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장기근속공무원 해외시찰 외유 논란
  • 경기취재본부 윤현민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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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만들어 공무원 가족동반 산업시찰 3억 지원

경기 평택시가 공무원 해외시찰 외유 논란으로 시끄럽다. 지난해 수 억원을 들여 이들의 가족동반 산업시찰을 지원하면서다. 정장선 시장이 취임 3개월 만에 발의한 관련조례 제정안에 따른 것이다. 이들 중 해외시찰 후 여태껏 증빙서류조차 제출하지 않은 수도 수두룩하다. 이에 일각에선 시장의 입법이 공무원 외유에 물꼬를 터 준 꼴이란 지적이 있다.

평택시청 정문 ⓒ윤현민 기자
평택시청 정문 ⓒ윤현민 기자

시장 취임 첫해 공무원 가족 해외경비 지원 조례 제정

19일 평택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3억2139만원을 들여 20년 이상 근속 직원 45명과 이들 가족 43명 등 모두 88명의 해외 산업시찰을 지원했다. 이를 위해 올해도 전년대비 8000만원 늘어난 4억800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 2006년 장기근속 공무원 해외시찰 시행 이후 민간인 지원은 처음이다.

이는 공무원의 가족동반 해외 산업시찰을 허용하는 조례 제정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18년 10월 정장선 시장 취임 후 불과 3개월여 만에 이뤄진 일이다. 당시 시는 '평택시 공무원 등의 후생복지에 관한 조례안'을 시의회에 냈다. 시 공무원 후생복지의 기준과 지원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해당조례는 제6조 2항에서 장기근속·모범 공무원 및 배우자 또는 직계가족 등 1인의 국내·외 산업시찰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그간 정부 예규에 막혀 있던 공무원의 가족동반 외유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서 모범공무원 가족 등 공무원 아닌 자를 산업시찰에 동반할 경우 포상금 조례‧규칙에 근거 없이 그 동반자의 경비를 포상금으로 집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장기근속 공무원의 국외여행 경비집행 부정사례는 여럿 발견된다. 지난 2017년 감사원 감사결과 안양시는 2013~2016년 장기근속 공무원과 그 배우자 등 모두 237명에게 유럽 등지를 여행하도록 9억3858만원을 지원해 오다 들통났다. 같은 기간 군포시도 장기근속 공무원과 배우자 등 62명의 해외시찰에 2억449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두 기관 모두 지자체 세출예산 집행기준 위반으로 주의 조치를 받았다.

 

"해외시찰 사실상 장기근속공무원 가족여행 전락"
 

특히, 이들은 해외시찰을 다녀온 후 증빙서류 제출도 주먹구구식이다. 관련규정은 아랑곳없이 해가 넘도록 보고서도 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전체 45명 중 34명이 전산등록 또는 서류를 통해 귀국보고서 등을 제출했다. 나머지 11명은 어느 방법을 통해서도 아직 관련 증빙서류를 내지 않은 상태다. 출입국증명서마저 제출하지 않아 실제 해외 출국 여부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시 공무국외여행 규정은 제14조에서 공무국외여행자는 귀국 후 20일 이내 공무국외여행보고서 등을 작성해 허가권자(시장)에게 보고 후 행정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한을 훌쩍 넘겨 보고서에 버젓이 가족사진까지 첨부한 사례도 있다. A 과장은 지난해 7월24일~8월1일 해외시찰로 캐나다 등지를 다녀왔다. 이후 귀국보고서 등 증빙서류 전산등록은 5개월 후인 12월에야 이뤄졌다. 그는 자신 포함 가족 3명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서 표지에 넣기도 했다.

이에 시는 증빙서류 등록은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라고 한 발 뺐다. 시 총무과 관계자는 "해외시찰 나가기 전에 귀국보고서, 출입국증명서 등 증빙서류 제출의무를 안내하지만, 귀국 후 전산등록은 본인이 직접하기 때문에 전산등록 여부를 일일히 확인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공직사회 내부에선 산업시찰이 가족여행으로 전락했다는 자성의 소리도 있다. 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말이 해외시찰이지 사실상 수 십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들의 보상 차원에서 이뤄진 여행이어서, 귀국보고서 내용을 봐도 천편일률적으로 그 나라의 인구, 면적, 대표시설 등 기본현황만 늘어놓기 일쑤"라고 귀띔했다. 한 시민활동가도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관련조례까지 만들어 결국 공무원 외유의 길을 공식적으로 터 준 꼴"이라며 "시민이 아닌 공무원을 대표할 생각이라면 슬로건 '시민중심 평택'도 당장 집어치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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