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1억원 들여 심벌마크 변경 ‘시끌’
  • 경기취재본부 윤현민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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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조례 공포 5개월 전부터 새 심벌마크 공식사용

경기 평택시가 25년 만에 심벌마크를 바꾸면서 잡음이 잇따른다. 관련조례가 의회 문턱을 넘기도 전에 최종시안이 곳곳에서 공식 사용되면서다. 시가 무턱대고 최종시안부터 적용한 뒤 뒤늦게 조례정비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시의 독선행정으로 시의회 기능을 무력화했다는 원성까지 나온다.

평택시 새 심벌마크가 부착된 교통약자 콜택시 ⓒ평택도시공사
평택시 새 심벌마크가 부착된 교통약자 콜택시 ⓒ평택도시공사

게시대·지주간판 등 새 심벌마크 교체에 1억 소요

평택시는 지난 5일 평택시 상징물 관리 조례 일부개정안 공포 후 새 심벌마크를 사용 중이다. 심벌마크는 시를 대표하는 시각 상징물로, 평택시의 이미지를 만드는 핵심이다. 

시는 관련용역, 전문가 자문, 시민의견 수렴 등을 차례로 진행했다. 지난해 7~11월 4600만원을 들여 'CI 리뉴얼 및 응용디자인 용역'을 추진했다. 이후 김현 전 디자인파크 대표로부터 의견을 구하고, 1·2차 시민선호도를 조사했다. 김 전 대표는 88올림픽 공식마스코트 호돌이를 디자인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이 과정을 거쳐 54개 시안 중 3개를 추린 뒤 지난해 11월 최종시안을 확정했다.

기존 형태는 그대로 두고 당초 흑록색과 군청색에서 여러 색을 혼합해 도안했다. 정통성은 살리면서, 여러 배색으로 현대적·역동적 느낌을 담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지난 1995년 송탄시, 평택시, 평택군 등 3곳이 평택시로 통합된 지 25년 만의 변화다. 이번 심벌마크 변경으로 관련 CI 정비에만 모두 1억여 원이 필요하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게시대, 지주간판 등의 기존 심벌마크를 새 것으로 바꾸는데 9938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관련조례안 발의 전 관용차, 음식점에 새 심볼마크 적용

문제는 새 심벌마크를 사용하기 위한 조례안이 의회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이미 공공연하게 사용됐다는 점이다. 새 심벌마크는 지난 1월부터 관용차량, 음식점 등에 버젓이 사용돼 왔다. 교통약자 콜택시는 각 차량 양 측면과 본넷트에 변경된 심벌마크가 새겨져 있다. 일부 음식점에는 바뀐 심벌마크가 새로 적용된 위생업소 표시가 부착돼 있다.

당초 시는 2월 26일 상징물 관리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의회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시의회는 시민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며 심벌마크 등의 심도 있는 재검토를 주문했다. 시민선호도 조사에서 심벌마크 변경 취지와 배경 설명 없이 시안 선택만 요구했다는 얘기다. 결국 본회의에선 조례안 중 심벌마크, 시기, 문장을 삭제한 수정안으로 가결됐다.

그러자 시는 지난 5월 1일 다시 심벌마크 등을 상징물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이에 시의회는 심벌마크 배색이 그라데이션으로 이뤄져 명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후 심벌마크, 시기, 문장 모두 단색 디자인으로 한 해당 조례 개정안을 수정가결 했다.

사정이 이렇자 시의회는 시 집행부의 독선과 함께 기초의회 기능 훼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정일구 평택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은 "시를 상징하는 심벌마크 변경은 시장 의지가 강력히 반영됐을텐데 시의회 심의도 있기 전에 새 심벌마크들이 여기저기 나붙어 있는 게 말이 되나"라며 "조례안 심의 등을 통한 견제라는 시의회 본연의 기능을 무시한 처사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평택시는 내부적으로 심벌마크 최종시안을 홍보하면서 빚어진 혼선이라는 입장이다. 시 기획홍보팀 관계자는 "시청 직원들에게 심벌마크 최종시안을 알리는 과정에서 일부 부서가 관련조례 정비 여부를 미처 살피지 못하고 새로운 심벌마크를 적용한 것 같다"면서도 "심벌마크 변경은 현재 상징물 관리 조례 제정으로 폐지된 평택시 시기 등에 관한 조례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진행한 일"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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