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악수' 걷어찬 북한…“트럼프에 선전 보따리 안줄 것”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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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외무상,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 담화
“미국에 맞서 힘 키울 것…말로만 관계개선, 실제론 정세격화에만 광분”
노동신문에는 싣지 않아 대미 협상 여지 두는 모습도
세기의 담판이라 불렸던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은 커다란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이제 세계인의 관심은 조만간 열릴 2차 정상회담으로 쏠리고 있다. ⓒ AP 연합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이한 12일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 AP 연합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이한 12일 미국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더는 치적 선전용 보따리를 주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리선권 외무상은 이날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 담화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를 발표하고 "미국은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장기적 위협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미국이 그동안 북미관계 개선이 아닌 정세 악화에 매달려 왔다고 비판하면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는 아무런 대가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을 위한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외무상에 임명된 리선권이 대미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외무상은 2년 전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두 해 전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서 실제 조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북측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단행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골 송환, 억류 미국인 송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등을 열거하면서 '세기적 결단', '전략적 대용단' 등으로 치켜세웠다.

이에 반해 미국의 조치에 대해서는 "말로는 관계개선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정세격화에만 광분해왔다"면서 "미국에 의해 조선반도는 항구적이고 공조한 평화보장과는 정반대로 핵전쟁 유령이 항시적으로 배회하는 세계 최대 열점지역으로 화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성과를 과시해온 점을 두고 "지금까지는 현 행정부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정치적 치적 쌓기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핵전략폭격기, 항공모함 등을 배치한 점을 언급하면서 "미 행정부는 조미 '관계 개선'은 제도전복이고, '안전담보'는 철저한 핵선제타격이며, '신뢰구축'은 변함없는 대조선 고립압살을 의미한다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 국가, 제도, 인민에 대한 장기적 위협으로 남아있게 되리라는 것을 명백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날 리 외무상 담화는 북한 주민들도 보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전날 북한 행보에 실망했다는 미 국무부 대변인 발언에 "부질없는 망언"이라며 반발한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의 언론 문답도 노동신문에 싣지 않았다.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연일 노동신문에 싣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와 달리 미국에 대해서는 북미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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