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무더위에 승객과 기사 갈등 심화”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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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시작, 마스크 미착용 갈등 고조
마스크 착용하지 않으면 승차거부

울산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달 26일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버스와 택시, 철도 등 대중교통 이용 시 운전자가 승객의 승차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작된 지 4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승객과 기사 사이의 시비는 여전하다. 특히 최근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작된 지 4주차에 접어든 울산에서는 승객과 기사 사이의 시비는 여전하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작된 지 4주차에 접어든 울산에서는 승객과 기사 사이의 시비는 여전하다

울산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기사 A씨는 지난 주 막차 운행 중 마스크로 인한 시비가 붙어 급기야 경찰까지 부르게 됐다. A씨는 술에 취한 승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탑승하자 3차례에 걸쳐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마지못해 마스크를 착용한 취객이 계속 욕설을 퍼부으며 시비를 걸어 운행에 방해가 돼 경찰을 불러 해결했다. 

버스 운전기사 B씨는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게 탑승 거부 의사를 표현했지만 "날씨가 더워 숨도 쉬기 힘든데 마스크를 벗었다고 버스를 타지 못하게 잔소리를 한다“며 ”버스 기사가 대단한 권한이 있는 걸로 착각하지 마라“며 실랑이가 붙어 출발이 지연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버스 탑승 이후 더위를 호소하며 마스크를 벗거나 답답하다고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승객들을 보면 난감하다고 했다. 기사 C씨는 "마스크 미착용을 둘러싼 승객들 간의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어 매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각 경찰서에 따르면 이 같은 마스크 시비 사건이 하루에 한 두건씩 접수됐으나 날씨가 더워진 이달 중순에 접어들면서 두 배 이상 늘었다.   

마스크 미착용으로 인한 갈등과 시비는 택시도 마찬가지다. 택시기사 D씨는 최근 택시 탑승 후 바로 마스크를 벗고 계속 화장을 하는 승객에게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당부했지만 심하게 항의하며 요금도 내지 않고 도중에 하차했다고 전했다. D씨는"택시는 버스보다 좀 더 편하게 생각해서인지 탑승객 10명 중 3명 정도는 마스크를 벗는다"고 토로했다.

평소 시내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시민 E씨는 "마스크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는 광경들을 종종 목격하는데, 싸움이 커질까 봐 기사도 위험해 보이고 승객들도 불안하다.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교통분야 방역강화 방안에 따라 탑승객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운수종사자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운수종사자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승객에 대해 승차거부를 하더라도 사업정지·과태료 처분 등을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울산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탑승객의 승차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대중교통이 코로나19 연쇄감염의 '통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스크 의무화'와 '승차 거부' 제도까지 도입됐지만, 이른 무더위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마스크를 턱이나 귀에 걸고 다니는 소위 '반쪽 마스크' 상태로 탑승하거나 아예 착용하지 않는 시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더위로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사람 간의 2m 이상 거리 두기를 일상생활에서 습관화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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