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유치원 ‘햄버거병’ 집단발병 우려…증상·원인은?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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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증상 어린이·가족 99명으로 늘어…일부 햄버거병 증상
보건당국, 원인규명 위해 역학조사 진행
폭염 속에 일선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 급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8월24일 부산시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동구청 직원들이 한 학교급식소를 찾아 반찬을 점검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 증상을 보인 어린이와 가족이 100명에 육박하고, 일부는 '햄버거병' 증상을 보이면서 비상이 걸렸다. ⓒ 시사저널

경기 안산시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 증상을 보인 어린이가 100명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가운데 일부 어린이가 일명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증상을 보이고 있다.

안산시 상록구보건소는 25일 "전체 원생이 184명인 A유치원 어린이 중 식중독 증상을 보인 어린이가 지난 22일 기준 99명으로 늘었다"며 "이 중 현재 21명이 입원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입원 어린이 가운데 일부는 중증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소 측은 "일부 어린이는 입원 중인 병원에서 햄버거병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치료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이 유치원에서는 지난 16일부터 4명의 원생이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10명의 원생이 집단적으로 복통과 설사 증세를 보였고, 유사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와 가족 등이 계속 증가해 일주일 새 70명 넘게 늘었다.

지금까지 30여 명의 원생 가검물에서 병원성 대장균의 일종인 장 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HUS는 장출혈성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다. 

보건당국은 원생들이 단체 급식을 통해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유치원은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햄버거병'은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명이 HUS에 집단 감염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덜 익힌 고기나 오염된 채소, 살균되지 않은 유제품 등을 먹었을 때 발병한다.

일반적인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1∼2주 정도 지나면 호전되지만, 소아나 노인 등 일부 환자는 HUS로 진행할 수 있다. 전체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의 10% 이하가 HUS로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US는 단시간 내에 신장 기능을 손상시켜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염증, 급성 신부전 등 증상이 나타난다. HUS 환자의 절반가량은 투석 치료와 수혈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2011년 독일에서는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채소를 먹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당시 3816명의 장염 환자 중 845명(22%)이 HUS로 진행해 54명이 사망했다. 2012년 일본에서는 배추절임을 먹고 1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7명이 사망했다. 

안요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장출혈성대장균은 가열하면 사라지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있는 음식은 제대로 익혀 먹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여름철 소아에서 용혈성요독증후군이 주로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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