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책에도 아파트 가격은 왜 계속 상승할까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05 10:00
  • 호수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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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세상에 맞는 도시와 주택에 대한 새로운 관점 필요

또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실거주 의무 강화를 축으로 강남권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 등을 포함한 이번 조치는 매우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5월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아파트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20번 넘는 대책이 발표됐고, 그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지만 시장은 갈수록 무덤덤해지는 분위기다. 

연속되는 강력한 대책에도 왜 아파트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해 볼 때가 됐다. 투기적 수요라는 일반적인 진단과 달리 지속적인 상승의 핵심에는 구매 가능 계층의 소득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에 매우 드물게 보이던 수입 승용차들은 2000년대 이후 점점 대중화됐다.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이제 고가의 수입차를 접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예전 같으면 소형차와 준중형차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던 연령의 세대들은 이제 BMW와 벤츠 사이에서 뭘 고를까 고민하고 있다. 

중상위 계층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향상된 주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강남의 구룡마을은 서울의 부동산 양극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중상위 계층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향상된 주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강남의 구룡마을은 서울의 부동산 양극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높아진 눈높이는 투기 수요일까 

기본적으로는 소득이 늘어났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소득이 주택 구매 여력이 있는 중상위 계층에 집중됐다는 점 역시 명백하다. 소득 증가는 욕구의 증가를 가져온다. 외식과 여행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과거에 비해 향상된 수준을 요구하는 수요가 늘어났다.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대부분의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대다수의 상품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급속히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명목상 가격은 상승했지만 품질을 생각해 보면 과거에 비해 같은 비용을 지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유일한 예외는 주택이다. 수출 대기업 등의 실적 호전 등에 힘입어 과거에 비해 소득은 높아졌으며, 맞벌이와 한동안 완화됐던 대출 등으로 인해 주택 구매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도 증가했다. 당연히 구매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지상에는 차가 없이 잘 가꿔진 공원, 넉넉한 사이즈의 지하 주차장, 그리고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인텔리전트 빌딩 시스템의 도입, 조식이 제공되는 커뮤니티 시설 등은 이제 모두의 희망사항이 되고 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지만 공급은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가격은 상승한다. 여기에 과거와 달라진 투자 계층의 형성은 시장에 끊임없이 에너지를 주입하고 있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자와 투기는 일정 부분 차단할 수 있겠지만 향상된 주거에 대한 수요 증가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결국 지속적인 불안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모든 부문에서의 동시다발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공급적인 측면에서는 토지의 효율화를 극대화하고, 변화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도시계획 차원의 대폭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수요가 높은 곳의 용적률과 층고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더 외곽지역을 비교해 보면 반대로 서울의 층고가 제일 낮은 것이 현실이다. 30년 전에 만들어진 250% 용적률, 그리고 2010년 이후 굳어진 35층이라는 규제는 한정된 토지자원을 낭비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양호한 주택 공급 가능성이 낮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우선적으로 층고 제한의 폐지, 그리고 더 높은 용적률을 통한 토지의 효율적 이용이 도시계획의 목표가 돼야 한다. 

용적률 상향 조정이 부담스럽다면 지역균형발전과 연계된 형태의 용적률 상향과 같은 대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접경지역이나 각종 규제로 인해 낮은 용적률을 요구받는 지역에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더 높은 용적률로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한다면 수요에 맞춘 공급과 더불어 개발이익의 자연스러운 분산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통해 마법과 같은 신용을 창출하는 것처럼 정부는 용적률을 통해 없을 것만 같은 땅을 새롭게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1기 신도시에 대한 전면적 재건축이 힘들다면 1기 신도시에 분포하고 있는 저층의 연립주택을 대상으로 한 재건축 사업부터 먼저 시작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수용능력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개선된 주거환경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지어지고 한꺼번에 낡아가는 진폭을 완화시켜 다양한 사이클을 만들어간다면 특정 지역과 특정 상품에 대한 쏠림 현상은 완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도시계획을 포함한 관련 심의 등에서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아파트에서 성장하며, 아파트에서 살아온 세대가 도시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과거의 고즈넉함에 대한 향수가 있는 세대들에게 도시의 미래를 맡기는 무모함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세제의 경우 보유세 강화를 통한 매물의 증가보다는 주택매매를 통한 이익 창출 자체를 일정 수준으로 제약하도록 하는 방식의 검토가 필요하다. 1주택과 다주택 구분에서 벗어나 그러한 주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총량을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10년 동안 일정 수준의 양도차액에 대해서는 주택 수와 관계없이 비과세를 보장해 주되 그것을 넘어서는 이득에 대해서는 거의 전액을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이 제도의 단순화와 더불어 욕구에 대한 근본적인 제거를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다. 연속되는 규제로 인해 복잡해진 제도를 단순화해 명확한 기준을 누구나 이해하고, 그에 맞춰 행동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주택 통한 이익 총량 제한이 효과적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면 구매 수요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산 가격의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자산을 보유해 그 이익을 향유하려 한다. 세입자에 대한 대책은 장기적 거주가 아닌 거주환경의 보장이다. 일정한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주택들은 임대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하며, 이들의 개·보수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세입자가 쾌적한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지금의 수요에 부합한다. 

과거 1기 신도시 정책과 2005년의 8·31 부동산 대책은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주택시장의 안정을 가져왔다. 그린벨트 내 대규모 신도시 건설은 그 이전까지의 금기를 허물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8·31 대책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안정에는 한계를 보였지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실거래가 기반의 거래 질서 확립과 신뢰할 수 있는 주택 거래 통계를 구축함으로써 이후 체계적인 주택정책을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 

과거에 사용했던 방법을 반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많은 것이 변화했음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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