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테크 비즈니스로 코로나 이후 대비하라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ㆍ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8 15:00
  • 호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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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록다운 피하기 위한 그린정책 절실…자영업자도 다양한 사업에 응용 가능

지난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비공개 토론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략사업으로 ‘그린 뉴딜’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 자체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국제사회도 그린 뉴딜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루 뒤인 5월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만났다.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였다. 이곳은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현재 차세대 전고체(電固體)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앞서 언급한 두 뉴스가 절묘하게 겹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탄소배출국 7위 국가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역할’을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탄소는 49억 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9%(2018년 기준)에 달한다. 자동차는 철강, 시멘트와 함께 탄소배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5월13일 국토부 그린 리모델링 우수 사례로 뽑힌 대전시 대덕구 수자원공사 물사랑 어린이집에서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5월13일 국토부 그린 리모델링 우수 사례로 뽑힌 대전시 대덕구 수자원공사 물사랑 어린이집에서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 출몰

그렇다면 왜 그린 뉴딜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을까. 전염병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했기 때문이다. 즉, 전염병의 빈번한 출현은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이는 화석연료의 무절제한 사용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사는 땅이 20세기에는 지구의 14%에 불과했으나 오늘날에는 77%에 이른다. 이로 인해 200여 종이 넘는 야생동물이 인간사회로 이동했다. 그 결과 에볼라, 사스, 지카에 이어 코로나19까지 다양한 바이러스가 출몰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세계적인 록다운 사태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그린정책이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표적인 사업으로 ‘노후 건축물의 그린 리모델링’을 제시했다. 노후건물의 그린 리모델링으로는 스마트시티와 인텔리전트 빌딩(Intelligent Building)이 선두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인텔리전트 빌딩은 고도의 정보통신 기능이나 사무실을 쾌적하게 하는 자동제어 시스템을 갖춘 첨단정보 빌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건물은 40%의 에너지와 76%의 전기를 소비한다. 우리나라 에너지는 화석연료에서 68%를 생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율은 불과 7.6%뿐이다. 그린 리모델링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까지는 글로벌 이슈와 큰 경제 위주로 언급했다. 그렇다면 작은 경제에서 창업가들은 그린 뉴딜에 기반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할까. 스타트업이라면 촉매기술이나 그린테크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의 필드팩터(Field Factors)사는 빗물 재사용 솔루션 ‘블루블로그(blueblog)’를 개발해 최근 1억 유로를 투자받았다. 표면의 빗물을 최고 95%까지 수집해 하수구에서 분리하고 바이오필터가 정제한다. 공간이 부족하고 표면이 포장된 도시 지역에 최적화된 기술로 주로 운동장, 잔디밭 등에 관개용으로 사용된다.

스위스의 무트랄(Mootral)은 가축 폐기물과 메탄 배출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을 채용하면 동물의 폐기물과 메탄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소나 염소 같은 반추동물의 소화 과정과 배설물이 뿜어내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의외로 많다. 빌 게이츠가 “소가 한 국가라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온실가스(GHG) 배출량 3위”라고 했을 정도다.

그린테크 비즈니스는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에만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자영업에서도 얼마든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3R 비즈니스가 좋은 예다. 일반적으로 선형경제는 원자재→생산→사용→폐기 등의 단계를 통해 소멸된다. 하지만 순환경제로 넘어오면 생산단계에서의 발생 억제(Reduce), 폐기 전 단계에서의 재사용(Reuse), 재생 이용(Recycle) 등이 필요하다. 그 첫 글자를 따서 3R 비즈니스라고 부른다.

3R 비즈니스 시장을 크게 나누면 렌털사업과 재활용사업, 리필 관련 사업, 대여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명품패션 재활용사업’이 있다. 명품을 렌털하거나 약간의 손질을 통해 재판매하는 사업인데 싫증 나거나 체형이 달라진 경우, 혹은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서 내놓은 물건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IMF 금융위기 때 명품만을 취급하는 전당포가 새로 등장하기도 했다.

구제(舊制)의류 전문점도 유망 업종이다. 서구에서는 사자(死者)의 옷이 가장 인기인데 그 사람보다 더 오래 산다는 속설 때문인 듯하다. 이 가운데 특히 청바지는 대표상품에 속한다. 처음 구제 청바지가 유행할 때는 실제로 재활용 상품들이었지만 나중에는 일부러 제조 과정에서 구제 청바지처럼 만들어지기도 했다.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사전 상세 브리핑 모습 ⓒ연합뉴스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사전 상세 브리핑 모습 ⓒ연합뉴스

3R 사업 '창업의 조건'

이러한 3R 사업을 창업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첫째, 포화상품이어야 한다. 즉 순환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많이 생산되고 많이 소멸되는 제품이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야 한다. 어린이 의류가 대표적이다. 셋째, 고가 제품이어야 한다. 값이 싸면 차라리 약간 더 보태 신제품을 사기 때문이다.

리페어(repair)사업으로 도전해 볼 만하다. 자전거 수리, 핸디맨(Handyman), 기술기반 제품 수리(Tech Refurbishing)처럼 기술이 필요한 사업이 유망하다. 소박하게 장난감병원, 옛날 책 복원과 같은 사업도 도전해 볼 만하다. 특히 장난감병원은 아이들은 장난감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는 습관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기도 한다.

제조업체의 재고를 기반으로 렌털사업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마다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렌털이 가능한 상품은 사모펀드(PEF)들이 투자해 주기 때문에 유통에 애로가 있는 제조업체라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들도 그린 마케팅으로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재활용 가능한 포장지를 사용한다거나 그린카드를 만들어 소비자 보상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의 방법이다. 또한 가능한 한 에코제품을 사용해 지성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방법도 좋다. 예컨대 미용실에서 천연 샴푸와 컨디셔너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미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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