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살 의혹” vs “고인 모욕”…곽상도-윤미향 설전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6.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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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소장 '타살 가능성 낮다' 부검 결과에 곽상도 “경찰, 자살 결론 내놓고 수사”
윤미향 “아직도 검사인양 기획 수사지휘”
서울 마포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 연합뉴스

고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 소장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타살 가능성이 없다”는 소견을 내놨지만 야당은 부검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추가 수사를 요구했다.

정의기억연대가 세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운영해온 손 소장은 6일 주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날 저녁 숨진 채 발견됐다. 1차 부검을 마친 국과수는 화장실에서 샤워기 줄로 목을 감고 앉은 채 발견된 고인의 경우 목이 졸려 숨졌다고 8일 발표했다.

 

곽상도 “故 손씨, 후원금 유용 가담 의혹도 밝혀야”

미래통합당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팀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험이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앉은 상태에서 샤워기 줄을 목에 감아 본인의 의지만으로 사망까지 이른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 소장이 정의연의 후원금 유용에 가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곽 의원은 “조의금은 손 소장 개인계좌로 받았다”고 쓴 트위터 게시물과 이 할머니 유족의 인터넷 댓글 자료를 제시했다. 실제로 이 할머니 유족이 쓴 것으로 밝혀진 댓글은 손 소장이 할머니 몫 후원금 등을 빼돌렸다는 주장이 담겼다.

위안부 피해자 고 이순덕 할머니 유족은 손영미 소장 사망 기사에 조의금 유용 의혹을 주장하는 댓글을 달았다. ⓒ 곽상도 의원실
위안부 피해자 고 이순덕 할머니 유족은 손영미 소장 사망 기사에 조의금 유용 의혹을 주장하는 댓글을 달았다. ⓒ 곽상도 의원실

그러면서 곽 의원은 “댓글이 사실이라면 고인과 관련된 분들 사이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갈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 계좌 후원 및 위안부 할머니 계좌 돈 인출 같은 내용과 사망 간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내용도 함께 규명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곽 의원은 경찰이 손 소장의 휴대전화 감식결과와 CCTV를 밝히라는 요구도 했다. 그는 “고인이 사망 전 누구와 통화했는지, 어떤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데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손 소장의 사망추정 시각, 손 소장이 파주 자택에 들어오기 전후 시간대에 CCTV에 찍힌 출입자가 몇 명인지, 그 사람들에 대해 조사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경찰에서 손 소장이 자살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수사책임자를 교체해서 철저히 조사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 연합뉴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미향 “비서관이 119 신고한 이유? 끈끈한 자매애 때문”

정의연 이사장 출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측은 의원실 이름으로 곽 의원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이날 저녁 올라온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윤 의원실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 온 고인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고 썼다.

사망 원인에 의문을 제기한 곽 의원에게 윤 의원실은 “경찰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결과 타살 혐의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면서 “그런데도 곽상도 의원은 ‘음모론’을 제기하며 자신이 아직도 검사인 양 기획수사를 지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윤 의원실은 “곽 의원은 객관적이고 명백한 수사를 담당한 대한민국 경찰을 모독하는 분이 아닌지 의문”이라면서 “고인의 죽음과 관련해 최초신고자가 윤미향 의원실 비서관이라는 것을 이유로 윤미향 의원에게 상상하기조차 힘든 의혹을 또다시 덮어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도 모자라 이제는 고인에게 마저 부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에서 비롯된 것일진대, 이는 다시 한 번 고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도 비판했다.

윤 의원실 소속 비서관(5급 상당)이 손 소장의 연락 두절에 최초 실종에 나선 이유로 “16년 세월 동안, 이들의 관계는 가족이나 다름없었다”면서 의혹 제기는 “이는 고인과 비서관, 윤미향 의원의 끈끈한 자매애를 모르고 하는 허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가족이 최근의 상황으로 심적, 육체적으로 힘들어 한다고 들었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오랜 세월 함께한 동지를 방관하는 게 인간의 도리인가”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실은 곽 의원의 추가 수사 요구에 대해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고인의 사망 경위를 극히 자세히 언급하며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연합뉴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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