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제사회 고립 자초하는 자해 행위…文정부 대북정책 변화 불가피”
  • 감명국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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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 필요성 강조해 왔던 전문가들도 이번 북한 행동에 충격과 우려 나타내

한반도를 극단적인 위기 상황으로 몰고 있는 북한의 다음 행동은 또 하나의 남북교류 상징인 ‘개성공단’이 될 것으로 북한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개성공단에 군부대가 진입하고 완전 철거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북한의 후속 군사조치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공감하거나 남북협력의 필요성을 평소 강조해 왔던 전문가들도 이번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는 충격과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개성에 군대 다시 들여보내는 제스처 취할 듯”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6월16일 시사저널에 보내온 글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6월4일 담화 발표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지 12일 만에 6월16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실제 폭파했다”며 “김 제1부부장은 4일 당시 개성공단의 완전 철거와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도 시사했는데, 북한은 곧바로 신속하게 개성공단의 완전 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 소장은 “김여정의 4일 담화 발표 이후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을 살포해온 탈북민 단체를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남북관계를 냉전시대의 적대적 관계로 되돌리겠다는 입장을 이처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은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소장은 “북한으로서는 현 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가동시키기 위한 해법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쓸모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를 현재의 상태로 방치해두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때문에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한국정부 책임론’을 계속 제기하면서 남북연락사무소의 폭파를 정당화하고, 곧바로 개성공단의 완전철거 쪽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공개 보도를 통해 밝혔기 때문에 개성공단에 북한군 부대가 들어오는 조치까지 취할 가능성이 있다. 개성공단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에 빈 공간이 많다. 군부대가 정식으로 다시 들어오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일단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천막 막사를 치는 한이 있더라도 군대를 다시 개성에 들여보내는 제스처를 취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은 남북관계 단절을 넘어 남북관계의 파산을 선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북한이 단순한 협상용이 아니라 남북관계에 대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북한은 상당기간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지 않을 것임을 이번 행동으로 명확히 표시했으며, 후속 군사조치도 연속적으로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북한은 최고 수준의 압박만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6월16일 오후 2시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6월16일 오후 2시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합의 언제든 깨트릴 수 있는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 이미지 확산될 것”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강경책은 오히려 큰 패착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성장 소장은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이전 국제사회에서는 김정은에 대해 ‘고모부를 처형하고 이복형을 암살한 잔인한 인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다”면서 “그러나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 지도자’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널리 확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처럼 4․27 판문점선언의 중요한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난폭하게 파기하고 남북관계를 냉전시대의 적대적 관계로 후퇴시키면서 국제사회에서 김정은에 대해 ‘합의도 언제든지 깨뜨릴 수 있는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을출 교수 역시 “이런 상황은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전혀 바라지 않는 것”이라며 “북한이 한국 정부에 불만을 가질 순 있지만 이런 식의 극단적 선택은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충격요법을 통해서라도 남한 분위기를 바꿔야겠다고 판단한 듯하지만, 오히려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단 이후 최악의 남북관계 될 수도”

향후 남북관계에서도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이 지금 이런 행동을 벌이는 것은 올해 완성해야 했던 ‘사회주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게 안 될 것 같으니까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배경 탓에 당장 남한의 특사를 받거나 남한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 소장은 문재인 정부로서도 기존의 대북정책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이처럼 기존의 남북정상 간 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전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기존의 비전략적인 대북 접근과 정책을 고수한다면 북한으로부터 계속 무시당하고 조롱받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에 상응해 한국 정부도 기존의 대북정책과 라인에 어떠한 문제점은 없었는지 철저하게 검토하고,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전환과 라인의 쇄신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 또한 “북한이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기 때문에 과도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묻고 경고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면서 분단 이후 최악의 남북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 급선무”라며 “남북 충돌이 또 다른 남남갈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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