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현 고성군수 “공직사회 변화와 개혁, 더 속도 내겠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1 13:00
  • 호수 16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취임 2주년 맞은 백두현 경남 고성군수
“고성이 살아가야 할 방향에 집중”

2년 새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흰머리도 부쩍 늘었다. 그래도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넘쳤다. 행정을 신뢰하는 군민의 성원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그를 지탱해 주는 듯했다. 경남 고성의 백두현 군수(54).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느라 여념이 없다. 자신의 부인과 함께 전통시장에서 장보기를 했고, 한 달 급여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 어려운 일을 쉽게, 그 힘든 일을 가뿐히, 그 복잡한 일을 간단히 해내는 고성군수.' 6월11일 고성군청에서 만난 백 군수는 손소독제에 새겨진 응원 글을 자랑스럽게 읽었다. 그는 기탁받은 코로나19 성금으로 고성 지역 전 학원에 공기청정기를 제공했다. 학원의 애로를 시원하게 풀어준 것이다. 백 군수가 들고 있는 손소독제는 학원연합회가 그에게 준 감사의 선물이다. 그는 군민의 자부심이 담긴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다. 그의 다음 코스는 '지역경제 활성화'다. "취임 3년 차에 접어들면서 10kg 이상 몸무게가 줄었다"고 했다. 군수직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그는 코로나 얘기부터 꺼냈다.

6월11일 고성군청에서 시사저널과 취임 2주년 성과를 짚어보고 있는 백두현 경남 고성군수 ©시사저널 이상욱
6월11일 고성군청에서 시사저널과 취임 2주년 성과를 짚어보고 있는 백두현 경남 고성군수 ©시사저널 이상욱

고성군은 재난지원금을 경남 지자체 중에서 가장 빨리 지원했다.

"고성군은 정부형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고성사랑상품권)로 유일하게 지급했다. 여타 시군이 정부형 지급을 고민할 때 고성군은 무조건 지급한다고 결정했다. 이 때문에 고성군은 지역화폐를 그 금액만큼 미리 준비했다. 정부형도 고성에서 사용하라는 취지였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뒤 지역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5월 1300% 이상 매출이 뛴 곳이 두 군데 있다. 바로 서점과 문구점이다. 참 특이하다. 또 군민들은 소고기와 전기밥솥을 많이 구입했다. 농촌 지역이라 농약방에서 묘목 등도 많이 팔렸다. 선순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코로나19 성금 기탁도 줄을 잇고 있다.

"경남에서 고성군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안다. 매일 2~3건의 성금 기탁이 이어지고 있다. 다 어렵고 힘들지만 더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아름다운 마음이다. 군민들의 쉽지 않은 성금 기탁에 경의를 표한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원래 대한민국 국민들은 위대하고 현명하다. 그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행정을 펼치면 된다. 다시 말해 군민들이 행정을 신뢰하는 순간 그들은 무엇이든지 하려 한다. 과거에는 군민들이 행정을 불신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식당이 어렵지 않나. 고성군은 군청과 사업소 구내식당을 아예 폐쇄했다. 공무원들한테 '평균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여러분, 단 한 번만이라도 군민들을 위해 희생하자.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지역 식당을 이용하자'고 했다. 신뢰를 주는 행정이 군민들을 움직인 것이다."

취임 2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소회는.

"2년간 참 열심히 달려왔다. 엊그제 한 간부 공무원이 '군수님, 공무원들이 이전에 비해 환골탈태하고 있다. 이젠 속도를 좀 늦추는 건 어떠냐'고 했다. 변화와 개혁의 속도 조절을 언급했다. 물론 공무원들이 변한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속도를 늦추면, 공무원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공무원한테 빨려갈 것 같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 남은 임기 내내 속도를 낼 것이다.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이를 탈피해야 한다. 10명 중 3~4명이라도 진심 어린 군민 행정을 펼친다면 고성은 바뀐다. 내 목표인 5명에 도달하면 우리나라에 혁명이 일어난다. 그때까지 나는 쉬지 않고 가겠다."

