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북한도 변해야 산다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6.22 09:00
  • 호수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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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넘은 일입니다. 한 시민단체와 함께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갔던 곳 중 하나가 개성공단입니다. 우리는 그곳 뒷산에 나무들을 심었습니다. 작은 소나무였습니다. 저는 2시간 이상 걸려 70그루 정도를 심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산 바로 아래에 개성공단이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산은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가 심은 나무가 잘 자라 푸른 산이 되기를, 남북 간 평화가 무르익기를 소원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거꾸로 갔습니다. 북한은 핵 개발에 나섰고 남북 교류는 중단됐습니다. 당시 개성공단 내부도 둘러보며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는데 돌이켜보면 아지랑이 같습니다.

제가 심은 그 소나무들은 잘 자라고 있을까요.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한 번씩 생각해 봅니다. 잘 자랐다면 지금쯤이면 제법 성장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 이름 모를 개성공단 뒷산은 지금 숲이 우거졌을까, 아니면 여전히 민둥산일까도 궁금해지곤 합니다. 사실 그때는 강산이 바뀐다는 10년 세월이 지나면 남북 관계에 질적인 변화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조선시대 매월당 김시습 선생이 갔던 관서기행 행로를 답사하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0년 넘는 세월이 휙 지나갔지만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됐습니다. 남북 교류는 완전히 끊겼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당분간은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6월1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6월1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이미 페달을 밟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남북 협력의 상징이었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뻔한 술수가 보이는 불순한 제의’ ‘비현실적이고 황당무계한 제안’이라고 특사 제안을 단칼에 물리쳤습니다. 직접 공격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많은 것이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지금 다급하게 이것저것 시도한다고 해서 성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있을지 모를 직접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시간을 갖고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담대한 자세와 행동을 준비할 때입니다.

북한은 잘못 가고 있습니다. 과거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실사구시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던 것은 꿈이었습니다. 핵 개발에 나서더니 이제는 과거 남북 대결 시대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경제를 부흥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할 텐데 언제까지 자력갱생의 기치를 들고 가려는 것인지 참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북한도 비핵화를 통해 햇볕 아래로 나와 국제사회와 숨 쉬며 내부 발전을 도모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미국만 바라보지 말고 자신들을 도울 핵심 주체가 한국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새 길이 열립니다. 전쟁은 공멸이고 교류협력의 증진을 통한 점진적 통일로 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빨리 이를 깨닫기를 바랍니다. 북한도 변해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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