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눈총받는 한미워킹그룹…정세현 “北 패악질 유도”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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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장관 한미워킹그룹에 비판적 견해
여권서도 역할 재정립 필요성 제기
정세현 전 장관 © 시사저널 박정훈
정세현 전 장관 © 시사저널 박정훈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해체 목소리까지 나온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 전 장관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북핵문제 발생, 원인과 해법' 강연에서 "외교부가 한미워킹그룹이 생겼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을 때 '족쇄를 찼구나'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워킹그룹은 비핵화, 대북제재, 남북협력 방안을 수시로 조율하는 대북 고위 실무 협의체로, 2018년 11월 설치됐다.

그는 "미국이 워킹그룹을 만들 때 국방부, 재무부, 상무부를 상대하기 힘드니 전부 한그룹으로 묶어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거기 걸려 헤어나지 못한 결과 북한이 이런 패악질을 부리기까지 했다"고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한 것과 관련해 "4·27 판문점 선언으로 돌아가는 계기로 삼으면서 워킹그룹 틀 밖에서 족쇄를 풀고 핵문제를 풀기 위해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 건설 등 핵심 현안에서 번번이 미국 정부의 뜻대로 관철되면서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 발전에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여권에서는 한미워킹그룹의 개편 또는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10일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 관계자들이 한미워킹그룹 해체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5월10일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 관계자들이 한미워킹그룹 해체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주 내에 한미워킹그룹의 역할을 되짚어 보고 미흡한 부분을 개선 보완해야 한다"며 남북관계 경색을 풀기 위해 한미워킹그룹을 재조정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지원 동국대 석좌교수도 CBS 라디오에서 '우리 외교라인이 한미워킹그룹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과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사실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말은 협의지만 사실상 미국의 승인을 받는 기구로 역할했다"며 "그것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이 엄청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7일 내놓은 담화에서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북핵문제의 배경과 관련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만든 것은 미국의 핵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90년대 초에 미국이 북한과 수교했다면 한반도의 냉전 구조가 해체됐을 거고, 그렇다면 북핵 문제는 근원적으로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의 의심스러운 군사 행동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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