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 겨눴던 여당, 다음 타깃은 ‘김명수 법원’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2 14:00
  • 호수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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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 불사하며 법사위원장 사수한 민주당, 강력한 사법 개혁 예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 개혁 다짐이 무색하게도, 법원은 무분별한 검찰권 남용에 대해 방관자로 전락했다.”

지난해 10월8일 민주연구원이 발표한 ‘제2사법개혁추진위원회’ 관련 보고서 내용이다. 민주연구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 남발만 문제가 아니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허가 남발은 더 심각한 문제로, 과거 사법농단 수사 당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법원의 모습과 확연히 대조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제 우리 사회는 검찰 개혁과 아울러 법원 개혁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는 이른바 ‘조국 사태’로 여권의 개혁 동력이 힘을 잃던 상황.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를 두고 “여당이 조국을 살리기 위해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압박하려 한다”는 거센 반발이 나왔다.

6월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상임위원장-간사 내정자 연석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6월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상임위원장-간사 내정자 연석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민주당, 법사위원에 ‘강성 개혁파’ 대거 배치 

21대 국회가 막을 연 6월, 다시금 ‘사법 개혁’이 민주당 화두로 등장했다. 그러나 200일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20대 국회보다 압도적인 힘을 갖게 된 거대 여당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탈환했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개혁 브레이크’가 힘을 잃게 된 가운데, 여당 주도의 사법 개혁 폭과 속도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여당의 표적은 검찰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과 이어 터진 ‘조국 사태’ 등이 이른바 ‘검찰 수술론’에 불을 붙였다. 당시 만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기서 검찰에 밀리면, 내년(21대) 총선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며 급박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21대 총선 이후, 민주당은 위기를 딛고 177석의 ‘공룡여당’으로 변모했다. 개혁을 외칠 명분도, 개혁을 진행할 힘도 더 커진 셈이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거센 반발을 뿌리치고, 사법 개혁의 방향타를 쥔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도 가져왔다. 21대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에 앉은 이는 윤호중 의원. 4선의 윤 의원은 당 사무총장으로 당권파 실세로 분류된다. 그는 첫 일성으로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을 강조했다. 6월16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 내정자 연석회의에 참석한 윤 의원은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이 그간 대단히 난항을 겪었다”며 “첫째로 법사위에서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법사위원 자리에 ‘강성 개혁파’들을 대거 배치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와 윤석열 검찰 국정감사 때 활약한 김종민·박주민·백혜련·송기헌 의원 등 기존 법사위 멤버에 법조인 출신 초선 의원들을 더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최기상 의원을 비롯해 고검장 출신의 소병철 의원, 조국 법무부의 법무·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한 김용민 의원, ‘조국 백서’ 저자 김남국 의원 등이다. 법사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박범계 의원도 20대 국회 전반기에 이어 다시 법사위로 복귀했다. 비법조인으로는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페이스북 설전’을 벌이고 있는 신동근 의원이 합류했다.

‘사법 개혁’의 주 공격수로 기대됐던 더불어민주당의 ‘판사 출신 초선 2인’은 법사위 합류가 불발됐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폭로하며 사법농단 폭로의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탄희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에 배정됐다. 민주당은 지난 1월 이탄희 의원을 영입하면서 “사법 개혁을 책임질 법관 출신 인사로는 첫 번째 영입 케이스”라며 사법 개혁을 위한 영입인재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공황장애가 재발한 이 의원이 건강 회복에 주력하기로 하면서 법사위 배제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피해자를 자처하며 ‘법관 탄핵’을 주장해 온 이수진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배치됐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는 “법사위 경쟁률이 높았다”며 불가피한 결정임을 피력했다. 6월1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가진 이 의원은 “사법 개혁을 위해 국회에 왔는데, (법사위 배치 무산은) 아쉬운 결정”이라며 “당 지도부가 악의적인 기사가 보도되는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초선 의원들끼리 ‘20대 국회에서 못한 것을 꼭 해내자’며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검찰 개혁이 가장 큰 화두지만 법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같은 초선인) 이수진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거론되지 않았나. 두 사람에게 힘을 좀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성난 통합당, ‘공수처장 비토권’으로 어깃장 가능성

다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 탓에 사법 개혁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로선 민주당의 개혁 1순위는 여전히 검찰이다. 이에 법사위 내 첫 충돌 지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미 민주당에서는 국회법 일부개정안,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 등 공수처 후속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문제는 그간 원 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에 끌려다녔던 통합당이 ‘공수처장 추천권’을 주요 상임위를 빼앗긴 데 대한 보복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법률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 선출은 총 7명으로 구성되는 추천위원회 위원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의 예비후보를 뽑아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위원 중 2명은 여당에서, 나머지 2명은 야당 교섭단체에서 뽑히도록 규정한다. 현 원내 구성 상황상으로는 통합당이 2명을 추천하는 구조다. 즉 통합당이 후보 추천 ‘비토권’을 행사하면 후보 선출 자체가 어렵다. 결국 공수처를 두고 여야가 대치하게 된다면, 사법 개혁의 동력이 점차 약해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도 사법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 현 정부 대법관 물망에 올랐던 신평 변호사는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대다수 국민이 법원과 검찰에 바라는 것은 하나다. 공정한 재판과 공정한 수사다. 이게 과연 검찰의 힘만 빼서 이뤄지겠는가”라며 “사법의 독립과 사법의 책임이 같이 강조되는 게 세계 법학의 트렌드인데, 유독 우리나라는 사법의 독립만 강조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만 말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사법의 독립이 아닌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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