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보복성 법관탄핵? 김연학은 그 전부터 ‘탄핵 1순위’였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2 14:00
  • 호수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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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법관 탄핵’ 논란 일으킨 이수진 민주당 의원 “법사위 배치 무산된 것 아쉬워”

“이거 보세요. 내가 정말…. 이런 보고서를 2주 안에 쓰고 했는데….”

6월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화면에는 날짜별로 정리된 파일 목록이 떴다. 한 파일을 누르자 109페이지 분량의 문서가 열렸다. 이 의원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작성한 한 검토보고서였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상고사건을 연구·검토한 뒤 대법관에게 검토 결과를 보고한다. 연구관은 1인당 1주일에 사건 18~20건을 검토하는데, 이 의원이 민사 신건조(新件組)연구관으로 부임한 첫해 작성한 보고서 건수는 1060건에 이른다. 이 의원은 이듬해 민사 심층조에서 일했다. 심층조 연구관은 1인당 1개월에 1~2건 정도의 사건을 검토하는데, 그만큼 복잡하거나 어려운 사건이 많다. 이를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갑자기’ 대전지방법원으로 전보됐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자신이 ‘양승태 블랙리스트’에 올라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한 탓에 당시 재판연구관 임기인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부당한 인사조처를 당했다는 얘기다. 이후 ‘사법농단’의 피해자를 자처한 이 의원은 사법 개혁을 기치로 내걸어 21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이 의원의 과거 인사 담당자였던 김연학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의 증언 이후, 그의 ‘피해자 자격’을 두고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판사는 법정에서 “(이 의원 인사는) 근무평정 등을 종합해 결정한 결과일 뿐”이라며 ‘인사 불이익’이 없었다는 증언을 내놨다. 직후 이 의원이 “김연학 판사는 탄핵 검토 대상 1순위”라고 맞불을 놨다. 이를 두고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이 의원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깨고, 사적인 이유로 탄핵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사저널은 논란의 중심이 된 이 의원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6월18일 국회에서 만난 이 의원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억울함을 넘어 ‘실망’과 ‘분노’를 나타냈다. 사법농단 공범이 내놓는 증언이 ‘진실’처럼 호도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추진해 온 법관 탄핵 구호가 ‘사적 보복’으로 둔갑한 상황이 답답하다고 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근무평정 B, 김연학도 ‘급발령’ 이유 말하지 못해”

김연학 판사가 ‘이수진은 사법농단 피해자가 아니다’는 증언을 했는데.

“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다. 그때 이미 사법농단 법관의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그때부터 검찰이 징계대상자에 포함시켜 대법원장이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사법농단 판사 13명은 탄핵 대상이었다. 김연학 판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겠는가?”

김연학 판사 말로는 ‘인사는 근무평정을 근거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당시 인사가 난 후 김연학이 저녁을 먹자고 하더라. 평정이 뭐냐고 했더니 B래. 그래서 B면 내쫓는 것이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라더라. 자기도 마땅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 왜냐면 나 뿐 아니라 다른 일부 재판연구관들도 B를 받았다. 양승태 행정처의 인사가 악질적인 게 뭐냐면, 10명의 인사가 있으면 가장 효과적인 2~3명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고, 나머지는 제대로 인사한다. 전부 불이익을 주면 판사들이 들고일어나니까. 그러니 (동료가 불이익을 받아도) 다른 판사들이 뭐라 말을 못 하는 것이다.”

왜 당시 제대로 항의하지 못했나?

“인사 불이익 당시 윗선에서 이런 소문(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을 흘리고 그랬었기 때문에, 분명 또 (김연학 판사가) 말할 것 같았다. 인사가 나고 그날 퇴근을 못 하고 새벽 1시까지 대법원 건물에 남았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너무 모욕감을 느꼈다. ‘어떻게 판사들이 이럴 수가 있나’ ‘내가 과연 재판을 할 수 있을까’ 판사로서 자존심이 상했다. 항의 의사로 사의표명을 하려고 했는데 내부에서 개혁을 해 달라는 동료 만류에 결국 생각을 바꿨다.”

그런데 ‘사법농단 블랙리스트’에는 이 의원의 이름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연학을 비롯한 엘리트 법관들은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멤버들을 따로 관리하고 보고했다. 왜 보고했겠나? 그게 바로 블랙리스트다. 블랙리스트는 딱 하나의 문건이 아니란 얘기다. 내가 사법농단 피해자라는 건 이미 검찰에서도 인정한 사실이다.”

검찰이 이 의원을 피해자로 인정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앞서 박아무개 검사가 사법농단과 관련해 피해진술을 해 달라고 했는데, 내가 오히려 ‘사건화하지 말아 달라’고 말렸다. 내 사건이 아니라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사건 판결이 지연된 의혹을 밝혀 달라며 검찰을 도왔다.”

 

“이탄희도 나를 신뢰…법사위 구성 아쉬워”

‘사법농단’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이탄희 의원이 이수진 의원을 ‘대법원 중간자’라고 표현해 파문이 일기도 했는데.

“이탄희 의원이 5월27일 열린 워크숍에서 나에게 '누나 의심한 적 한 번도 없다'고 말하더라. 내가 이탄희 의원에게도 중간자라는 것은 행정처와 인사모 사이에서 동료 법관들을 보호하려는 역할을 했던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법관 탄핵’을 말한 ‘타이밍’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김연학 판사의 증언 이후 사적인 감정을 앞세워 탄핵을 말했다는 비판인데.

“원래는 당 원내대표 선출 직후 이탄희 의원과 법관 탄핵 관련 기자회견을 하려 했다. (김연학 판사 증언) 훨씬 전부터 추진하던 것이다.”

결국 판사 출신임에도 법사위에 배치되지 않았다. 이번 논란이 원인이 됐다고 보는가.

“당에서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면 된다고 하더라. 다만 당 지도부가 일부 악의적인 기사들이 보도되는 상황에서 (법사위 배치를) 염려했던 같다. 그런데 이 말 한마디는 꼭 하고 싶다. 난 사법 개혁을 하기 위해 국회에 왔다. 국민이 이런 나를 믿었기에 당선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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