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잠식해 가는 코로나19…트럼프 재선 꿈도 삼킨다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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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역서 일 평균 3~4만 명 환자 발생
트럼프, 또 트윗 삭제 소동 일으키며 ‘마이웨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의 하드 록 스타디움 외곽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소에서 26일(현지 시각) 차량들이 줄지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의 하드 록 스타디움 외곽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소에서 26일(현지 시각) 차량들이 줄지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긴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평균 3만~4만 명을 돌파하면서 종전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웠다. 

파죽지세로 미 전역을 휩쓰는 코로나19의 확산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도 험로를 예고했다. 

28일(현지 시각)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의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2만9300여 명으로 집계돼 누적 확진자가 253만 명을 넘어섰다. 앞서 사흘 연속 일일 확진자가 4만여 명을 넘어섰던 것에 비하면 다소 낮아진 수치지만, 주말이라 검사 수가 줄어든 점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 

CNN은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텍사스 등 36개 주에서 전주 대비 코로나 신규 환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플로리다주에서는 27일 코로나19 사태 후 하루 규모로는 가장 많은 9585명의 신규 환자가 나왔다. 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미국의 최대 코로나19 진원지였던 뉴욕의 4월 초 정점 때 일일 신규 확진자와 맞먹는 규모다.

미국의 코로나19 재확산은 남서부 선벨트(Sun Belt)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2차 확산에서는 '무증상 젊은층' 감염자가 많아 대확산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 연합뉴스
24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 연합뉴스

미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을 염두에 두고 밀어붙이던 경제정상화가 바이러스 재확산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자 보건 전문가들의 쏟아지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각 주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완화와 경제정상화를 압박했다.

그는 공개 장소에서 대놓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가 하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약물을 언급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지난 20일에는 오클라호마에서 대규모 대선 유세를 열고, 코로나19 검사 탓에 환자 수가 증가한다며 검사 속도를 늦추라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월부터 6월초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언급이 3분의2 가량 줄었다고 분석했다. 또 대통령이 최근 몇 주간 코로나19 회의를 대폭 줄이는 대신 재선이나 경제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즐거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암울한 코로나19 급증에 대해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 안이한 대응은 바로 전날에도 다시 확인됐다. 미 전역이 코로나19 재확산에 긴장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백인우월주의 구호가 든 영상을 리트윗했다 3시간 만에 삭제하는 소동을 자초했다. 

그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나오는 영상을 리트윗하고 "빌리지스의 위대한 주민들에게 감사한다"고 적었다. 영상엔 플로리다주 빌리지스에서 골프 카트를 타고 퍼레이드를 벌이던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대치하는 장면이 있는데, 카트 속 한 백인 남성이 "화이트 파워!"라고 두 차례 외친다. 이는 백인의 권력을 뜻하는 것으로, 백인우월주의 단체 시위에 자주 등장하는 구호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트윗을 통해 백인우월주의의 편을 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영상이 삭제된 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구호'를 듣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코로나19 대응과 흑인사망 사태 논란 대처 등에서 신뢰를 주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크게 밀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는 조사가 나오는가 하면, 대선 승부처로 꼽히는 경합주에서도 뒤진다는 조사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4일 발표된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의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8%로 찬성(38%)보다 훨씬 많았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서 뒤지고 있음을 마지못해 인정했다며 최근 암울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신규 환자의 기록적 증가로 나타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참모와 보건 전문가의 말이 달라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미국인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CNN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환상의 나라' 비전을 없애버렸다며, 특히 공화당 주지사들이 다수 몰려 있는 남부주를 통제불능 상태로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주지사들과 자영업 영업 재개를 주제로 원탁회의를 하던 중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주지사들과 자영업 영업 재개를 주제로 원탁회의를 하던 중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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