 대비 55만 명 늘어난 153만 명을 기록할 수 있었다. 5월은 매년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와 여름 대작 경쟁을 피한 중급 규모의 한국 상업영화들이 관객몰이를 하던 시즌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다행히 극장가에 조금씩 반등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여러 번 개봉 날짜를 바꾸며 ‘묶여 있던’ 영화들은 여름 대목을 앞두고 더는 개봉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과연 6월에는 침체된 극장가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을까.

영화 《침입자》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침입자》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보릿고개를 버티는 영화계의 궁여지책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지난 5월말 캠페인을 시작했다. 극장과 관객이 함께 만드는 슬기로운 영화 관람을 위한 ‘극장에서 다시, 봄’이다. 6월4일부터 3주간 목~일요일 영화관 입장료 6000원 할인권을 배포한다는 내용이다. 할인권 133만 장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90억원으로, 각 영화관 예매 사이트 등을 통해 순차 배포된다. 전체 할인권의 95%를 가져간 멀티플렉스 4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 Q)는 전년 영화시장 매출 비중에 따라 결정됐다. 할인권을 사용한 사전예매는 6월1일부터 시작됐고, 전국 대부분 극장에서 사용 가능하다.

영진위가 공개한 캠페인 영상에는 각 극장들이 좌석 간 거리 두기, 상영관 입장 시 발열 체크, 철저한 방역 등 시설 및 관객 안전에 힘쓰는 상황들이 담겨 있다. 영진위는 “방역 전문가들이 포함된 영화산업 안전관리위원회에서 판단하기에 대화 등 감염 우려 행위가 거의 없는 영화관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다중이용시설”이라고 강조한다. 배포기간은 3주로 시작하지만, 관객 반응을 보면서 실행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도 열어뒀다.

캠페인의 효과는 있었다. 6월 첫 주말인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40만1800여 명이 극장을 찾았다. 15주 만에 40만 명대 회복이자 지난 3월 이후 주말 최고 관객 수다. 캠페인이 시작된 6월4일 목요일에는 8만4100여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이는 전일 대비 무려 199%, 전주 대비 111% 늘어난 수치다. 6월4일은 코로나19 이후 한국 상업영화 개봉 첫 주자인 스릴러 《침입자》의 개봉일이기도 했다. 당초 2월 개봉 예정이었던 이 작품은 몇 차례 개봉을 연기한 끝에 4일 개봉을 확정했다. 개봉 첫 주말 관객 수는 28만8000명.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과 겹쳐 시너지를 발휘한 셈이다.

하지만 멀티플렉스 중심의 이 지원책은 독립예술영화관까지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한계 역시 명확하다.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이 지난 4월6~12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은 전년 대비 평균 70~80% 이상 관객이 급감했다. 매출로 치자면 1000만원대 손실이다. 지난 2월20일부터 두 달 장기 휴관을 결정했던 대구 오오극장의 경우 전년 대비 2000만원 정도의 매출이 감소했다. 영진위의 캠페인은 자체 영화 예매 시스템을 갖춘 멀티플렉스를 통해 할인권을 지급하므로, 독립영화예술관은 사각지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극장가가 반짝 호황을 경험하더라도 멀티플렉스 상영 상업영화에만 국한된 것이다.

이에 독립예술영화 진영은 SNS를 중심으로 독립예술영화관 챌린지(#SaveOurCinema)를 통해 관객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중이다. 독립예술영화를 향한 애정, 영화관의 경험을 공유하고 알리는 챌린지다. 배우 최희서, 이제훈, 한예리, 김혜수, 신민아 등 영화인들의 릴레이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 5월14일 개봉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가 누적 관객 2만7000여 명을 기록하는 등 좋은 독립예술영화를 향한 관객의 관심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결백》의 한 장면 ⓒ㈜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결백》의 한 장면 ⓒ㈜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결백》의 한 장면 ⓒ㈜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영화 《결백》의 한 장면 ⓒ㈜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결백》의 한 장면 ⓒ㈜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살아있다》의 한 장면 ⓒ㈜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의 반격이 시작된다

한동안 어쩔 수 없이 재개봉 영화들의 접전지로 변모했던 극장가에는 하나둘 신작이 찾아온다. 《침입자》가 물꼬를 튼 극장가의 활기는 당분간 스릴러 영화들이 이어받는다. 6월10일 개봉한 박상현 감독의 《결백》은 농약 막걸리 살인 사건이라는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다.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일어난 농약 막걸리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치매에 걸린 엄마 화자(배종옥)가 지목되면서, 유명 로펌 변호사인 딸 정인(신혜선)이 엄마의 변호를 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6월18일 개봉하는 《사라진 시간》은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이다. 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를 담당하게 된 형사 형구(조진웅)가 하루아침에 다른 삶으로 빨려 들어가는 미스터리한 상황을 담은 영화다.

같은 날 개봉을 앞둔 최윤태 감독의 《야구소녀》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과정 작품이다.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성 선수이자 ‘천재 야구소녀’로 불리는 주수인(이주영)이 유리천장을 깨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지만, 주수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프로 입단의 문을 두드린다.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마현이 역으로 또렷한 인상을 남겼던 이주영의 주연작이다.

5월24일에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 생존 스릴러 《살아있다》가 관객을 찾는다. 할리우드 작가 맷 네일러의 원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조일형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한 작품이다. 맷 네일러의 원작 시나리오 이름이 《Alone》이었기 때문에, 당초 동일한 이름으로 알려졌던 프로젝트다. 영화는 원인불명의 감염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무차별 공격을 시작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 좀비물이다. 데이터, 와이파이, 전화 등 모든 통신수단이 끊긴 상황에서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생존기를 그린다.

칸으로 간 한국영화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개최가 무산된 올해 칸국제영화제가 초청작을 선정해 발표했다. 올해 초청작으로 꼽힌 작품은 총 56편. 한국영화는 두 편이 포함됐다. 좀비 영화 《부산행》(2016)의 속편으로 알려진 연상호 감독의 《반도》가 그 첫 번째 작품. 좀비들의 습격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최후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강동원과 이정현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부산행》은 지난 2016년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바 있다. 임상수 감독의 《헤븐: 행복의 나라로》 역시 칸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임상수 감독의 칸영화제행은 《그때 그 사람들》(2005, 감독주간), 《하녀》(2010, 경쟁부문), 《돈의 맛》(2012, 경쟁부문)에 이어 네 번째다. 이번 작품은 우연히 만난 두 남자가 인생의 마지막 행복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렸다. 최민식, 박해일 주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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