되짚어볼 만한 성과가 있다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성과가 많다. '둔벅'을 아는가. 고성에는 농사를 짓기 위한 물웅덩이 '둔벅'이 444개 있는데, 지난해 국가중요농업재산 14호로 등재됐다. 충남 금산의 인삼, 경남 하동의 녹차와 같은 반열에 오른 것이다. '스마트축산 ICT 공모사업' 선정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이는 사연이 깊다. 고성 거류면 산성마을은 대표적인 한센마을이다. 그 마을에서 닭을 키우다가 최근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한센환우들은 오랫동안 악취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곳에서 현장 면담을 할 때 한 환우가 '제발 제대로 된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환우 얼굴에 새겨진 눈물이 참 선명해 그 자국만큼 가슴이 저몄다. 지난해 탈락했지만, 비로소 올해 612억원의 대규모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곧바로 축산악취 관리, 환경개선, 질병관리 등 큰 역할을 하는 한 대기업과 MOU를 체결했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돼지 4만 마리를 사육한다. 수익도 보장되고 악취도 사라질 것이다. 악취 때문에 옷장 깊숙이 넣어뒀던 그들의 예복을 이젠 옷걸이에 걸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도 다소 있었을 텐데.

"행정은 시기가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예산·조례 등의 문제로 1년을 기다리기 일쑤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자치단체장이 '4년은 짧다'고 하소연한다. 예산 편성과 조례 제정 과정에서 의회와 마찰을 빚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돌아간다. 의회와 긴밀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여태까지 고성에선 의회에 보고·승인·결재 방식의 소통 개념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단히 잘못된 관행이다. 행정과 의회는 고유의 기능이 있다. 역할 분담이 정확해야 군민들이 혜택을 받는다. 고성에선 의회의 권위가 너무 비대한 것 같다."

고성군 의회에서 세 차례나 부결된 '청소년 수당 조례'를 염두에 둔 것인가.

"부인하지 않겠다. '청소년 수당 조례' 같은 경우 참 답답하다. 과거에는 항상 언론 보도와 의회 보고가 먼저 이뤄졌다고 하더라. 얼마나 잘못된 관행인가.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중앙의 정보를 빨리 확인해 공모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실무 공무원도 모르는 사이 군수가 치고 나갈 수도 있다. 근데 모든 현안을 의회와 사전에 의논하고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는 관행은 수용하기 어렵다. 의회는 행정이 더 많은 국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청소년 수당 조례'를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고성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성이 발전하고 인구를 유지하려면 일단 먼저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도 초·중·고 학창 시절을 고성에서 보냈지만, 놀이문화가 전혀 없다. 주말이 되면 창원 등 대도시로 나가곤 했다. 안타깝지 않은가. 청소년들한테 그런 인프라를 만들어줘야 한다. 또 13~18세 청소년들한테 매월 5만~7만원의 바우처 카드를 지급해 배고프면 김밥도 사먹고 책도 구입하는 등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경제적인 부담으로부터 벗어난다면,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한번 성취하지 않을까. 그걸 우리 어른들이 해 줘야 하지 않나. 청소년들이 사각지대 없이 수당을 받을 수 있다면 공청회도 기꺼이 수용하겠다."

앞으로 2년 동안 중점을 두고 싶은 사안이 있다면.

"취임 때처럼 '고성이 살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에 집중할 것이다. 고성은 2년 연속 친환경생태농업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상괭이가 살아갈 수 있는 친환경 바다, 미국 FDA가 인정한 청정해역도 갖고 있다. 이 속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수축산물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일 것이다. 고성에는 1000년 이상 된 고찰이 다섯 군데나 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장이다. 관광산업을 더욱더 육성할 것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군민들을 위한 진심 행정도 계속 이어지나.

"그렇다. 국가 공모사업을 통해 주차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또 군민들의 휴식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옛 공설운동장 인근에 아름다운 공원과 공공도서관을 만들려고 한다. 얼마 후 군민들은 그곳에서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성효상씨가 설계한 9층 규모의 유스호스텔도 난포에 지을 계획이다. 컨벤션센터도 그곳에 들어간다. 군민들은 곧 휴식 공간, 숙식 공간, 행사 공간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군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군민들이 군수에게 거는 기대, 즉 신뢰 행정에 대한 믿음을 지켜나갈 것이다. 임기 내내 그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